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친인척 사생활 담긴 '박지만 문건'·비선실세 의혹 '정윤회 문건' 등

모두 박 경정이 반출해 한·최 경위 거쳐 유포… 도난·제3자설은 사실무근

조 전 비서관은 이들의 책임회피용 '거짓 유통경로' 제대로 확인않고 보고

YTN뉴스 화면 캡처
[데일리한국 김종민 기자] 국정개입 의혹 문건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른바 '정윤회 문건'을 비롯한 청와대 문건의 유출 경로 전반에 관한 윤곽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검찰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박관천 경정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파견 근무 당시 작성한 문건들을 그가 지난 2월 경찰에 복귀하면서 모두 반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한모 경위가 이를 복사했으며, 자살한 최모 경위가 이들을 외부로 유포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간 '도난설' '제3자설' 등 여러 갈래의 유출 경로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던 상황에서 검찰은 관련자 진술과 각종 물증을 토대로 "청와대 밖으로 나간 문건 모두가 박 경정이 반출한 것"이라는 잠정 결론을 도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바 대통령 친인척의 사생활 이야기가 담긴 '박지만 문건', 비선실세 의혹을 담은 '정윤회 문건' 등은 그 내용에 따라 복수의 경로로 유출되지도 않았다는 얘기다.

문제의 '정윤회 문건'은 박 경정이 지난 2월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에 갖다놓은 문건을 한모 경위가 복사하고 숨진 최모 경위가 언론사에 전달한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 과정에서 박 경정은 세계일보나 한화 등으로 유포되는 것엔 개입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한 경위의 휴대전화에서 결정적 물증을 확보해 한 경위와 박 경정의 자백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한 경위가 숨겨놓은 휴대전화를 찾아내 문자메시지 내역 등을 복원했다. 범행을 부인하던 한 경위는 한화 대관업무 담당직원 진모씨와 청와대 문건에 대해 주고받은 메시지를 들이대자 문건 유출 과정을 실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경정 역시 '박 경정 반출→한 경위 복사→최 경위 유포'로 이어지는 유출 과정이 물증과 진술로 자세히 드러나면서 진술을 번복하고 문건 반출을 시인했다. 박 경정은 세계일보가 문건의 일부 내용을 기사화한 지난 4월에야 문건이 외부로 퍼진 사실을 깨닫고 세계일보 기자를 만났다. 박 경정은 해당 기자가 알려준 문건 입수경위를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에게 알렸고, 공직기강비서관실 오모 행정관이 이 내용을 유출경위 보고서에 담아 지난 5월 청와대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보고서가 전날 박범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개한 유출 경위서인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서에는 문건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파견 경찰과 대검 범죄정보수사관 등을 거쳐 세계일보 등지에 전달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같은 거짓 내용이 작성된 경위는 숨진 최 경위가 세계일보 기자에게 문건을 건넸을 당시 출처를 감춰야 한다는 생각에 즉흥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비서관은 최 경위가 꾸며낸 가상의 유출 경로를 박 경정을 통해 전달받고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청와대에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비서관이 박 경정에게 속았다기보다는 잘못된 보고가 청와대까지 여과 없이 들어간 셈이다.

진작부터 박 경정을 유출자로 지목해온 청와대는 박 경정의 직속 상관이던 조 전 비서관이 엉뚱한 내용의 경위서를 보내오자 조 전 비서관을 중심으로 한 측근들이 '조작'했다는 심증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청와대 주장대로 '찌라시 같은 내용의 조작'이었으나, 다만 주체는 청와대 측의 감찰조사에서 나온 '7인회'가 아니라 최 경위인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검찰은 일단 '유포' 혐의는 벗은 박 경정의 '반출' 혐의에 대한 사법처리를 위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등 관련 법리를 검토 중이며 문건 유출 경로의 전모를 더욱 명확히 하기 위해 보강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박지만 EG 회장의 측근 전모씨 등 '7인회 멤버'로 지목된 인사들을 불러 마지막 확인 작업을 거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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