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주의적 진보정치 노선 담은 새 강령 채택…1차 혁신 끝내"

"새정치연합은 '정치 자영업자 정당'… 소수 정치 엘리트들에 움직여"

"천정배 전 장관과는 4월 보선 연대 가능성 희박… 정의당 완주 가능"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25일 <데일리한국>과의 인터뷰에서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해 "정치 자영업자 정당"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인터뷰= 염영남 데일리한국 편집국장 mount3232@naver.com / 정리= 이선아 기자]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해 "정치 자영업자 정당"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천 대표는 25일 서울 여의도 정의당 중앙당사에서 가진 <데일리한국>과의 인터뷰에서 "새정치연합은 현재 하나의 팀으로 집권하기 위해 어떤 혁신을 해야 되는지에 대해선 관심이 낮고 제1야당의 기득권을 발판으로 어떻게 하면 재선·3선을 할 수 있는지에만 관심이 있는 정치엘리트들의 연합 단체가 됐다"면서 "당 자체가 지역과 세대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천 대표는 지난 2월 취임한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당내 개혁 의지를 갖고 실행한다고 해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천 대표는 "문 대표가 새정치연합을 개혁하겠다는 의지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구조적으로 당은 몰락하고 있다"면서 "문 대표가 정치적 리더십을 갖고 개혁을 시도해도 당이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표와 천 대표는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비서실장과 대변인-홍보수석으로 호흡을 맞췄던 사이다.

지난 22일 정의당이 3차 정기 당대회를 열고 신강령 제정을 의결한 것과 관련해선 "이념적 진보정치에서 현실주의적 진보정치로의 전환에 의미를 뒀다"면서 "노동과 복지, 정치 개혁 등 크게 세 가지 영역에서 진보정치의 방향을 현실적·구체적으로 명시했다"고 말했다. 또 "과거 진보정당과 구분되는 현실주의, 민주주의, 민생 우선 진보정치라는 혁신적 국가비전을 담고 있다"면서 "새 강령을 채택하면서 진보정치의 1차 혁신을 완료한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더 큰 진보정당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지난 2월 취임한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당내 개혁 의지를 갖고 실행한다 해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 정의당 강령이 새롭게 제정됐는데.

"이념적 진보정치에서 현실주의적 진보정치로 전환하는 데 의미가 있다. 과거 진보정당이 이상주의적 구호만 외쳤다면 우리는 현실주의적 구호를 외치고 그에 걸맞은 정당으로 거듭나고자 했다. 민생정책도 구체적으로 포함시켜 '함께 행복한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지향할 수 있도록 제시했고,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요약될 수 있는 '생애강령'도 정당 사상 처음으로 포함됐다. 여기에 북한의 핵무장과 인권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해나간다는 부분도 포함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 '현실주의적 진보정치'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 방안은.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단순히 '비정규직 철폐'와 같은 구호는 현실에 맞지 않는다. 비정규직을 줄여나가 완전히 철폐되면 좋겠지만 현실적 대안이 필요하다. 과거의 진보정당은 재벌을 타도하거나 해체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재벌을 해체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을 것이다. 또 재벌 해체는 규모의 경제 차원에서도 합리적이지 않다. 따라서 '비정규직 철폐'가 아닌 '비정규직 차별 철폐'가, '재벌 해체'가 아닌 '재벌 개혁'에 초점을 맞추자는 게 현실주의적 진보정치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유일한 원내 진보정당인데도 지지율은 답보 상태인데.

"지난해 초 우리 당 지지율은 1~2% 수준이었다. 7·30 재보선 이후 6~7%까지 올랐고, 지금은 4~5% 정도는 나온다. 1~2% 지지율은 당 존재가 미약하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4~5% 지지율은 국민에게 어느 정도 알려진, 의미 있는 수치라고 생각한다. 새정치연합과 달리 우리 당은 언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약점이다. 때문에 5% 내외 지지율은 매우 소중하게 생각한다.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서라도 자기 혁신에 초점을 두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생각을 견지해 나갈 것이다. 이런 부분에서 '비정규직 정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최저임금 역시 1만원 시대를 열어나가도록 하겠다. 국민에게 와 닿을 수 있도록 민생노선 정치를 펼쳐가면 국민 관심도 커질 것으로 생각한다."

- 진보정당이면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북한 인권에 심각한 문제가 있고, 이 문제를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그러나 북한 인권법이 꼭 북한 인권을 해결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공격적 방식이 아닌 지원과 협력의 방식으로 인내심을 갖고 대화에 나설 때 평화와 인권이라는 가치를 모두 실현할 수 있다고 본다. 북한의 체제를 현실적으로 인정하면서 통일을 위한 파트너로 인내심 있게 노력하자는 것이다. 보수정권이 들어서면 대북전단 날리고, 진보정권이면 햇볕정책만 강화하는 식의 일관성 없는 태도가 문제다. 북한 체제를 존중하면서 북한 인권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조치에 모두가 머리를 맞대자는 것이다."

- '비정규직 정당'을 강조했는데.

"노동자 중 비정규직의 차별이 가장 극심하고 열악한 노동 조건뿐 아니라 스스로의 목소리를 낼 여건마저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또 제1야당도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긴 하지만 그리 헌신적이진 않다. 기존의 진보정당도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성격을 띠었다. 그러다 보니 비정규직에게 소홀히 하지 않았느냐는 내부 비판이 있었다. 때문에 사회적으로 가장 약자인 '비정규직'을 대변하겠다는 것이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와는 다를 줄 알았는데 역시나 달라진 게 없다"고 밝혔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 4월 재보선에 '국민모임' 등과 연대 의지를 밝혔으면서도 각 선거구에 독자 후보들을 내고 있다.

"국민모임과 노동당, 노동정치연대 등 진보정치 세력에 공동 대응을 제안한 상황이고, 민생정치를 공동으로 혁신하자는 뜻 아래 테이블을 만들었다. 비록 지금은 다른 진보정치 세력도 후보를 내긴 했지만, 공동 대응을 전제로 한 만큼 단일 후보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 광주에선 천정배 전 법무장관이 무소속으로 나왔는데 경우에 따라 손을 잡을 수 있다고 보는가.

"국민모임과 함께 하는 정동영 전 의원이 천 전 장관보다 좀 더 진보적인 정치를 해왔고 진정성을 인정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천 전 장관은 현재 어떤 노선을 갖고 있는지, 우리와 미래를 도모할 수 있는 후보인지 잘 가늠이 안 된다. 광주 시민들도 새정치연합이 아닌 다른 정당 후보를 당선시키는 데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새정치연합을 대체할 수 있는 정당으로 나아갈 수 있는 의지와 세력이 있는 사람이 필요할 것이다. 현 시점에서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천 전 장관이 제시한 게 없다. 천 전 장관이 연대하자고 공식적으로 제안한 적도 없고, 우리는 완주 의사를 분명히 갖고 있다."

- 새정치연합이 타성에 젖었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표가 당을 개혁하고자 하는 의지는 분명히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구조적으로 몰락하고 있다. 당 자체가 노후화돼 있고 청년이 없다. 한 세대와 지역적으로 편향된 게 현재 새정치연합의 모습이다. 게다가 구 민주당이 가졌던 개혁성이나 선명성마저도 후퇴하고 있고, 소수의 정치 엘리트들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 정당이 훈련을 통해 발전한 사람을 공천하는 게 아니라 정치 엘리트들이 공천되고 있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정치 자영업자 정당'이라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 당원은 그저 동원 대상이 된 느낌이다. 문 대표의 의지만으론 당이 변하는 데 한계가 있다."

- 새정치연합과 힘을 합쳐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새정치연합 단독으로 정권 교체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설령 정권 교체가 된다 하더라도 서민을 위한 정치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권 교체를 위해선 새정치연합의 몫이 있고 우리의 몫이 있다. 두 정당이 서로 연합 정치를 통해 정권 교체를 이룬다는 방향은 있을 수 있다. 총선에서 정권 교체를 전제로 한 야권연대도 있을 수 있다고 보지만 정치공학적으로 단일화하는 건 맞지 않다. 새정치연합 입장도 비슷하다. 따라서 2017년 대선을 위한 중장기적 계획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2017 정권교체 연대'를 하자고 제안한 바 있는데 답이 없다. 심지어 문 대표는 지난달 취임 후 정의당을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다. 선거 제도 개혁을 위한 원포인트 회동 제의에도 무반응이다. 문 대표가 정의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제3정당·진보정당·소수의 정당조차 인정하지 않는데, 과연 소수와 서민의 목소리를 합리적으로 담아낼 수 있을지, 그런 의지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 박근혜정부에 대해 평가한다면.

"박근혜정부는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약속했지만 집권 3년 차인 현재 이 단어조차 언급되지 않고 있다. 남북관계 회복 문제도 그렇다. 현재로선 복지, 경제, 남북관계 모두 실패했다고 본다. 이명박정부와는 다를 줄 알았는데 역시나 달라진 게 없다."

- 정의당의 지지층 외연 확장도 필요한데.

"야권 지형에 변화가 생기면 정의당도 지금보다 더 도약할 수 있다. 원내교섭단체가 되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거 진보정치를 했던 지식인들, 노동운동을 했던 분들을 모셔오는 게 야권 재편 과정에서 이뤄질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새로운 분을 모셔오는 것보다 정당이 자기의 실천과 활동을 통해 검증된 사람을 내세워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하는 게 더 맞는 것 같다. 예를 들어 광주 서구을 후보인 강은미 전 시의원은 과거 민주당을 이긴 전력이 있다. 이런 분들을 미상장 우량주라 표현하고 싶다. 지역에서 충분히 평가를 받고 있는 분을 내세우면 국민도 새로운 정치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대표 자리를 맡은 지 1년 반 정도 지났다. 그간의 성과와 아쉬운 점을 소개한다면.

"고 노무현 대통령의 뜻을 이루기 위해, 또 좋은 정당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지역주의를 뛰어넘으려 했고, 깨어 있는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정당, 합리적인 진보정당을 이루려고 했다. 또 남은 임기는 물론 앞으로도 기존의 진보정치에서 나온 부작용을 극복하고 실천을 통해 새로운 진보정치로 바꿔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새 강령이 나온 만큼 1차 혁신은 완료됐다고 생각한다. 폭 넓게 진보정치의 가치를 생각해 더 큰 진보정당으로 나아가겠다."

■ 천호선 정의당 대표 프로필
서울 출생 - 연세대 사회학과 - 새천년민주당 선거대책위 인터넷선거 기획실장 -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국정상황실장, 청와대 대변인,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 - 국민참여당 최고위원 - 통합진보당 대변인 - 진보정의당 대선기획단장 - 정의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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