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무겁다" 차남 공개검증 자처하며 심정 밝혀

야당의 타깃은 차남 병역 의혹이 아니라 부동산 투기에

청문회 통과 낙관했던 이 후보자 측도 여론 추이에 촉각

사진=연합뉴스TV 방송화면 캡처
[데일리한국 김종민 기자]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29일 차남의 병역면제 의혹과 관련해 공개검증 입장을 밝히면서 "장가도 안 간 자식의 신체부위를 공개하면서까지 내가 비정한 아버지가 됐나, 공직에 가기 위해 비정한 아버지가 됐나 하는 생각 때문에 마음이 많이 아프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 후보자는 이날 오전 출근길에서 "오늘은 마음이 무겁다"며 말문을 연 뒤 이날 오후 서울대병원에서 차남의 병역 의혹과 관련된 공개검증을 자처했다. 이 같은 결정은 최근 이어지는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지는 와중에 적어도 차남의 병역 문제만큼이라도 확실하게 의혹을 해소하려는 취지로 분석된다. 실제 이 후보자의 차남은 이날 서울대병원에서 정밀 진단을 받았다. X레이 촬영 결과 전방십자인대 재건수술을 받은 것이 확실하다는 결과나 나왔다.

하지만 이미 야당의 타깃은 부동산 쪽에 맞춰져 있다. 경기도 분당의 토지 구입 과정뿐만 아니라 강남의 고급아파트 매매와 관련한 투기 의혹이 추가로 불거지면서다. 이 후보자는 지명 직후부터 차남에 증여한 토지가 투기 목적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직접 간담회를 열거나 상세자료를 제시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전날 이 후보자가 토지 매입 단계부터 직접 관여했다는 증언이 보도되자 이 후보자는 평소와 달리 오후에야 집무실로 출근했고 직접 의혹을 해명하는 대신 청문회 준비단을 통해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했다.

여기에다 한 신문은 이날 이 후보자가 2003년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를 사고파는 과정에서 다운계약서를 작성하고 거액의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인사청문요청안과 2003∼2004년 공직자 재산신고 현황 등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2003년 타워팰리스를 6억2,000만원에 매입했다고 신고했지만, 당시 실거래가인 10억원대에 한참 못미친다는 점에서 다운계약서 작성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또한 타워팰리스 매입후 6개월이 지난 시점에 같은 가격에 되판 것으로 돼있고, 당시 타워팰리스 시세를 감안하면 억대의 매매차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수천만원 상당의 양도세 탈루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준비단은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다운계약서 작성의혹은 공직자 재산신고 과정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혀 사실이 아니고, 양도세 역시 정상적으로 납부했다"며 해당언론에 대해 언론중재위 제소를 포함한 법적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토지와 아파트 거래 과정에서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투기 의혹이 확산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야당 역시 현역의원이자 여당 원내대표 출신인 이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부담스러워하던 분위기에서 이제는 철저한 검증을 공언하며 '강공모드'로 돌아섰다. 이날 열린 당 원내정책조정회의 공개 부분에서는 아무도 이 후보자 의혹을 언급하지 않아 여야 원내협상의 파트너로서 호흡을 맞췄던 이 후보자에 대해 여전히 너그러운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애초 청문회 통과를 낙관했던 이 후보자 측도 여론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편으로는 계속되는 투기 의혹에 대해 명쾌한 해명을 하지 못한다면 병역 공개검증이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으로 열흘 이상 남은 청문회 일정을 고려하면 추가적인 투기 의혹이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으며, 이 경우 병역 공개검증은 여론반전에 별다른 도움이 안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야당은 또 이 후보자가 1980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설치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서 근무한 이력에 대해서도 검증을 벼르고 있다. 아울러 정책 분야에서도 책임총리로서 대통령을 견제하고 국민 여론을 가감없이 전달할 수 있을 것인지, 개헌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등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준비단 관계자는 "추가 의혹이 있을 경우 상세자료를 공개하는 등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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