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파문… 여야 자체 조사 근거로 "판세 변화" 판단

새누리 "1곳만 이겨도 본전" 새정치연합 "역전 기회를 잡았다"

여론조사에서 여당이 3곳 선두이지만 새정치연합이 가파른 상승세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 로비 의혹 파문이 정국을 강타하면서 9일 앞으로 다가온 4·29 재보선 판세도 온통 뒤엉키고 있다. 성 전 회장이 남긴 리스트에 오른 인사들이 모두 여권 핵심 인사인데다, 파문의 한가운데 선 이완구 총리가 여전히 사퇴 거부를 고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파문이 여당엔 불리하게, 야당엔 다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에따라 당초 야권 분열 구도 속에서 내심 3승 이상을 기대하던 여당과 전패 위기에 내몰렸던 야당의 상황이 정반대로 뒤바뀌는 모양새다.

가장 급한 곳은 새누리당이다. ‘잘못하면 전패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성완종 리스트 의혹에 대해 국민 상당수가 진실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면서 “아직 경기 성남 중원은 다소 안정적이지만 이대로라면 이번 재보선 지역 중 어느 한 곳도 자신할 수 없다”고 말해 성완종 리스트 정국 속에서 민심이 심상치 않음을 내비쳤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조심스러운 기대감을 갖고 있다. 당 관계자는 “성완종 리스트로 역전 기회를 잡았다고 할 수 있다”면서 “선거 초반보다는 다소 상황이 나아졌다"고 했다.

이에 여야는 20일 선거 중반 대세 장악을 위해 자당 후보에 대한 총력 지원에 나섰다. 먼저 새누리당은 당초 야권 분열로 27년 만의 탈환을 기대했던 서울 관악을이 성완종 파문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고 보고 이 지역에서 집중 유세를 벌였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아침 일찍부터 관악을을 찾아 성완종 파문에 대해 사과하고 집권여당에 소속된 힘 있는 지역 일꾼을 뽑아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오신환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현장 선거대책회의를 개최하고 관악의 발전과 안전을 위한 '오신환 특별법' 제정을 약속했다. 그는 이번 재보선을 치르게 된 원인인 옛 통합진보당 출신 이상규 전 의원이 전날 후보 사퇴 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해서도 ‘야권 연대’을 상기시키며 새정치민주연합을 맹비난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이어 이틀째 성남 중원을 찾아 표밭 다지기에 힘을 쏟았다. 이 지역은 아직까지 새누리당 후보의 승리 가능성이 다소 높은 것으로 점쳐지는 곳이다. 본래 이번 재보선 지역 4곳 중 3석은 야권 몫이고, 1석은 여권 몫이라는 점으로 볼 때 성남 중원의 승리는 새누리당이 ‘본전’을 챙길 수 있는 지역이다.

새정치연합도 여세를 몰아 지지세 확장에 주력했다. 문재인 대표는 여당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는 성남 중원에서 정환석 후보와 함께 출근길 인사를 한 뒤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하고 복지회관을 방문하는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이후 문 대표는 이번 선거전이 본격 시작된 이후 다섯 번째 광주를 찾았다. 야권 텃밭인 광주 서구을은 여야 대결이 아닌 야야 대결 구도로 치러지는 탓에 수도권 지역보다 성완종 파문의 반사이익이 상대적으로 약한 지역이다. 이에 문 대표는 1박2일 일정으로 광주를 방문, 무소속 천정배 후보와 경합을 벌이는 조영택 후보를 지원했다. 특히 문 대표는 새정치연합에 그리 곱지 않은 호남 정서를 의식해 세몰이 대신 홀로 직접 주민들과 스킨십을 가지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이처럼 여야의 표심 잡기 호소전이 가열되는 것은 선거전이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초반과 달리 여야 후보의 지지율이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양당은 4곳의 판세가 달라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새누리당은 최근 자체 분석을 근거로 서울 관악을의 경우 당초 우세에서 접전으로 바뀌었다고 보고 있다. 또 여권 텃밭이었던 인천 서·강화을의 경우 초박빙 접전 상황이 됐고, 성남 중원의 경우 다소 앞서지만 새정치연합 후보와의 격차가 안심할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광주 서구을의 경우는 의미 있는 두 자릿수 득표를 목표로 잡고 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당초 전패를 우려하기도 했지만 최근 내부적으로 서울 관악을과 광주 서구을 등에서도 역전의 기회를 잡았다고 진단했다. 새정치연합은 자체 조사 등을 근거로 서울 관악을과 인천 서·강화을은 박빙, 성남 중원은 보합 열세, 광주 서구을은 최근 상승세를 타며 무소속 천정배 후보와의 경합으로 각각 보고 있다.

종합적으로 보면 새누리당은 전패를 우려하는 가운데 1~2곳 승리를 바라는 분위기이고 새정치연합은 2승 가량 확보할 것으로 보면서도 3승을 조심스럽게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아직 중반전인데다, 성완종 파문이 선거 막판에 어떤 방향으로 더 파장을 미칠지 봐야 하는 상황이어서 쉽사리 선거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또 재보선에서는 투표율도 무시 못할 변수가 되기 때문에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최근의 여론 흐름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CBS노컷뉴스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17일~18일 이틀 동안 재보선 4개 지역에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서울 관악을과 경기 성남 중원, 인천 서·강화을 3곳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여전히 지지율 1위를 유지했으나 2위와의 격차가 크게 좁혀지는 등 접전이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 서구을의 경우 2주 전인 지난 3~5일 실시한 조사 때처럼 무소속 천정배 후보가 약간 앞섰으나 새정치연합 조영택 후보가 맹추격하고 있다.

서울 관악을에서는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가 36.6%의 지지율로 1위를 달렸고, 새정치연합의 정태호 후보는 33.1%, 무소속 정동영 후보는 20.1%로 뒤를 이었다. 오 후보는 2주 전 1차 조사 때보다 7.1%포인트 하락한 반면 정태호 후보는 8.2%포인트 상승했다. 정동영 후보는 0.2%포인트 올라 상승 폭이 미미했다.

경기 성남 중원에서는 새누리당 신상진 후보 43.0%, 새정치연합 정환석 후보 38.5%, 무소속 김미희 후보 11.3%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인천 서·강화을에서는 새누리당 안상수 후보가 42.8%로 1위를 차지했지만 지지율은 7.3%포인트나 줄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신동근 후보는 38.5%, 정의당 박종현 후보는 4.2%였다.

광주 서구을은 무소속 천정배 후보가 1차 조사때와 거의 비슷한 38.8%의 지지율로 선두였고, 새정치연합 조영택 후보가 30.9%, 새누리당 정승 후보가 14.6%로 추격전을 펼치고 있다.

이번 조사는 서울 관악을과 경기 성남 중원, 인천 서·강화을, 광주 서구을 등 4곳에 거주하는 19세 이상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RDD를 활용한 ARS 여론조사(유선전화) 방식으로 실시됐다. 응답자 규모는 서울 관악을 647명, 성남 중원 603명, 인천 서·강화을 613명, 광주 서구을 623명 등이었고, 응답률은 각각 2.12%, 2.66%, 3.37%, 4.43%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서울 관악을 ±3.85% 포인트, 성남 중원 ±3.99% 포인트, 인천 서강화을 ±3.96% 포인트, 광주 서구을 ±3.93%포인트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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