성완종과 친분 없다고 주장하다 전화통화 210여차례 기록 나오자 마음 굳힌 듯

20일 사의를 표하기 전 마지막 행사로 참석한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 이완구 국무총리가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사진=최신혜 인턴기자 multi@hankooki.com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이완구 국무총리가 20일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것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의 관계를 둘러싼 자신의 해명이 결국 거짓으로 들통난 게 결정적이었다.

이 총리는 그간 성 전 회장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돈을 주고 받을 친한 사이가 아니다"라고 친분이 깊지 않다는 점을 누차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이 총리와 성 전 회장이 1년간 휴대전화 착발신 기록이 217건에 이르는 것으로 검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153건은 성 전 회장이 이 총리에게, 64차례는 이 총리가 성 전 회장에게 건 것이었다. 착발신 기록이기 때문에 실제로 통화가 이어진 횟수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선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이 총리가 그간 성 전 회장과 "친분이 별로 없고 별다른 인연이 없다"고 해명한 것과는 동떨어진 사실이 새롭게 드러난 것이었다.

이후 이 총리 거취 문제에 대해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귀국할 때까지 기다리자던 여권의 기류도 급격히 바뀌었다. 김무성 대표가 "대통령도 없고 총리도 없는 국정공백이 오면 곤란하다"고 주장했으나 이미 여권 내부 분위기는 이 총리 경질 쪽으로 흘렀다.

특히 4.29 재보선을 앞두고 악화된 여론이 진정되기는 커녕 국정에 계속 부담이 되는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 총리가 빨리 결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 대통령이 귀국하는 27일까지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길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날 "다들 말을 아껴서 그렇지 이 총리가 스스로 결단을 내려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전했다. 여권의 다른 관계자는 "이 총리가 먼저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뒤 박 대통령이 귀국한 이후 처리하는 그런 모습이 가능하다"며 '선(先) 사의표명, 후(後) 처리' 방안도 제시했다.

박 대통령의 순방 중인 현 시점에는 국정 공백 문제로 이 총리가 당장 관둘 수는 없으니 일단 사퇴 의사만 먼저 표명하고 이달 27일 박 대통령의 귀국 후 이 총리의 거취를 최종 정리하자는 것이다.

자신의 거취 문제를 둘러싼 여권 내 기류가 이처럼 급박하게 변화하자 결국 이 총리가 스스로 사의 표명하고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자신을 둘러싼 의혹이 해소되기는커녕 점점 커지는 쪽으로 분위기가 흐른 것도 이 총리에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이 총리 해임건의안 발의를 공식화했던 것도 이 총리의 자진 사퇴를 앞당긴 요소로 풀이된다.새누리당 입장에서 새정치연합의 요구를 정치 공세로만 치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더구나 여당 내부의 이탈표를 감안하면 실제 표결에 들어갈 경우 해임안이 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던 상황이다.

이에 상황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박 대통령이 돌아오기까지 남은 일주일간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느낀 이 총리가 자신의 문제를 조기에 털어서 재보선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마음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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