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북한 정권 붕괴' 발언 직후 한미관계 이간, 남남 갈등 노린 것"

"대화 압박과 무력 시위 가능성 염두에 둔 양면전략...단순 엄포 아니다"

"우리의 대북정책 원칙 전환도 노려...정부는 원칙 지키고 안보 강화해야"

전옥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데일리한국 김종민 기자] 북한은 25일 국방위 정책국 제안을 통해 우리 정부가 자신들의 남북대화 제안을 경제적 어려움이나 국제적 고립 탈피용 등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오판하거나 왜곡·우롱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국방위는 이어 "(남조선 당국이) 북남관계에서의 대전환, 대변혁을 위한 역사적 조치들에 계속 도전해 나서는 경우 단호한 징벌로 다스려나갈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이 이같이 위협한 배경을 놓고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남측을 겨냥한 무력 시위 암시' '대화 추진에 무게' 등의 엇갈린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전옥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는 "북한의 전형적인 벼랑끝 전술로 한미 간의 이간과 남남 갈등을 노린 것"이라며 "우리 정부를 겨냥한 대화 압박과 무력 시위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둔 앙면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국가정보원 차장을 지낸 전 교수는 이날 데일리한국과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북한 정권은 결국 무너질 것'이라고 말한데다 우리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을 5·24 제재 조치 해제와 연계한 것이 유감'이라고 발표한 것을 의식한 북한이 한미관계를 이간질하기 위해 이같은 위협 전략을 구사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앞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진행된 유튜브 스타 행크 그린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라며 “북한 정권은 결국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북한 붕괴’ 발언은 북한의 소니픽쳐스 해킹 사건 이후 미국이 발표한 대북 제재의 효과에 대해 설명하면서 나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은 그들의 국민들을 먹여 살릴 수 없을 것”이라며 “북한의 붕괴는 군사적 개입을 통해서가 아니라 인터넷과 같은 방법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전 교수와의 일문일답.

-북한은 자신들의 대화 제안에 대해 "남측이 계속 왜곡·우롱한다면 단호한 징벌로 다스릴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같이 위협한 이유와 배경은 무엇인가.

"한미 간의 이간과 남남 갈등을 노리는 북한 당국의 전형적인 벼랑끝 전술로 봐야 한다.또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원칙 전환을 유도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어떤 점에서 한미 당국 간의 이간을 노린 것으로 보는가.

"미국은 북한의 소니 해킹과 대미 위협 성명에도 불구하고 계속 세게 치고 나가고 있다. 또 강력한 대북 제재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우리 시간으로 23일 '북한 정권은 무너질 것'이라고 강하게 발언했다. 북한 국방위 정책국의 입장 발표는 오바마의 발언에 대한 대응으로 볼 수도 있다. 미국의 압박에 대해 정면 대응하는 것은 부담스럽기 때문에 한국을 위협하고 압박해 미국의 입장에 제동을 걸려는 것이다. 미국에 대한 불만과 두려움 때문에 오히려 다른 쪽을 겨냥하는 전술을 구사한 것이다. 결국 한미 당국 간의 틈새를 노리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남남 갈등을 노렸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북한은 우리 정부가 5.24 대북 제재 조치 해제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우리의 대북 정책 원칙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발언한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 정부가 남북 대화 추진을 위해 기존 입장을 재검토하고 있다. 북한은 이같은 분위기를 간파해 우리 정부를 겨냥해 대화를 압박하고 무력 대응 위협을 하면 우리의 대북 정책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대치 상황이 계속되면 우리 사회의 진보 세력과 대화론자들 사이에서 우리 정부의 자세에 책임을 돌리려는 소리들이 나올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남남 갈등을 노린 포석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이번 입장 표명에는 무력 위협과 대화 추진 등 양 측면이 들어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수십년 간 대남 전략을 맡아온 북한 당국자들의 전략전술을 간단히 보면 안된다. 그들은 복합적인 양면 전략을 구사한다. 이번 입장 표명에는 대화 압박과 무력 시위 의사가 모두 들어 있다. 물론 북한은 우리의 대북 정책 변화 등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킬 수 있는 대화에는 응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자신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무력 시위를 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따라서 단순히 말 폭탄과 엄포로 봐서는 안된다. "

-그러면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는 게 바람직한가.

"우리 정부는 원칙대로 의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남북 대화의 문은 열어놓아야 하지만 우리의 대북 정책 원칙을 포기하면서까지 북한의 전략전술에 끌려가서는 안된다. 북핵 포기 등 우리의 대북 정책 원칙을 지키면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도할 수 있는 고도의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또 북한의 도발 위협이 단순한 엄포가 아니므로 이럴 때일수록 안보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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