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 지난 19일 "비례적 대응 나서겠다"고 밝혀

사진=SBS 방송화면 캡처
[데일리한국 이선아 기자] 미국의 보복이 시작된 것일까. 23일 북한의 인터넷망이 모두 다운되면서 이같은 추측이 힘을 받고 있다. 관계 당국에 따르면 북한의 인터넷 사이트들이 이날 새벽 1시부터 다운돼 접속이 불가능하다.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북한의 인터넷이 19일 밤부터 불안정한 상태를 보이다가 상황이 악화돼 불통상태가 됐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미국의 보복 공격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19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소니 픽처스' 해킹 사건의 책임자로 북한을 지목하면서 "비례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지 얼마 안돼 발생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10시 현재 북한의 공식 도메인 '.kp'를 사용하는 인터넷 사이트는 전혀 접속이 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접속이 안되는 것으로 확인된 북한 사이트는 관영 조선중앙통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라디오방송 조선의소리, 김일성종합대학, 고려항공, 대외용 웹사이트 내나라·류경·조선체육후원기금·프렌드·조선료리·조선민족보험총회사·조선교육후원기금·민족대단결 등이다. 반면 '.kp' 도메인을 사용하지 않는 대남선전용 인터넷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오전 6시께부터 접속이 됐다 안됐다를 반복하며 불안정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뉴햄프셔 주에 본사가 있는 온라인 인프라 관리업체 딘 리서치에 따르면 북한과 외부 세계를 잇는 인터넷 연결 상태의 품질이 최근 24시간 동안 계속 저하했으며 이날에는 완전한 불통 상태에 빠졌다. 이 회사 인터넷 분석실장인 덕 마도리는 북한 측 라우터에 소프트웨어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고, 누군가가 북한에 대해 공격을 가하고 있어서 북한이 온라인 상태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의 이번 인터넷 불통 사태가 시간이 갈수록 나아지지 않고 오래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단기간 장애에 그쳤던 과거 사례와는 다르다고 전했다.

매사추세츠 주에 본사를 둔 아버 네트웍스도 이달 20일부터 북한의 인터넷 인프라에 대해 서비스거부(DoS) 공격이 이뤄지고 있음을 관찰했으며 이 공격이 이날에도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인터넷망은 북한과 태국의 합작 기업인 '스타 조인트 벤처'라는 기관에서 관장하는 것으로, 중국 국영 '차이나 유니콤'의 망을 통해 연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불통 사태가 우연히 일어났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정황으로 보아 미국이 비공개로 보복 사이버 공격에 나섰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이달 19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을 소니 해킹의 배후로 지목한 후 '비례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천명한데다가, 북한 인터넷망의 관문을 관리하는 중국에 사이버 안보와 관련한 협력을 요청한 후 이번 사태가 빚어진 점이 주목된다.

미국 정부의 사이버 공격 역량은 단연 세계 최고이며, 이란, 중국, 러시아 등에 대해 이를 실행한 적이 있다는 설은 전세계 보안업계에 파다하다. 다만 이런 사이버 공격이 사실이라고 가정하더라도 비밀 첩보전의 성격을 띠고 있으므로 공식적 확인이나 전모 파악은 불가능하며, 각종 정황과 미확인 소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한편 백악관과 미 국무부는 미국 정부가 이에 관여했는지 여부에 대해 정확한 답변을 거부했다. 다만 미국 정부는 중국 통신망을 이용해 해외 인터넷에 접속하는 북한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에 최근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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