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의혹 파문, 한바탕 해프닝으로 결론 날 가능성

검찰, 박 경정 무고·명예훼손 추가해 구속영장 청구키로

박 경정 "내 입은 지퍼… 하지만 회의감" 폭로 가능성 시사

KBS뉴스 화면 캡처.
[데일리한국 김종민 기자] 청와대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회씨와 박지만 EG회장의 권력 암투설을 촉발시켰던 '미행설' 관련 문건이 박관천 경정이 허구로 꾸며낸 얘기라는 것으로 귀결되고 있다. 18일 검찰에 따르면, 박 회장은 올 3월 미행설에 대한 주변의 얘기를 듣고 박 경정에게 관련 문건이 있으면 달라고 했고, 박 경정은 거짓으로 그럴싸한 내용으로 문건을 꾸며 박 회장의 측근을 통해 전달했다. 박 경정은 검찰 조사에서 이같은 내용을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청와대 문건 유출도 박 경정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파견 근무 당시 작성한 문건들을 지난 2월 경찰에 복귀하면서 모두 반출한 것으로 결론이 난 가운데 일각에선 박 경정이 대통령의 동생인 박 회장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출세를 도모하려 했던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거짓 정보로 양측의 갈등을 폭발시켜 자신과 박 회장 간의 접촉면을 넓히려는 의도가 있지 않았냐는 것이다.

결국 이번 파문을 일으킨 근거가 된 청와대 '정윤회 문건'과 박 회장에 건넨 '미행 문건' 등 박 경정이 작성한 문건이 모두 근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비선 실세 의혹 파문도 한바탕 해프닝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크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박 경정이 작성한 미행 문건에서 정씨의 지시를 받은 미행자로 지목됐던 A(49)씨는 자신이 왜 문건에 적혀 있는지도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 남양주 소재 유명 카페 대표의 아들인 A씨는 "정윤회도 모르고 박관천도 모른다. 내 이름이 왜 문건에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자신은 20여년 전 오토바이를 탔었고, 최근에는 5년전까지 스쿠터를 몰다가 그마저도 이제는 안 탄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만약의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A씨의 통화 내역 등을 조회해 정씨나 주변 인물과 통화한 적이 있는지 추적했지만 통화 흔적을 찾지 못했다.

또 박 경정에게 'A씨가 박 회장을 미행했다'고 알려줬다는 전직 경찰관 B씨는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A씨가 젊었을 때 오토바이를 탔고 지금은 안탄다라는 얘기만 박 경정에게 한 적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정윤회, 박지만 등 대통령 주변 인사들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인물이고 B씨 역시 지방 경찰서에서 경감까지 근무하고 경찰 옷을 벗었던 터라 사실상 미행 문건의 대부분이 박 경정의 '소설'이었던 셈이다.

검찰은 남양주서에서 형사과장으로 근무한 적이 있어 카페 속 사정을 잘 아는 박 경정이 B씨와 한 차례 통화하고 거짓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검찰은 특히 시사저널이 미행설을 보도한 3월 23일 이후 문건이 작성된 점에 비춰 청와대 파견이 해제된 2월 16일 이후 박 경정이 미행설을 구두로 언론 등에 퍼뜨렸는지도 확인 중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날 박 경정에게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공용문서 은닉 외에 무고와 명예훼손 혐의를 추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했다. 검찰은 '미행문건' 작성 관련해 박 경정에게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적용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정씨의 처벌 의사를 확인해보고 명예훼손도 검토하겠다"며 "문건 내용만 보면 정씨도 피해자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검찰은 박 경정이 4월 초 세계일보의 청와대 행정관 비리 의혹 보도 이후 자신이 문건 유출자로 의심받자 반출 사실을 숨기려 허위 경위서를 5월께 청와대에 제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경위서가 형식상 문건 유출 동향 보고서로 돼 있지만 문건 절취, 유출자를 처리해달라는 사실상 진정서로 보고 무고죄를 적용하기로 했다. 박 경정이 자신이 문건 유출자로 의심받자 공직기강비서관실 경찰관, 대검 수사관 등이 반출한 것처럼 조작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경정은 지난 16일 밤 검찰에 긴급 체포되기 직전 한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어떤 경위로 (문건이)작성이 됐고 왜 뭐가 문제인가. 언젠가는 내가 말할 날이 있을 거다"며 "내가 이번에 나온 문건의 내용, 수사 과정에서 있었던 일, 문건 작성 경위 등에 대해서 일목요연하게 얘기하면 국민들이 놀랄 것"이라고 배후의 존재를 시사하면서 폭로 가능성을 예고했다.

박 경정은 그러면서 "내 입은 '자꾸(지퍼)'다. 그렇기 때문에 그 안에 있을 때 조응천 비서관이 그런 민감한 일들을 다 시켰지. 남자가 그거 못 지키면 안 되는데. 요즘은 점점 이게 옳은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이렇게 (함구)하는 게 대통령에 대한 충성일지 모르겠지만, 10년 20년 후에 후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 경정은 "아직 전반전도 아니다. 오픈 게임이다. 물바가지는 한번 새기가 힘들지 한번 새기 시작하면 그 바가지는 깨진다. 누군가 둑이 뚫렸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거듭 폭로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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