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해산으로 서울 관악을 등 3곳 보선… 보선 지역 늘 수도
여당 완패할 경우, 김무성 대표 흔들리고 박 대통령 리더십 위기

야당 패배할 경우 2월 전대에서 뽑히는 지도부 순항하기 어려워

내년 4월 재보선이 여야 지도부의 시름을 깊게 만들고 있다.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요즘 여야 정치권은 헌정 사상 유례 없는 정당 해산으로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19일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리자 새누리당은 '종북 세력'에 대한 민주주의의 승리라며 모처럼 미소를 짓고 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헌재의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이지만 민주주의 기초인 정당의 자유가 훼손된 것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다소 비판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말 그대로 초상집을 방불케 한다.

그러나 표면적인 표정에 비해 속내는 더욱 복잡하다.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소속 의원 5명의 의원직이 상실되면서 이 가운데 지역구 의원 3명을 다시 뽑는 보선이 내년 4월 29일 실시되기 때문이다. 내년 4월 보선 결과에 따라 여야 지도부의 운명이 결정된다. 또 집권 3년차를 맞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도 있으므로 대통령의 리더십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내년 4월에는 최소한 김미희 전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성남 중원, 오병윤 전 의원의 지역인 광주 서구을, 이상규 전 의원의 지역인 서울 관악을 등에서 보선이 치러진다.

당초 2016년 4월 20대 총선까지는 국회의원 선거 등 의미 있는 재보선이 없을 것으로 예견됐었다. 하지만 헌재 결정에 따라 갑자기 보궐선거라는 정치 이벤트가 생김에 따라 여야 지도부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새누리당의 경우 김무성 대표 체제가,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 내년 2월 전당대회에서 새로 선출되는 지도부가 시험대에 오른다. 따라서 지금의 표정이 보선 때까지 계속 이어질지, 아니면 반전 현상이 생길지 아직 예단할 수 없다.

먼저 지난 7·30 재보선 이후 20대 총선까지 선거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 새누리당 지도부엔 비상등이 켜졌다. 집권 중반기 이후로 갈수록 재보선이 '여당의 무덤’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다 마침 이번 치러지는 세 곳 모두 평소 야권에 유리한 선거구이기 때문이다. 만일 광주 외에 수도권 2곳에서도 모두 져서 완패 성적표를 받을 경우 김무성 대표와 최고위원 등 지도부의 동반 퇴진론이 제기될 수 있다. 또 박 대통령의 리더십도 흔들리면서 레임덕(권력 누수)과 유사한 현상이 조기에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전국적으로 새누리당 지지율이 30%대 후반이고,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이 20%대 초반이라는 점을 들어 내년 4월 보선에서 여당이 선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도 안심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내년 2·8 전당대회에서 새로 선출되는 지도부가 4월 재보선을 주도하고, 선거 결과에 따라 상이나 벌을 받아야 한다. 신임 지도부의 첫 선거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어느 때보다도 클 수밖에 없다. 일단 세 곳 모두 야권 강세 지역이어서 야권이 분열하지 않을 경우 새정치연합이 선전할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새 지도부는 향후 당 운영에 필요한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다. 그러나 수도권 2곳 중 한 곳이라도 여당에 내줄 경우 지도부는 상당한 상처를 입게 된다. 또 수도권 2곳에서 모두 질 경우에는 계파 갈등 속에서 지도부 조기 사퇴론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또 새정치연합이 광주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진보정당이나 무소속에 패할 경우에는 당이 입을 상처는 더욱 깊다.

재보선이 치러질 지역구가 세 곳에 한정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 것도 여야 지도부의 시름을 깊게 만든다. 현재 4월 재보선이 치러질 지역구는 옛 통진당 전 의원들의 지역구이지만 선거 지역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아예 없지 않기 때문이다. 선관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국회의원 재보선 지역구는 세 곳이지만 비리 의혹 등으로 재판 진행 중인 의원들이 3월 이전에 의원직 상실 등의 판결을 받거나, 갑작스러운 유고 등 돌발 변수가 생길 경우 재보선 지역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이 경우 4월 재보선에는 '미니 총선' 이상의 의미가 부여될 수 있다. 4월 재보선 결과는 20대 총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풍향계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이래저래 내년 4월 재보선은 규모는 작지만 메가톤급 후폭풍을 가져올 수 있는 '정치권 화약고'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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