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을 야권 후보 5명…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 치러지게 돼

정동영 전 의원
[데일리한국 이선아 기자] 국민모임의 정동영 전 의원이 30일 4·29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관악을 지역은 여당 후보 1명에 야권에선 정 전 의원을 포함해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정의당 이동영, 노동당 나경채, 무소속 이상규 전 통진당 의원 등 5명이 출마해 일여다야(一與多野) 대결 구도가 됐다. 지난해 12월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국민모임 창당에 참여한 정 전 의원이 출마를 선언하면서 야권 표 분산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새정치연합의 재보선 전략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새정치연합은 관악구가 전통적인 야당의 텃밭인 점을 고려해 그동안 관악을을 당선권으로 분류했다.

정 전 의원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마 입장을 표명했다. 정 전 의원은 "고민했지만 밀알이 되겠다는 약속을 지키겠다"면서 "관악을에 몸을 던지라는 요구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 전 의원은 "힘 없는 서민을 위해 몸을 불사르기로 결심했다"며 "관악구민은 기성정당에 1석을 보태주는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전의원은 "관악을 선거는 '이대로가 좋다'는 기득권 정치세력과 '이대로는 안 된다'는 국민간 한판 대결이 될 것"이라며 "정면 승부를 걸겠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특히 "국민모임 정동영의 승리는 박근혜정권의 진정한 심판이 될 것"이라며 "현재 야당다운 야당이 없어서 내가 승리하면 정치판에 지각 변동이 온다"고 주장했다.

정 전 의원 측은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에 비해 대중적 인지도가 높다는 점, 관악구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호남 출향민 등 상당수가 친노에 대한 거부 정서를 갖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모임 측 관계자는 "새정치연합이 재보선 지역 네 곳 중 단 한 군데도 쉽게 이기지 못할 수 있다는 상황에서 야권 후보가 선거에서 전패하면 박근혜정권 심판은커녕 실정에 대한 면죄부를 주게 된다는 점을 우려해 출마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야권 분열은 패배"라며 이날 정 전 의원의 출마에 대해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문재인 대표는 정태호 후보와 지역의 율곡 경로당을 찾은 자리에서 "야권을 분열시키는 이런 행태들이 과연 그런 국민들의 마음에 맞는 것인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다"며 "누구를 위한 선택인지 또 무엇을 위한 선택인지 안타깝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정 전 의원의 출마는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안겨줄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야권 분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추미애 최고위원도 "말로만 심판할 게 아니라 제대로 심판하기 위해서는 힘을 모아야 한다"면서 "지도자를 자처하는 사람이 지지 세력을 쪼개고 나누는 데 앞장서서 '너 죽고, 나 죽자'로 귀결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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