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구성원 사상 위배…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19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 해산 결정에서 유일한 반대표를 던진 김이수 재판관이 이날 오전 출근하는 모습. (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선아 기자] 헌법재판소가 19일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린 가운데, 9명의 헌법재판관 중 유일하게 반대한 김이수(61·사법연수원 9기) 재판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진보당 해산 결정에는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해 주심인 이정미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조용호 재판관 등 8명이 찬성했다.

유일하게 기각 의견을 낸 김 재판관은 이석기 의원을 중심으로 한 진보당 경기도당의 활동으로 진보당 전체의 위헌성을 입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 재판관은 "구성원 중 극히 일부의 지향을 진보당 전체의 정치적 지향으로 간주해선 안 된다"며 "일부 구성원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되는 사상을 갖고 있다고 나머지 구성원도 모두 그럴 것이라는 가정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고 꼬집었다.

해산심판 청구의 발단이 된 일명 지하혁명조직(RO·Revolutionary Organization) 회합과 관련해선 "모임에서 이뤄진 활동을 진보당 전체 책임으로 볼 수 없다"며 "지역 조직인 경기도당 행사에서 이뤄지고, 진보당 기본노선에 반해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진보당의 주류인 자주파에 대해서는 "자주파의 입장이 친북적 성향이 있지만 자주파 전체가 북한을 무조건 추종하고 북한식 사회주의 추구한다고 볼 증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 진보당의 강령인 '진보적 민주주의'에 대해서도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되는 내용은 없다"고 판단했다. 김 재판관은 "진보적 정치세력에 의해 수십년에 걸쳐 주장되고 형성된 여러 논리들과 정책들을 조합한 것"이라며 "광의의 사회주의 이념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 재판관은 "진보당이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한국 사회에 제시한 진보적 정책이 우리 사회를 변화시킨 부분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는 그러면서 "일부 당원의 일탈 행위로 진보당을 해산한다면 대다수 일반 당원들이 위헌 정당의 당원으로 돼 사회적 낙인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마지막으로 김 재판관은 "내 판단은 진보당의 문제점에 면죄부를 주고 옹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다"라며 "오랜 시간 피땀 흘려 어렵게 성취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성과를 훼손하지 않기 위한 것이고 헌법정신의 본질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 재판관은 전북 정읍 출신으로 1982년 대전지법 판사로 임관해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민사지법 부장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고법 부장판사, 청주지법원장, 특허법원장 등을 지냈다. 서울고법 재직시 전동스쿠터를 타고 전철역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다 추락해 사망한 장애인에게 도시철도공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 등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판결을 많이 내놨다. 국회 야당 추천으로 헌법재판관 자리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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