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명 개정은 안철수 의원 보고 나가라는 말"

"친노의 반발 무서웠다면 출마하지 않았을 것"

"이회창씨의 두 번 대선 패배를 타산지석 삼아야"

박주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예비경선(컷오프)을 하루 앞둔 6일 데일리한국과의 인터뷰에서 "계파 수장이 계파를 청산하겠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문재인 의원 등을 또다시 겨냥했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데일리한국 이선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경선에 출사표를 던진 박주선 의원(65·광주 동구·3선)은 '빅2'로 불리는 문재인·박지원 후보를 겨냥해 연일 강도 높은 비판을 가하며 시선을 끌고 있다. 예비후보 5명(문재인·박지원·이인영·조경태·박주선) 중 가장 늦게 출마를 선언한 박 의원은 '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등 비노진영과 중도파의 지지를 받고 있어서 '빅2' 후보 외의 남은 한 장 예선 티켓을 거머쥘지 주목된다. 예비경선(컷오프)을 하루 앞둔 6일 데일리한국과 가진 인터뷰에서 박 후보는 "계파 수장이 계파를 청산하겠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문재인 후보 등을 또다시 겨냥했다. 그는 이어 "가장 늦게 출마를 선언해 그동안 바쁘게 준비해 왔지만 국민과 당원의 심판 아래 컷오프를 비롯해 본선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다음은 박 의원과의 일문일답.

-당권에 도전하는 이유와 출마 배경은.

"정치적 자산이 없는 내가 국민과 당원 앞에 나선 이유는 '위기에 놓인 야권'의 운명을 새롭게 개척하기 위해서다. 당의 고질병인 '계파 정치'는 지금도 여전하다. 분열ㆍ계파 갈등과 같은 당의 혼돈과 방황의 역사 속에서 반사이익을 얻은 것은 보수정권이고, 피해를 본 것은 국민들이다. 등 돌린 국민들의 마음이 우리 당에 돌아오도록 이제는 변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계파에서 자유롭고 사심 없이 당에 헌신할 수 있는 리더십을 지닌 인물이 필요하다. 나처럼 계파에 소속되지 않고 선당후사 정신을 갖고 있는 사람만이 새정치민주연합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 출마하게 됐다."

-'빅2'로 불리는 문재인-박지원 후보를 '망2'라고 지칭했는데.

"양강 구도는 언론이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하다. 현재 경쟁 관계에 있는 문재인·박지원 두 후보는 3년 전 소위 '이-박-문(이해찬-박지원-문재인) 연대'로 당을 분열시키고 절호의 정권교체 기회를 날려보낸 '공범'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두 후보가 실패에 대한 반성 대신 나란히 나와서 정치평론가인양 이런저런 당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당을 바꾸겠다고 하는 모습이 참 아이러니하다. 지금 중도개혁 성향의 의원들이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비서실장들 싸움으로 인해 계파 전쟁으로 당이 찢어지고 갈라질까 걱정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친노·비노 등 계파주의에 대한 논란과 우려가 크다.

"계파적 이해 관계가 없는 새로운 리더십만이 이같은 계파주의를 청산할 수 있다. 자신을 당 대표로 뽑아준 계파의 수장이 계파를 청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계파 청산의 시작은 '원칙에 의한 공천'에서 시작된다. 당 대표 취임과 동시에 '공천제도개혁위원회'를 신설해 당원과 국민 여론이 수렴되는,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 방안을 만들 것이다. 2016년 총선 공천방식은 늦어도 2015년 12월까지 확정해 참신성과 전문성, 도덕성을 갖춘 인물들을 투명하게 공천해서 정권교체의 기틀을 만들어갈 것이다. 또한 당헌에 계파의 생성을 금지해 계파 활동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계파 활동을 해당 행위로 엄하게 다뤄 계파 정치를 청산할 뿐 아니라 당 융합위원회를 만들어 친노·비노로 갈린 당의 화합을 도모하여 명실상부하게 통합된 당을 만들 것이다."

-문재인 후보를 겨냥해 대선평가 불복 비판, 대선 불출마 선언 요구 등으로 연일 공세를 폈는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국민은 진정한 사과와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외면하고 돌아선다. 만약 조 전 부사장이 진심을 담아 빠르게 사과했다면 용서했을 것이다. 문 후보도 이와 비슷하다. 정치에서도 최소한의 '책임 윤리'가 필요하다. 문 후보는 져서는 안될 대선에서 패배한 책임이 있다. 당의 대선평가보고서에서도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가장 시급하게 실천에 옮겨야 할 덕목은) 그 동안 당을 이끈 지도자들의 책임윤리'라면서 '중대한 과실로 총선이나 대선에 패배한 세력은 임기 이후에 당권에 다시 도전하는 과욕을 자제하고 책임을 지는 풍토를 조성할 것을 권유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차기 대선 불출마'는 지난 대선 패배 후 문 후보가 졌던 유일한 책임이다. 당시 '의원직 사퇴, 정계 은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으나, 문 후보는 이를 대신해 '차기 대선 불출마'를 약속했다. 하지만 이번 전대에서 '내 목표는 차기 대선 후보'라면서 대선 패배 책임마저도 지지 않겠다는 식으로 말을 바꿨다.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 당 대표가 되겠다'는 것은 당을 사당화하겠다는 것이다. 사당화는 대선 패배의 지름길이다.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는 1997년 대선 패배 후에도 당 대표를 지내면서 당을 장악했고, 다음 대선에서 또 졌다.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현실적으로 당내에서 친노가 주류인데, '문 의원 때리기'에 대한 친노세력의 반발이 걱정되지 않는가.

"계파나 주류의 반발이 무서웠다면 전당대회에 아예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친노진영에 속하는 의원들 중 애당심 강한 분들이 많다. 소위 내적인 관계 때문에 대외적으로 드러내지 못할 뿐 내가 펼치고 있는 주장에 대해 상당 부분 공감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당을 구하기 위해서는 고질적 문제인 패권적인 계파 정치를 청산해야 하는데, 이 정도 주장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없는 사람이라면 당 대표에 출마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정치인이라면 계파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역사와 국민 앞에 겸허해야 한다."

-당명 변경 논란이 일고 있는데.

"문고리 고치라니깐 문패만 만지작거리고 있는 모습이다. 문재인·박지원 두 분의 당명 개정 주장은 그간 당 지도부로서 홀대했던 광주 민심을 달래고 광주·전남 당원들의 표를 얻기 위해 별다른 고민 없이 툭 던져 본 말에 불과하다. 곧바로 거센 반발이 있자 바로 물러선 형국으로, 대단히 무책임한 발언이었다. 또 당명 개정 주장은 김한길-안철수 통합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며, 안철수 의원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본심을 드러낸 분열 행위다. 격하게 얘기하면 안철수 전 대표에게 '당을 나가라'는 요구와 마찬가지다. 새정치를 실현하겠다고 국민에게 공언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들었는데 그럼 새정치를 안 하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당의 지지율이 낮은 것은 당명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당을 지도부로서 이끌어왔던 지도부의 책임이다. 김대중 대통령도 '민주당'이란 이름으로 당선된 것이 아니라 '새정치국민회의'라는 이름으로 당선됐다. 정동영·문재인 후보는 '민주당'이란 이름으로 대선에 나섰으나 떨어졌다. 바꿔야 할 것은 당명이 아니라 '당의 리더십'이다."

-당 대표가 된다면 어떤 일부터 하겠는가.

"지난 18대 대선평가보고서에서 제안한 당 혁신방향을 뛰어넘는 제안은 없다고 생각한다. 당시 보고서에서는 ① 책임정치 윤리의 실천이 필요하다 ②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뿌리를 복원하고 강화해야 한다 ③ 계파 헤게모니의 청산과 통합의 리더십이 요구된다 ④ 생활 현장으로 파고드는 민생정치를 실현해야 한다 ⑤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노장청 조화의 정당 ⑥ 정당의 현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같은 대선평가위원회의 권고 사항을 실천해 나가겠다."

-예비경선이 당장 내일이다. 통과할 자신이 있는가.

"자신 있다. 총선과 대선 패배에 책임져야 할 분들의 불출마를 요구했던 중도개혁 성향의 30여 명을 비롯해 당의 주요 선출직들이 포함된 예비경선 선거인단이 '행동하는 지혜'로 용기 있는 결단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표는 본인이 빛나는 자리가 돼서는 안 된다. 대표는 본인을 희생해 130명의 소속 의원을 전부 스타로 만들고, 그 중 유력 대선주자들이 탄생하고, 그 힘을 모아 정권교체를 실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 필요한 당 대표는 계파에서 자유롭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드는 데 헌신할 만한 리더십을 지닌 새로운 인물이라는 것을 모두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박주선 의원 프로필

▲1949년 전남 보성 출생 ▲광주고, 서울대 법대 졸업 ▲사법시험 제16회 수석 합격 ▲서울지검 검사, 대검찰청 수사기획관, 청와대 법무비서관 ▲제16·18·19대 국회의원(광주 동구, 현) ▲새천년민주당 정책조정위원장·기획조정위원장·사무총장 직무대행 ▲민주당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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