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표 3자회동·고위 당정청회의 잇달아 열며 '변화' 이끌어

새누리 원내지도부 회동 이어 내달 초엔 야당 원내지도부와 오찬

청와대 관계자 "조용히 보좌하려는 입장… 언론 부각 달가워 안해"

[데일리한국 김종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된 '소통부족', '불통' 논란이 어느 정도 사그라드는 듯한 분위기다. 박 대통령에 대한 한국 갤럽의 직무 수행도 조사에서도 부정평가자들이 '소통 미흡'을 부정 평가의 이유로 꼽은 비율이 지난 20일 발표한 조사에서는 16%, 27일 조사에서는 14%로 2%포인트 줄었다.

한때 인사나 불통 논란이 부정평가의 가장 큰 이유로 잇달아 지목됐으나 최근 들어선 '경제 정책' 등에 그 우선순위가 밀리고 있다. 이를 두고 청와대와 정치권에선 지난달 27일 발탁된 이후 취임 한 달여를 맞은 이병기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의 역할이 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 17일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와의 3자 회동이 대표적이다. 박 대통령은 중동 4개국 순방 직전 참석한 3·1절 기념식 행사장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3자 회동 요청을 즉석에서 받아들였는데 김 대표의 이러한 요청 자체가 청와대와 사전 조율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이 끝난 뒤 박 대통령은 회담장을 나갔지만, 이 비서실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2시간 동안 청와대에 머물며 합의문을 도출해내기도 했다.

이 실장의 소통 행보는 정치권을 상대로 부쩍 눈에 띈다. 지난 1일 박 대통령이 중동 순방을 떠날 때 '비박'으로 분류되는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에게 요청해 직접 공항에 환송을 나오도록 조율했고, 전임 김기춘 실장 시절에는 거의 열리지 않았던 고위 당정청회의를 유 원내대표까지 참여한 가운데 지난 6일에 이어 23일까지 한달새 2차례나 열었다.

이 실장이 지난 26일 여당 원내지도부와 상견례를 겸한 첫 회동을 연 데 이어 야당 원내 지도부와도 다음 달 초 오찬을 함께하기로 한 것도 여의도 정치권과 소통의 일환이다. 또 이 비서실장은 언론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이라 앞선 비서실장들의 경우 언론인들의 전화를 직접 받지 않는데 이 실장은 종종 전화하거나 받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전임 김기춘 실장은 세월호 정국을 돌파하기 위해 애를 쓰면서 '경직돼 있다'는 비판을 들은 측면이 있었다"며 "집권 3년차에 소통 행보가 눈에 띄는 것은 정치권과의 소통을 강조한 박 대통령의 의지가 이 실장을 기용한 용인술을 통해 드러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청와대 한 관계자는 "이병기 실장 부임 이후 대통령의 현장 방문이 크게 늘어났다"면서 "과거 참모들이 박 대통령을 잘 못 모신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대통령께 현장 방문을 건의하면 대부분 잘 수용하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이병기 실장이 적극적으로 청와대 실무진들의 의견을 대통령께 잘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이병기 실장은 '비서는 전면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며 가급적이면 조용하게 보좌하려는 입장"이라면서 "최근 잇달아 언론에 자신이 부각는 것에 대해 크게 달가워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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