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 기념식 참석, 해임건의안 관련 기자 질문엔 '침묵'

'대통령에 보고하느냐' 묻자 "이병기 비서실장이 한다"

"4·19정신 계승은 분단 극복과 평화 통일의 길 여는 것"

SBS뉴스 화면 캡처
[데일리한국 김종민 기자]이완구 국무총리는 19일 "대통령께서 안 계시지만 국정이 흔들림 없이 가야 한다"며 "국정을 챙기겠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날 국립 4·19 민주묘지에서 거행된 '4·19 혁명 55주년 기념식'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총리 사퇴론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사퇴 압박에도 불구하고 총리직을 계속 수행해 나갈 것임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이 총리에게 야당이 제출을 검토하고 있는 '해임건의안'에 대한 입장도 물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행사장을 떠났다. 이날 기념식 참석은 박근혜 대통령의 남미 순방 출발 이후 이 총리가 처음으로 참석한 외부 일정이다.

이 총리는 이날 기념사에서 "4·19 혁명의 정신을 받드는 또 하나의 길은 남북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 통일의 길을 여는 것"이라며 "남과 북이 하나가 돼 한반도 전역에 자유와 평화의 물결이 넘치면 대한민국은 세계 속에 우뚝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이어 "우리의 자유민주주의를 한층 더 성숙시켜 국가의 품격을 드높이고 세계 속에 당당한 선진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며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안정시켜 국민적 어려움을 하루빨리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의 이석현 국회부의장, 정의당 천호선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참석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기념식에 앞서 오전 7시45분쯤 당 지도부와 함께 4·19 국립묘지를 별도로 참배했으나 정부가 주최한 공식 기념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문 대표 측은 "정부 기념식은 사실상 이 총리가 주관하는 행사"라며 "총리 사퇴를 요구하는 시점에서, 총리의 업무 수행을 인정할 수 없다"며 불참 이유를 밝혔다.

이 총리는 기념식장에서 김 대표를 비롯한 여당 지도부와 만났으나 형식적인 인사 외에는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성완종 파문'이 불거진 뒤 이 총리와 여당 지도부가 공개 석상에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총리는 야당 소속인 이석현 국회부의장으로부터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비서실장(이병기 청와대비서실장)이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총리의 기념사 내용을 거론하며 "부패 의혹과 거짓말로 만신창이가 된 총리가 4·19 정신을 이어받자고 한 것은 웃지 못할 희극이자 민주영령에 대한 모독"이라며 "즉각 자리에서 물러나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이 같은 공세에 대해 "4·19 혁명 정신을 '성완종 파문'과 연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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