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왼쪽) 새누리당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이 22일 당내 연구기관인 여의도연구원 원장 등 주요 인사 문제를 놓고 정면 충돌했다.
[데일리한국 김종민 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의 관계가 심상찮다. 7·14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를 놓고 한차례 대격돌을 한 터라 양측 모두 앙금이 남아있을 것으로 여겨지지만, 최근들어 둘간의 사이가 더욱 골이 깊어지는 조짐이 보여 주목된다.

실제 22일 당내 연구기관인 여의도연구원 원장 등의 인사 문제를 놓고 양측은 감정싸움에 가까운 충돌 양상을 보였다. 서 최고위원은 앞서 당 조직강화특위 및 보수혁신위 구성, 당내 개헌론과 관련 김 대표에게 간간이 쓴소리를 해왔지만 이번처럼 강하게 반대를 표출하며 갈등을 표면화한 적은 없었다.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자 서 최고위원은 작심한 듯 안건에 오르지도 않은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의 여의도연구원장 임명 계획을 "독단적 인사"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특히 서 최고위원은 인사 내용이 담긴 서류를 세게 집어던지며 폭발 직전까지 갔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전했다.

서 최고위원이 문제를 제기한 이유는 박 이사장이 지난 2005년 3월 당시 당 대표이던 박 대통령의 만류에도 행정수도의 세종시 이전에 반대하며 의원직을 버리고 탈당한 전력 때문이다. 또 2014년 4월 총선에선 보수 성향 '국민생각'을 창당해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던 박 대통령과 경쟁 구도를 형성했었다. 이에 따라 친박에게 박 이사장은 사실상 '변절자'같은 존재인 것이다. 또 서 최고위원은 인재영입위원장에 권오을 전 의원, 국책자문위 부위원장에 안경률 전 의원을 임명한 것도 문제 삼았다. 두 사람은 모두 친이계로 분류된다. 서 최고위원 측에서는 전당대회에서 자신을 지지했던 몇몇 당협위원장이 최근 당협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게 되자 '정치적 보복'을 당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박 이사장은 대선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해서 박 대통령으로부터 감사 전화까지 받았다"면서 "또 현재는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에도 참여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전했다. 김 대표는 또 "안 전 의원은 국책자문위원장이 임명한 것이고, 권 전 의원은 전당대회 경선 때 도왔는데 도와줬던 사람을 대표가 한 사람도 챙기지 못하느냐"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박 이사장 임명안이 18일 여의도연구원의 이사회 의결까지 거쳤으나 정작 김 대표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상정하지 않은 까닭은 이같은 친박계의 반대를 미리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최고위원도 박 이사장의 임명에 반대를 표시했으며, 서 최고위원은 회의가 끝나기 전 회의장을 박차고 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둘 간의 관계가 더욱 불편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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