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호남 총리 발언 왜곡하며 지역주의 조장하는 나쁜 정치"
朴 "참여정부 시절 호남 인사들 다 잘라… 진실성 없어보여"
호남 표심 얻으면 전대 경쟁서 유리하다는 판단 작용한 듯

문재인(왼쪽) 후보와 박지원 후보가 이번엔 가장 민감한 '호남홀대론'을 놓고 마지막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당 대표 도전에 나선 문재인 박지원 이인영 세 후보간 신경전이 더욱 불을 뿜고 있다. 그간 빅2로 분류되는 문 후보와 박 후보는 당권-대권분리 주장과 호남총리 발언 등을 놓고 다퉈왔지만 이번엔 가장 민감한 '호남홀대론'을 놓고 마지막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세 후보들은 29일 방송3사 공동 주최로 열린 전국 방송 토론회에서 그간 자제하던 지역주의와 계파주의를 꺼내 들고 한바탕 격돌했다. 문 후보가 먼저 호남홀대론을 거론했다. 최근 ‘호남총리’ 발언 실수로 박 후보의 거센 공격을 받은 터라 선수를 친 것이다. 문 후보는 일단 "충청 민심에는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이면서 발언의 의도를 재차 밝혔다. 그는 “박근혜정부처럼 인사편중이 심한 적은 없었다. 이번 총리 인사도 국민통합과는 거리가 멀다”면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호남 출신 장관을 배출해야 했다고 했는데 박 후보는 왜 날 비난하나”라고 따졌다. 그러면서 "저는 세종시를 만드는 데 중심 역할을 하는 등 충청 발전에 앞장섰는데 박 후보가 호남총리 발언의 의도를 왜곡하고 지역주의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 후보의 지역주의 공격은) 새누리당의 논리와 똑같은데다 여당의 논리를 그대로 따르는 ‘나쁜 정치’를 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그러자 박 후보는 “문 후보가 진실성이 없다는 걸 지적한 거다”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그런 인사를 할 때 과거 2년 반 동안 한 번이라도 강하게 짚어봤느냐”라고 비꼬았다. 박 후보는 이에 더해 “문 후보가 참여정부 비서실장일 때 호남 인사(안)가 올라가면 다 잘라버렸다”면서 “그때 잘 했으면 얼마나 좋았겠나”라고 문 후보를 몰아붙였다. 이에 문 후보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박 후보는 아랑곳않고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참여정부 당시 인사 수석들이 ‘우리가 호남 인사를 추천하면 문 후보가 잘랐다’란 말을 했다”며 “문 후보는 호남에 와서 이와 관련 사과도 하지 않았느냐”라고 공격했다. 박 후보는 계파 문제에 대해서도 "지난 총선에서도 친노가 공천을 다 했다"며 "그 후 친노 수장으로서 뭘 했나"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문 후보는 "왜 남 탓을 하나. 계속 친노·비노 얘기만 하는데, 분열의 언어를 중단하라"고 반박했다.

두 후보는 대선패배 책임론의 연장선상으로 정체성과 관련해 색깔론 공방도 이어갔다. 박 후보가 먼저 "지난 대선 때 친노들이 지나치게 좌클릭해서 패했다"며 "문 후보가 TV 토론에서 박근혜 후보를 공격하는 이정희 후보에게 제동을 걸었다면 대선에서 승리했을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자 문 후보는 "대선 때 통진당과의 연대는 없었다. 우리 당의 정체성은 중도개혁"이라고 반박하며 "색깔론으로 가장 시달린 분이 김대중 대통령인데, 박 후보가 색깔론을 제기하는 건 당을 해치는 자해행위"라고 날을 세웠다. 정치 경력을 두고도 맞붙었다. 박 후보는 “문 후보가 박 대통령과 김 대표, 이완구 총리 후보자를 상대하기엔 정치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하자 문 후보는 “박 후보는 관록과 김 대표 등과의 호흡을 자랑하지만 당의 변화와 혁신은 그간 이뤄지지 않았다”고 받아쳤다.

이처럼 이날 토론회가 호남 홀대론을 비롯한 지역주의, 계파주의, 민감한 색깔론 등 시종일관 자극적인 소재 공방으로 흐른 데는 두 후보 모두 당 핵심 기반인 호남의 지지를 등에 업으면 확실한 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수도권 당원들 중에도 호남 출신이 많기 때문에 호남민심을 차지하는 건 경쟁에서 상당한 파괴력을 발휘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들의 전략이 실제 전대에서 얼마만큼 통할지는 미지수다. 대대로 될 사람을 지지하는 전략적 선택을 해온 호남 표심의 특성 때문이다. 이와 관련 당의 한 관계자는 “이번 전대에서도 호남의 표심이 전략적으로 표출될 지는 알 수 없지만 호남의 또 다른 분위기는 더 이상 거수기 노릇을 할 수는 없다라는 것”이라며 “전략적 선택 흐름이 작용된다면 호남 홀대론도 별 영향력을 미미치 못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 반대라면 승부는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 후보는 이날 양측의 신경전이 격해지자 두 후보와 선을 분명히 긋고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는 "자칫 새누리당의 이간책에 말려 여당만 만세를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후보는 국회 회견에서도 "옛날 일을 꺼내며 자멸해서는 안 된다"며 "정쟁을 계속한다면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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