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 '노마드포럼' 특강]

"공동 창업이 성공 확률 높아… 2~4명의 좋은 팀을 꾸려야"

"창업자가 할 수 있는 것보다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 만들어야"

"한번에 올인하지 말고 단계적으로 성공 쌓으며 점진적 실행을"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 성장을 위한 공정한 시장경쟁' 좌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인 안철수 의원은 최근 창업을 시도하려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성공적 창업을 위한 세 가지 조건'을 주제로 특강을 가져 눈길을 끌었다. 안 의원은 현재는 대권을 꿈꾸는 대선주자 중 한 사람이지만, 과거에는 컴퓨터백신 프로그램을 만들어 성공했던 창업가였다.

안 의원은 지난달 26일 서울 성북구의 한 카페에서 같은 당 김영환 의원이 주최한 '노마드포럼'의 강연자로 나서 창업 성공을 위한 조건으로 ▲좋은 팀 구성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 생산 ▲점진적 실행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안 의원은 “과거 KAIST와 서울대 융합과하기술대학원장으로 있을 때 창업을 꿈꾸는 여러분들을 만났다”면서 “당시 많은 벤처 창업자들이 이 세 가지 조건을 지키지 못해 실패하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웠다”고 말문을 열었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지난달 26일 서울 성북구 한 카페에서 김영환 의원이 주최한 '노마드포럼' 강연자로 나서 창업 성공을 위한 조건을 제시했다. 자료사진
안 의원은 우선 “좋은 팀을 꾸려야 한다”면서 “박근혜정부가 창업을 권장하면서 '1인 창조기업'을 강조하는 것은 잘못된 것으로 공동으로 창업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등도 모두 공동 창업으로 성공한 데서 알 수 있듯이 공동 창업이 1인 창업보다 성공 가능성이 2배 이상 높다는 건 이미 세계적 통계에서도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창업자들이 전공과 성격이 달라야 각자 맡은 분야에서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창업자들이 추구하는 기본 가치관은 같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 의원은 제품 생산과 관련, “창업자가 원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들은 제품이 웬만큼 좋지 않는 한 자신들이 힘들게 번 돈을 쉽사리 내놓지 않는다”며 “좋은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제품을 만들기 전에 팸플릿으로 만들어 소비자들이 정말로 원하는지 확인해야 실패 확률이 적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와함께 “한번에 올인하기보다는 점진적으로 사업을 진행해 각 단계에서 성공을 쌓아나가야 한다"면서 "그래야 도중에 실패하더라도 다른 방법을 써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안 의원은 이와 함께 현재 한국의 경제상황을 위기로 진단하면서 대처 방안을 제시했다. 안 의원은 “앞으로 우리가 3~4년 동안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그 뒤에는 40년 장기 불황을 맞을 수도 있다"면서 “이를 막기 위해 더 치열하게, 더 공정하게 경쟁이 이뤄지는 시장경제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최근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와 독일을 둘러본 경험을 거론하면서 “선진국의 기술 발전을 보면서 핵심 기술 하나 없는 한국 경제가 정말 큰일이라고 느꼈다”며 “지금이라도 중국의 무서운 추격과 미국·독일 등의 앞선 기술 사이에서 사면초가에 빠진 한국이 어떻게 이들을 따라갈 수 있을지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안 의원이 밝힌 '창업 성공 조건 세 가지'의 구체적 내용.

1인 창업보다 2~4인 공동 창업이 성공 확률 높아…"좋은 팀 꾸려야"

절대로 1인 창업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나의 주장이다. 박근혜정부에서는 창조경제를 말하며 1인 창조기업을 강조하는데, 내가 힘만 있으면 없애고 싶을 정도다. 1인 창업이 실패할 확률이 공동 창업보다 엄청나게 높다는 건 이미 세계적인 통계로 다 나와 있다. 2인 이상 공동 창업은 상호보완적 구조를 만들어 성공할 확률이 월등히 높아진다. 한 사람이 못하는 걸 다른 한 사람이 보완해줄 수 있는 것이다. 다만 2명 이상이되 너무 많으면 바람직하지 않다. 최대 4명까지, 즉 2~4명의 창업이 좋다. 처음 창업했을 때는 만장일치가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사람들 간의 관계는 상대적인데, 한 사람이 적극적이면 다른 한 사람은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게 된다. 만약에 5명 중 한 사람이 독단적으로 결단해 밀어붙였다고 했을 때 그 한 사람은 자기 역량의 100%를 내는데 반해 나머지 사람은 80%밖에 내지 못한다. 이 경우 5명이 아니라 4명 정도 일하는 셈이다. 하지만 5명의 뜻이 만장일치가 되면 일은 각자 자기의 일이 된다. 이 땐 5명이 100%, 120%, 200%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같은 수의 인원으로 여러 명 일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회과학 이론상 4명까지는 만장일치가 가능하지만 그 이상은 어려워진다고 한다. 물론 5~6명도 못할 건 없지만, 바람직한 건 4명 정도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모이면 좋을까. 좋은 팀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여기에도 세 가지 원칙이 있다. 첫 번째는 전공 분야가 다르면 좋다. 한 사람은 기술을, 다른 한 사람은 마케팅·관리를 맡으면 상호보완적 관계가 될 수 있다. 상식적으로 보통 기술자들은 경영을 잘하지 못한다. 스티브 잡스 역시 공동 창업으로 성공했다. 많은 사람들이 착가하는데, 잡스는 기술을 모르는 대신 마케팅의 천재였다. 그의 파트너였던 스티브 위즈니악은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등 기술 분야의 천재로서 애플의 초기 컴퓨터를 모두 만들어낸 인재이다. 빌 게이츠도 공동 창업으로 성공한 케이스이다. 그의 파트너는 마케팅 천재였다.

두 번째는 창업자들 간의 성격이 다르면 좋다. 자동차가 최대 속도를 낼 수 있는 이유는 브레이크가 있기 때문이다. 가령 행동파 친구와 신중파 친구가 있는데 행동파 친구가 마음 놓고 전속력을 내서 사고를 친다고 치자. 그의 질주 배경에는 너무 심하면 뒤에서 자신의 친구가 잡아줄 것이라는 신뢰가 있다. 행동파 친구는 그런 믿음으로 자기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세 번째는 창업자들의 가치관은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가치관이 다르면 회사가 잘되면 잘될수록 중간에 깨질 확률이 높아진다. 돈과 인생을 보는 가치관 등이 일치해야 한다. 직원과 경영진의 역할 분담 내지는 회사 이익의 적절한 분배 방안, 회사의 목적이 이익을 창출하는 것인지, 회사가 창출한 결과가 이익인지 등에 대한 가치관들이 굉장이 중요하다. 만약 회사의 목적이 이익 창출이거나 회사가 창출한 결과가 이익이라는 점에서 가치관이 다르면 나중에 굉장히 문제가 많이 된다. 사실 모든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성격과 인생 역정이 서로 달라도 가치관이 같으면 오랫동안 좋은 관계가 유지된다, 부부 관계도 마찬가지다. 특히 회사라는 곳은 심지어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집단이다. 이 팀이 단단해야 굉장히 힘든 고비들을 넘어갈 수 있다.

내가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것 대신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창업자가 만들고 싶거나, 만들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선 안된다. 내가 대전에 있을 때 거의 많은 회사들이 망하는 원인을 분석해봤다. 대부분 자기가 만들고 싶고, 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었기 때문에 실패했다. 창업자들이 착각하는 사례가 많은데, 이는 성공하는 방법이 아니다. 창업자들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과거 안랩에서 V3의 새로운 버전을 만든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직원들에게 사용자 편의를 생각해서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후 알파버젼이 나왔는데 많은 옵션들이 모조리 설정되어 나왔다. 사용자가 선택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그래서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사용자 편의를 위해서 (사용자가) 고민을 따로 안 해도 되게 미리 다 골라놨다는 대답을 들었다. 하지만 이 방법이 사용자 편의는 아니다. 오히려 디폴트로 어느 옵션을 설정해주면 몰라도 사용자가 선택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실제 엔지니어들이 착각하는 게 굉장히 많다. 그 중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있다. 가령 좋은 아이디어를 친구에게 설명한 뒤 “참 좋은 것 같다. 그것 나오면 내가 사줄게”라는 친구의 대답을 듣고 곧바로 투자해서 무작정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제품을 들이밀면 그 친구는 절대로 사주지 않는다. 이런 일은 굉장히 자주 벌어진다. 많은 사람들은 제품이 웬만큼 좋지 않으면 자기 돈을 꺼내 구매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람들이 제품을 살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있을까. 그건 아주 간단하다. 마케팅 기법 중 하나인 콘셉트 테스트를 이용하면 된다. 친구에게 그냥 말로 물어보는 게 아니고 아이디어를 가진 제품이 실제로 출시됐다고 가정하고 팸플릿으로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직접 물어보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제초제는 대량으로 판매되고 손에 묻기도 해서 불편하기 짝이 없다. 이에 한 개발자가 제초제를 가정에서도 편하게 쓸 수 있게 에프킬라 병에 넣으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냈다면, 그냥 말로 친구한테 물어보면 안 된다. 그는 이 제품이 실제로 어떤 모양인지 그림도 그리고 설명도 넣고 제품명도 만들어서 용량은 얼마나 되고, 어디 가서 얼마에 살 수 있는지 등도 제시해야 한다. 이 모든 내용이 담긴 팸플릿을 들고 친구를 찾아가서 이것을 살 것이냐고 물어보면 거의 정확하다. 이 방법만 이용해도 실패 확률을 반으로 줄일 수 있다.

절대 한번에 올인 하지 말고 단계적·점진적으로 실행해야

10여명의 인원으로 기업을 운영하겟다고 생각하고 있는 창업자가 1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고 치자. 많은 창업자들의 실수는 10억원 전부를 한꺼번에 투자해서 10명의 인원을 한번에 뽑고, 10억원 전부를 연구·개발에 쓰는 것이다. 이 경우 결과적으로 실패한 제품이 나오면 곧바로 망하게 된다. 모든 일에는 스텝이 있다. 10단계 스텝으로 잘게 쪼개서 각 단계를 거치면 성공할 수 있다. 첫 번째 스텝에서는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과 연구·개발비만 투자해서 성공을 증명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추가적인 사람과 자금을 투여하면 된다. 만일 첫 스텝에서 실패했더라고 아직 돈이 남아 있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써볼 수 있다. 그런 식으로 스텝 별로 단계적으로 검증하고, 성공을 스스로 증명하면서 사업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면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안철수 의원 프로필
서울대 의학박사, 펜실베니아대 공학석사·경영학석사-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안철수연구소 이사회의장- 국회의원(19대, 서울 노원 병, 현)-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현)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