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귀국 후 검토" 발언… 과거 문창극 후보자 사퇴 상황과 유사
"사실상 사퇴 수순 밟아" 관측 우세…검찰 수사, 해임건의안 처리와 연관
이에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이 총리의 거취와 관련 27일까지 이어지는 중남미 4개국 순방을 마친 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순방 기간에 이 총리 문제에 대한 여론 추이와 검찰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본 뒤 최종 결정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일단 이 총리에게 제기된 의혹들을 소명할 기회를 주는 동시에 수사 결과로 밝혀질 객관적 상황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신중한 반응과는 달리 정치권 등에선 이미 이 총리의 자진 사퇴설이 나도는 등 분위기는 좋지 않다. 여기에 이 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 과정에서 내놓은 해명 등에 대한 의혹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어서 악화된 여론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때문에 이 총리가 오는 27일까지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씻을 방안을 내놓지 못할 경우 대통령의 신임 여부와 상관 없이 총리직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지난 16일 회동 이후 새누리당 내에서 이 총리의 사퇴를 사실상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기류가 보이는 것도 이런 차원으로 분석된다. 실제 김 대표는 박 대통령과의 회동 후 이 총리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당내 인사들에게 "사실상 사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19일 이 총리 거취와 관련, "사실상 사퇴 수순으로 간다고 생각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때문에 여권 일각에선 박 대통령의 선택이 이 총리에 대한 재신임보다는 자진 사퇴 권유 내지 해임이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적지 않다. 지난해 6월 문창극 총리 후보자 때와 비슷하게 상황이 진행될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이다. 실제 이 총리와 문 후보자는 현역 총리와 총리 후보자라는 신분의 차이는 있지만 의혹 또는 논란이 제기된 이후 박 대통령의 대응 방식과 두 사람의 관련 태도가 흡사한 부분이 있다.
문 후보자는 지난해 6월 지명되자마자 “일제 식민 지배는 하나님 뜻”이라는 발언이 공개되며 친일사관 논란으로 사퇴 압박을 받았다. 그러자 당시 중앙아시아 순방(6월16~21일) 중이었던 박 대통령은 문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재가 문제에 대해 "귀국해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두고 여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사실상 문 후보자에게 자진 사퇴를 권유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다. 하지만 문 후보자는 사퇴를 거부했고, 이후 문 후보자의 사퇴는 박 대통령의 귀국 3일 뒤인 24일 이뤄졌다.
이 총리 역시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인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정 수행 의지를 강하게 표명하고 있다. 이 총리는 19일에도 “국정은 흔들림 없이 가야 한다”면서 “국정을 끝까지 챙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문 후보자의 경우와 달리 이 총리의 거취 문제는 사실 관계와 연관된 것이다. 따라서 검찰 수사 등에서 이 총리 관련 의혹에 대한 결정적 증거가 나올 경우 박 대통령의 귀국 전이라도 이 총리가 자진 사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이 총리의 거취는 새정치민주연합이 검토하는 총리 해임건의안 처리 문제와도 연계돼 있어서 여야 논의 과정에서 거취가 정리될 수도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귀국하기 전까지 이 총리에 대한 의혹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경우 이 총리가 재신임될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박 대통령은 순방지에서 국내 상황에 대한 보고를 지속적으로 받으면서 이 총리 거취 문제에 대해 생각을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