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꿈은 국가 경영… 대선 도전 생각 있다"
"기업범죄 뿌리뽑으려면 기업인 풀어줘선 안 돼" 가석방 제동

"개천서 용 나는 사회 만들고 싶다… 부자에게 자유, 서민에게 기회를"

모처럼 만난 홍준표 경남지사는 과거 '홍반장'으로 불렸을 때처럼 거침이 없었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인터뷰= 김광덕 데일리한국 뉴스본부장/ 정리= 이선아 기자]

모처럼 만난 홍준표(61) 경남지사는 과거 '홍반장'으로 불렸을 때처럼 거침이 없었다. 무상급식 예산 지원 중단 선언 등 특유의 소신 행동으로 국민들의 시선을 집중시켜 '보수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홍 지사는 "정치인의 마지막 꿈은 국가를 경영하는 것"이라며 큰 꿈을 숨기지 않았다. 3년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셈이다. '대선에 도전하겠다는 뜻이냐'고 거듭 묻자 그는 피하지 않고 "그렇다"고 분명하게 대답했다. 홍 지사는 최근 여야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빅3' 바로 다음인 4위에 오르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홍 지사는 7일 오후 경남도청 집무실에서 데일리한국과 가진 인터뷰에서 경남 지역 사업을 설명한 뒤 중앙정치 무대로 화제를 옮겨 "대한민국 전체를 세탁기에 넣고 돌려 깨끗한 나라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신분이 대물림되는 시대로 가고 있는데,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하고, 그런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 여권의 주요 인사들이 기업인 가석방 필요성을 거론한데 대해선 "기업범죄를 뿌리뽑기 위해선 이제는 기업인들에게 관용을 베풀어 풀어줘선 안 된다"며 "재벌이라고 역차별을 해서도 안 되지만 특혜를 줘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홍 지사는 무상급식 예산 지원 중단 논란과 관련해선 "선출직이면 누구든 건드리는 것을 겁내는 문제"라며 "분명히 예산 문제가 있었음에도 아무도 말하지 않던 문제에 대해 한번 부딪쳐 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잘못된 일로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데,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고 목소리 톤을 높였다.

아울러 홍 지사는 경남도 역점 사업으로 꼽히는 '경남 미래 50년 전략 사업' 성공 의지를 밝히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복합 레저 시설이고, 아시아 최대 규모인 진해 글로벌 테마파크 추진 계획을 금년 6월쯤 매듭지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사전에 예상 질문을 주지 않은 채 1시간 여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홍 지사는 웃으면서 "아무 질문이나 다 하라"고 말했다.

-최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7.4%의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차기 대선주자 중 박원순 서울시장,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 이어 4위로 급부상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번에 정부가 지정한 국가산업단지 4곳 중 3곳이 경남에 있다. 바로 밀양 나노융합과 사천ㆍ진주의 항공, 거제의 해양플랜트 산단이다. 이들 산단은 내가 공약한 경남 미래 50년 전략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해온 곳이기도 하다. 이번에 국가 산단으로 지정되면서 도민들이 아주 기뻐했다. 도민들의 지지가 대선주자 지지율에 반영된 게 아닐까 싶다."

-지난해 11월 무상급식 예산 지원 중단을 선언해 '무상복지' 논쟁에 불을 붙이는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자기 목소리를 분명하게 내서 시선을 끌었다는 분석도 있는데.

"무상급식 문제는 잘못됐다고 생각해 정면으로 부딪쳐 본 것이다. 선출직 공직자는 무상급식 문제 등을 건드리는 것을 두려워 한다. 공짜로 먹던 밥에 어느 순간부터 돈을 내야 한다면 좋아할 국민은 없다. 하지만 분명 예산 문제가 있기에 문제 제기를 했고,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다. 돈이 충분한 집의 자녀에게까지 무상급식을 제공할 필요는 없다. 상당수 여론조사에서도 무상급식의 경우 선별적 복지가 낫다는 결과들이 나왔다."

-최근 최구식 전 의원을 정무부지사로 발탁한 배경은 무엇인가.

"2011년 내가 한나라당 대표를 지낼 때 당 홍보기획본부장을 맡았던 최구식 전 의원은 '디도스 사건' 당시 아무런 관련이 없었음에도 비서 등이 관련돼 이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책임을 지고 억울하게 물러났기 때문에 최 전 의원에게 다시 기회를 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정무부지사로 등용해 차기 총선에서 나설 기회를 주고 싶었다. 또 조진래 전 의원은 정무특보로 임명했다. 두 사람 기용은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란 말이 의미심장한 것 같은데.

"모든 정치인의 마지막 꿈은 국가를 경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렇다."

- 차기 대선에 도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되는가.

"그렇다."

무상급식 논란 등에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우리 사회의 주요 쟁점과 현안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 논란을 낳기도 했다. 우선 무상급식 예산 지원을 꼭 중단했어야 했는가.

"외국의 무상급식 사례를 분석해보면 미국 초중고 전체의 48%, 일본의 1.7% 정도 비율이다. 북유럽만 100% 무상급식 및 무상교육을 시행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북유럽은 수입의 절반은 세금으로 낸다. 담세율이 50%가 넘는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담세율이 20%도 안 된다. 매년 2조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데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이 충분한 재정 여건을 검토하지 않은 채 추진해 부작용이 속출하는 게 현실이다. 사정이 어려운 아이에겐 필요하지만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아이까지 무상급식을 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래서 선별적·맞춤형 복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신 그 예산으로 어려운 계층의 아이를 교육하는 것을 적극 지원하겠다. 돈이 없어도 똑같이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아직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진주의료원 폐업 문제 역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경남에선 지난 14년 동안 도의회 등에서 진주의료원 존폐 문제가 거론됐다. 내가 도지사로 오면서 갑자기 이 문제를 걸고넘어진 게 아니다. 진주의료원은 '강성 귀족 노조의 해방구'로 전락한 지 오래 됐다. 의사, 간호사 등 직원 200명에 하루 외래환자 200여명으로 직원 한 명이 한 명의 환자를 돌보는 셈인데, 자신들의 밥그릇 챙기자고 십수 년 간 병원 인사 문제 등 경영구조 개선을 가로막아 왔다. 강성 귀족 노조가 병원을 점령하고 있어서 공공의료기관으로서 힘을 상실한 상태였다.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 경남·진주 시민대책위원회가 올해 상반기에 경남도로부터 주민투표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를 발급받아 의료원 재개원 주민투표 청구를 위한 14만 서명운동에 들어간다고 하지만, 서명 받아와도 주민투표는 하지 않을 것이다. 주민투표 실시 여부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재량이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표'로 먹고 사는 정치인으로서 무모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언행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는데.

"그런 지적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잘못된 일로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데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 예산은 부족한 상황에서 몇몇 정치인들은 '공짜'를 공약으로 외치고 국민의 환심을 산다. 그러고서 4년이 지나면 빚만 쌓아놓은 채 나가버린다. 예산이 부족한 현실을 국민에게 알려주고 '상황이 이런데도 공짜로 하자는 것이냐'고 물어봐야 한다. 우리 후손들을 생각한다면 대다수 국민이 무상복지가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납득할 것이다."

진해에 글로벌 테마파크 조성 계획…세계 최고 수준, 아시아 최대 규모

-경남도의 올해 역점 사업으로 꼽히는 진해 글로벌 테마파크 등 '경남 미래 50년 전략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경남 미래 50년 사업 분야 30건에는 진해 글로벌 테마파크 조성, 마산로봇랜드·로봇비즈니스벨트 조성, 나노융합 국가산업단지 조성, 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지 조성, 창원산단 구조 고도화, 부경과학기술원 설립 등이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진해 글로벌 테마파크 조성은 지난해 6월과 7월에 미국의 21세기폭스, 호주의 빌리지 로드쇼와 잇따라 양해각서(MOU)를 교환해 속도를 내고 있다. 진해 글로벌 테마파크는 진해 웅동 지역에 약 2.85㎢(86만평) 규모로 테마파크, 6성급호텔, 카지노, 국제회의시설, 프리미엄아울렛, 골프장, 리조트 등이 들어서는 것으로 아시아 최대 규모로 예상한다. 금년 6월쯤 테마파크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경남 지역 세 곳이 한꺼번에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됐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많이 도와주셨다고 생각한다. 밀양 나노융합과 사천ㆍ진주의 항공, 거제의 해양플랜트 산단이 국가산단으로 지정되면 대한민국의 신성장동력으로 창조경제의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박근혜정부의 국정운영 전략인 '창조경제'와 경남도의 50년 미래 전략 사업이 맞물려 이 같은 결과를 낳았다. 박근혜정부 집권 초부터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들을 설득해 왔다. 2년 간의 노력 끝에 지난달 17일 3곳이 선정됐다."

-기업인 가석방 문제에 대해 여권의 주요 인사들과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역대 정권을 돌이켜봤을 때 기업인들이 비리를 저지른 후 제대로 형 집행을 한 적이 없다. 언제나 결국에는 경제 회복을 이유로 풀어줬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기업 대표들이 범죄를 저지를 만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 같다. 재벌 총수들의 개인 지분율이 3%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상 편법으로 순환출자를 통해 기업을 운영하며 재벌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인데, 회사 돈을 자기 돈인 양 생색내고 비리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았다. 또 일반인들과의 차별 문제도 있다. 일반인이 가석방되려면 형기의 70~80% 이상 복역해야 한다. 기업인이라는 이유로 역차별해서도 안 되지만 기업인에게만 특혜를 줘서도 안 된다. 이제는 반드시 기업 범죄를 뿌리 뽑아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기업인들에게 관용을 베풀어 일찍 풀어줘선 안 된다."

-이명박정부 당시 국회의원을 지낼 때 사석에서 "대한민국을 세탁기에 넣어 돌리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국가 부패에 관용을 베풀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과거보다 부패가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아직도 한국은 부패 때문에 많이 흔들리고 있다. 부패공화국이란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법 집행이 무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기업 범죄에 대해 무관용을 견지하자고 말하는 것은 이런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MB정부 때 내게 법무부 장관을 시켜준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당시에 '만약 법무부 장관이 되면 나라 전체를 세탁기에 넣고 돌리면 좋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여전히 우리나라를 깨끗한 나라를 만들고 싶은 생각을 갖고 있다. 부패가 없는 깨끗한 대한민국이 돼야 선진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박근혜 정부 지난 2년 간 실적 없다… 3년 차부터는 성과 내야

-중앙의 여야 정치권과 박근혜 대통령에게 주문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우선 여권의 결집력이 필요할 것 같다. 박근혜정부 들어와서 지난 2년 동안 제대로 한 일이 뭐가 있나 생각해 보니 국가 관리를 한 것 이외에는 제대로 된 실적이 없다. 경제가 좋아진 것도 아니고 아직도 회복될 기미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정부 3년차를 맞는 만큼 이제부터라도 여권이 집중력을 발휘해 일을 해야 할 때다. 야당은 무조건 반대하는 풍토를 접어야 한다. 여당이 잘하는 부분은 인정하고 못하면 질타하면 된다. 사사건건 반대하고 시비를 건다면 국민들도 야당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새해에는 여야 모두 힘을 합쳐 일하는 대한민국으로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일부 참모진의 틀에 갇혀 있는 것 같은데 좀 벗어나야 할 것 같다. 새해부터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 임기 5년 중 지난 2년을 허비했는데, 올해부터 국정에 집중력을 높이고 뭔가 보여줘야 한다. 한국 최초의 여성대통령인 만큼 국민이 거는 기대가 크므로 이에 걸맞은 업적을 남겨야 하지 않을까 싶다."

-홍 지사는 가난을 극복하고 성공한 소위 '개천에서 용 난' 사례의 전형으로 꼽힌다.

"이런 얘기를 꺼내면 일각에서 '또 가난 마케팅이냐'며 비아냥댄다. 다만 현 시점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우리나라는 부의 대물림 시대를 넘어 신분이 대물림되고 있는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회구조로는 가난한 부모의 자녀는 영원히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사회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사법고시도 없어지는 마당에 점점 어려운 계층의 자녀들이 성공할 수 있는 문이 좁아지고 있다. 내 슬로건은 '부자에게 자유를, 서민에게 기회를'이다. 부자들은 번 돈을 자유롭게 쓰고 단지 세금만 제대로 내면 된다. 국민의 4대 의무만 지켜주면 된다. 국가가 그 세금으로 어려운 계층을 더 도우면 된다. 성공할 수 있는 길을 터주면 된다. 과거에는 가난한 수재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드물다. 빈곤의 악순환이 지속되다 보면 이 나라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고, 이는 한국경제의 뇌관이 될 것이다."

-대구·경북과도 연고가 있다는 말이 있는데.

"태어난 곳은 경남 창녕인데, 대구에서 초·중·고를 나와서 그렇다. 대구·경북 사람들은 대부분 내가 대구 사람인 줄 알지만 태어난 곳은 경남이 맞다."

-넥타이, 와이셔츠뿐 아니라 속옷도 붉은 색 계열만 입는다는 얘기가 있다.

"홍가(洪家)라서 그렇다." (웃음)

-저녁 모임 중에도 밤 10시 전에는 늘 집에 가는 모습을 보이던데, 왜 그런가.

"집에서 저녁 11시 전에 들어오라고 하니까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일 뿐이다. 집사람이 야단치면 힘들고 다음날 아침밥을 안 준다. 어린 시절 하도 굶고 자라서 그런지 아내한테 밥 못 얻어먹는 게 제일 겁난다." (웃음)

■ 홍준표 경남지사 프로필

1954년 경남 창녕 출생- 대구 영남중·영남고, 고려대 법대 졸업- 사법시험(24회) 합격- 청주·울산·광주·서울지검 검사- 15·16·17·18대 국회의원-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한나라당 원내대표- 한나라당 대표- 경남지사(2012년 12월~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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