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우리끼리 문화' 관행에 변화·화합의 가치 조화시키는게 가장 어려워"

"자연에 문화 접목해 '지붕 없는 미술관' '예술 무대로서의 극장섬' 만들고 싶어"

"중국 투자에 부정적 아니다...환경 보호, 투자 균형, 지속가능성이 투자 3원칙"

원희룡 제주지사는 5일 정치 인생의 목표에 대해 "저는 제 스스로의 인생과 속해 있는 공동체를 위해 매순간 '완전 연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인터뷰= 염영남 데일리한국 편집국장 mount3232@naver.com / 정리= 김종민 기자] 원희룡(51) 제주지사는 5일 정치 인생의 목표에 대해 "저는 제 스스로의 인생과 속해 있는 공동체를 위해 매순간 '완전 연소'가 됐으면 한다"면서 "망설이며 우물쭈물하다가 매캐한 연기가 솟아오르는 후회스러운 상황은 마주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이날 서울 시내 한 사무실에서 가진 <데일리한국>과의 인터뷰에서 "한번 태어난 삶을 소중하고 가치 있게 보내고 가고 싶다는 점은 다들 마찬가지일 것"이라면서 "제겐 지금 공적인 영역의 소임이 주어져 있으므로 스스로를 불꽃으로 활활 태워 완전히 연소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도정을 맡은 지 6개월이 지난 현재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에 대해 "제주의 기존 관행, 이른바 '우리끼리 문화'에 변화와 화합이라는 가치를 조화시켜 개선해 나가는 것"이라며 "적응과 도전을 병행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예산 등의 문제로 도의회와 갈등 양상을 빚는 것과 관련, "논란을 무마시키는 것보다 갈등이 생기더라도 공정하고 합리적인 조정 과정을 거쳐 낡은 관행을 고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이어 "제주의 핵심 가치는 청정자연이기에 자연에 문화를 접목시켜 제주 전체를 하나의 '지붕 없는 미술관'과 문화·예술 무대로서의 '극장섬' 으로 만들도록 하겠다"면서 "국경을 넘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불러들여 도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 계획"이라는 '미래 제주 청사진'도 제시했다.

여권의 대선주자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원 지사는 차기 대선 출마 여부 관련 질문에 대해선 "작년 지방선거에 나설 때 당선되면 주어진 임기 4년 동안 다른 데 눈길 주지 않고 충실히 해서 도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고 평가받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면서 "2018년 임기 마무리까지 제주도정에만 전념하겠다"고 답했다. 다음은 원 지사와의 일문일답.

-최근 여론조사로 17개 시·도지사 직무수행을 평가한 결과 61%의 긍정 평가 지지율을 얻어 3위를 기록했다.

"제주도민들 입장에서 볼 땐 저에게 여러가지 기대가 있어서 그런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제가 도정을 맡은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중앙 정치권 출신이니 좀 영향력을 발휘해서 그동안 애로로 느꼈던 부분들에 대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까 하는 능력에 대한 기대, 변화에 대한 기대를 접지 않고 지켜봐주시는 것 같다."

- 지사 취임 6개월이 지났다. 그간의 공과를 스스로 평가한다면.

"우선 난개발 및 외국자본 투자 부분과 관련해 큰 가닥을 잡은 것을 꼽을 수 있다. 만약 과감하게 그 부분에 대해 노력하지 않았다면 도정의 다른 분야에 대해 방향성을 잡거나 신뢰를 얻기가 상당히 어렵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미 초고층 건축 허가를 받았던 드림타워 사업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한 것도 나름 큰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 결과가 도민들뿐 아니라 국민들의 호응을 얻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은 제주의 기존 관행들, 특히 이른바 '우리끼리 문화'에 변화와 화합이라는 가치를 어떻게 조화시켜야 할 것인가에 대해선 아직도 적응과 도전을 병행하고 있다." (드림타워는 당초 218m 56층 쌍둥이 빌딩으로 허가받았으나 '교통 유발 대책이 미비하다'는 원 지사의 문제 제기로 168m 38층으로 계획이 축소 변경됐다.)

- 해군관사 건설 문제로 군과 주민이 갈등을 빚고 있는 양상이다. 해결 방안은.

"강정마을 해군관사를 기지 외부에 지으라고 해서 논란이 되는 것처럼 비치고 있는데, 해군 측은 기혼자 숙소 320 가구를 기지 외부에 짓기로 했고, 72 가구를 기지 내부에 두겠다고 하는 상황이다. 해군 측에 주민들과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하지 말고, 다른 주변의 대규모 공동주택단지 내 아파트를 매입하든지 새로 신축하든지 하는 대안을 갖고 합리적으로 풀어가자고 하면서 입장을 좁히고 있다."

- 원 지사가 호텔 건설과 카지노 사업 추진에 제동을 거는 등 중국 투자에 부정적인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이에 중국에 가서 주요 인사들을 만나 제주 투자 유치 방안을 설명했다던데.

"최근 중국을 방문해 오해를 많이 풀었다고 본다. 중국 언론에선 제가 정치인으로서의 인기를 의식해 제도에 대한 신뢰나 국제적 신용을 언제든지 바꾸려 한다는 불만과 걱정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에 중국을 방문해 현지 언론과 관계자들을 접하고 제주의 투자 원칙은 환경보호, 투자 부문 간의 균형, 지속 가능한 미래 가치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저의 진정성을 호소했고 반응도 좋았다. 특히 중국 측에 세 가지 원칙은 중국 측의 투자뿐 아니라 모든 투자에 적용되는 것이란 점을 얘기한 것이 주효했다. 난개발에 제동이 걸린 대상이 중국 기업보다 한국 기업들이 훨씬 많다는 점을 실제적으로 제시하면서 중국을 겨냥한 정책을 펴는 게 아니란 점을 강조했다. 제주에 투자한 중국 기업의 성공은 제주의 국제적 가치와도 직결되기에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도정을 맡은지 6개월이 지난 현재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에 대해 "제주의 기존 관행, 이른바 '우리끼리 문화'에 변화와 화합이라는 가치를 조화시켜 개선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 제주 지역의 카지노 사업 추진을 둘러싸고 논란이 있다. 어떤 방향성을 갖고 있는가.

"이미 제주도엔 8개의 카지노가 있다. 하지만 규모도 영세하고 경영 구조가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그러다보니 국제적 이미지조차 좋은 편이 아니다. 도 차원에서 인위적으로 어떻게 할 수는 없지만, 국제적 수준의 신용도를 갖추고 철저하고 투명한 관리 감독을 받는 카지노를 2, 3개 정도 운영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 활성화 차원에서도 나머지 카지노들은 흡수나 구조조정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세수 효과를 극대화하고 고용 등 지역경제 공헌도를 최대한 높일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3~5년 정도는 더 걸릴 것으로 본다. 기본적으로 카지노에 대한 관광·경제적 의존도가 높아서는 안된다는 입장이지만 복합 리조트의 한 요소로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올해 들어 도 자체에서는 카지노의 투명한 운영을 위한 감독기구 마련을 추진 중이다. 중앙정부에선 법적·제도적 정비를 하고 있다. 중앙과 협업하면서 우려하는 일들이 없도록 관리해갈 생각이다."

- 도의회가 도 예산을 1,680억원이나 삭감하는 등 도와 도의회 사이에 갈등을 빚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좋은 게 좋은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논란을 무마시키는 것보다 갈등이 생기더라도 공정하고 합리적인 조정 과정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의회에선 일방적 증액 관행이 남아 있는데 의원들이 임의대로 예산을 넣겠다는 생각은 없어져야 한다. 욕을 좀 더 먹는 한이 있더라도 이 부분은 일관되게 개혁하고자 한다. 일각에선 내가 '도의회가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했다고 보도했는데, 그게 아니라 도의회의 일방적인 증액 관행 등이 개혁 과제라고 지적한 것이다. 갈등도 소통과 타협을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부분에서는 의회와 새로운 신뢰 기반 속에 상생과 협력을 위해 힘쓸 것이다."

- 앞으로 제주의 종합 발전을 위해 어떤 부분에 집중할 계획인가.

"제주의 핵심 가치는 청정자연이라고 본다. 이를 중심으로 체류형·휴양형 관광을 육성해 나가려고 하는데 자연만 가지고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 문화가 접목돼야 한다. 제주 전체를 하나의 '지붕 없는 미술관'과 '문화·예술 무대로서의 극장섬' 으로 만들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국경을 넘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이고, 이들과 도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 돼야 한다. 예산의 3%를 문화·예술에 투자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 따른 것이다. 또 상하이에서 50분 거리에 있는 등 입지적으로 중국과 가깝다는 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새롭게 지어질 공항의 기능을 강화해 금융·물류허브로서의 역할을 갖추려 한다."

- 구체적으로 제주공항을 어떻게 활용하고 싶은가.

"제주공항을 지방 공항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전략적 공항으로 이용해야 한다. 컨벤션, 엔터테인먼트 등의 기능을 갖춘 복합적인 '에어시티'로서의 역할과 함께, 입국장 안 대한민국의 금융·조세 제도에서 자유로운 대규모 보세구역을 만들어 '프리포트'(free port)로서의 역할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물론 그로 인한 이익은 국가에 돌아가야 하고, 도는 지방세의 추가 확보와 고용 창출 등 부가적 혜택을 얻으면 된다. 새로운 공항 착공 시기가 2021년으로 예상되는데, 늦은 감이 있다. 사업 기간이 최대한 단축돼야 한다."

- '청정 제주'를 위해 환경 문제에서 전기차 이용 확대를 목표로 제시했는데.

"올해 1,500대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정부와 도에서 보조금이 나가지만 재정 문제 때문에 결국엔 한계가 있다. 전기차 초기 구입 비용을 더 낮추기 위한 다른 방안들을 구체화하고 있다. 차량을 리스 방식으로 이용케 하거나, 일부 부품만 구입해도 전기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획기적 방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택시, 렌터카 등의 비즈니스 모델 창출과 폐배터리 활용 방안 등도 함께 모색 중이다. 정부와 민간 기업들과 함께 TF를 구성해 제주를 글로벌 전기자동차의 메카로 만들어 나가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 4·3 위령제에 박근혜 대통령의 참석을 건의했다는데, 긍정 검토 등의 답이 왔는지.

"청와대나 정부에서 진지하게 노력하고 검토하고 있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

- 정치권 이야기를 해보자. 3선의 국회의원에서 지사가 됐는데 어떤 점이 가장 크게 달라졌는가.

"지사는 모든 도정에 대해 직접 책임을 진다. 결정과 행위의 결과가 가시적으로 나오는 것에 대한 책임감이나 업무 추진의 집중도 등이 의원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무게가 다르다. 그러다 보니 국회의원 때보다 훨씬 자유가 없다. 또 다양한 이해관계집단들을 직접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눈코 뜰 새가 없다. 노동 강도가 훨씬 더 세다고 느껴진다."

-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에게 한마디 한다면.

"소통 문제에 대한 각계 지적과 관련해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자신은 사심없이 열심히 일하는데 여기저기서 비판이 나오니 얼마나 야속하고 억울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국민은 비판할 권리가 있다. 불만을 표출하는 것은 민주국가에서 국민의 기본권이다. 국민은 영원히 불만족할 권리가 있다고도 한다. 또 당청 간에 설사 견해가 다르고 서로를 충족시킬 수 없어 마주하기 불편하더라도 한 방향을 향해 같이 가고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확인시켜줄 필요가 있다. 그러한 점에서 앞으로 서로 더 자주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저는 제 스스로의 인생과 속해 있는 공동체를 위해 매순간 '완전연소' 됐으면 한다. 처한 환경에 따라 표출되는 모습은 다르겠지만 한번 태어난 삶을 소중하고 가치 있게 보내고 가고 싶다는 점은 다들 마찬가지일 것이다. 제겐 지금 공적인 영역의 소임이 주어져 있다. 현재를 미래를 위한 징검다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제 스스로를 불꽃으로 활활 태워 완전히 연소시키고 싶다. 망설이고 우물쭈물하다가 후회하며 매캐한 연기가 솟아오르는 상황은 마주하고 싶지 않다.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이같은 점을 상기하며 출발점에서 다시 풀어나가자고 스스로를 추스르곤 한다."

■원희룡 제주지사 프로필
제주일고, 서울대 법대- 사법시험 합격- 검사, 변호사- 16, 17, 18대 국회의원(서울 양천 갑) -한나라당 쇄신특위위원장, 최고위원, 사무총장- 제주도지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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