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언론 "확장 전략서 선택과 집중으로 전환"
재계에 비판적 시각 보여온 한겨레·경향도 '호평'
경제지 "기업가 정신 살아있다" "구조조정 신호탄"

[데일리한국 김종민 기자] 삼성그룹이 삼성종합화학·삼성테크윈 등 화학·방산 분야 4개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하는 '빅딜' 계획을 26일 발표했다. 인수 대금은 1조9000억원~2조원 선으로 IMF 외환 위기 이후 나온 대기업 간 첫 빅딜 사례가 될 전망이다.

이같은 삼성·한화의 빅딜 소식에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 성향 언론들뿐 아니라 평소 재계에 비판적 시각을 보여온 한겨레, 경향신문 등 진보 성향 언론들도 큰틀에서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측면에서 높게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언론들은 대체로 '삼성은 그룹 차세대 성장 방향과 다소 동떨어진 방위 산업 등 비주력 사업 부문을 과감히 정리해 전자 및 금융, 정보기술(IT) 등 주력 사업에 더욱 집중할 수 있고, 한화그룹은 방위산업 및 석유화학 부문 시장 지배력을 비약적으로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선일보는 27일 '이재용 시대의 삼성 보여주는 신호탄, 문어발 버리고 핵심 사업 집중 나선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재계 관계자의 언급을 인용해 "비(非) 핵심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는 미국 최고의 제조 기업인 GE식 성장 모델을 벤치마킹하는 것 같다"고 보도했다. 다른 기사에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5번째 승부수를 던졌다"며 고비마다 인수·합병으로 성장동력을 마련해 그룹을 12년 만에 재계 9위로 이끈 김 회장의 리더십을 조명했다. 조선일보는 '삼성 화학·방산 매각, 선제적 구조조정만이 불황 이긴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두 기업은 이번 거래를 잘 마무리해 대기업 자율 구조조정의 모범을 보여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삼성그룹의 계열사 매각에 대해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며 "한국 산업사(史)에 남을 만한 일"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사설은 "세계를 돌아보면 빛의 속도로 M&A가 진행 중"이라며 "삼성·한화의 자율 빅딜이 국내 기업들의 과감한 사업 재편에 촉매제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중앙일보는 '삼성, 화학·방산 솎아내고 SW(소프트웨어)로 간다'라는 1면 기사를 통해 "그룹 경쟁력 회복을 위한 '파격 조치'를 추가로 내놓는다"며 "빅데이터센터 등 2대 소프트웨어 전문 조직을 신설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1면 '이재용 접을 건 접는다… 사업 재편 승부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냉철한 리더십이 부각되는 사안이어서 의미가 작지 않다"며 "한화그룹도 이번 M&A를 통해 석유화학과 방위사업 분야에서 국내 1위로 도약한다"고 보도했다. 2, 3면으로 이어진 해설 기사에선 '삼성에서 빛 못본 업종, 한화 넘어가면 시너지의 핵심'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빅딜의 경제학'을 조명했다. 동아일보는 '삼성-한화 빅딜 재계 구조개혁 신호탄 쐈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서도 "세계 시장이라는 적자생존의 정글에서 살아남으려면 재벌도 예외가 아님을 두 그룹은 보여줬다"고 높이 평가했다.

한겨레는 '재계가 놀란 '자율 빅딜'… 삼성, 선택과 집중 강화'라는 긍정적 제목의 1면 톱 기사를 통해 "이건희 회장 시절에는 돈 되는 사업이면 모두 하는 사업 확장 전략을 폈다면, 이재용 시대에는 선택과 집중으로 전환한다는 뜻이 담긴 것"이라며 "이번 매각으로 삼성의 승계 구도는 좀더 뚜렷해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겨레는 한국 경제가 직면한 저성장을 극복하는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삼성 관계자의 발언엔 의문을 표시하며 "삼성의 이번 계열사 매각이 삼성에스디에스와 제일모직 주식을 헐값에 인수해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 일가가 수조원의 상장차익을 챙긴 데 따른 부정적 이미지를 만회하는 데 더 무게가 두어진 것 아니나는 평가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이번 '빅딜'을 1면 톱 기사로 다루면서 '삼성은 선택, 한화는 집중… 윈윈 빅딜'이라는 긍정적 제목을 달았다. 경향신문은 1면 기사에서 "사업 재편 과정에서 비주력 사업에 대한 고민이 깊던 삼성과 방위사업에서 핵심 역량 강화를 노리던 한화의 이해가 맞아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삼성그룹의 주력 사업들과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은 비핵심 사업들을 정리함으로써 전자와 금융 등 주력사업 중심으로 그룹의 체질을 개편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김승연 한화 회장의 경영 복귀 관측도 전했다.

한국경제는 1면 톱으로 보도하면서 '삼성·한화 2兆 빅딜… "선택과 집중으로 위기 돌파"'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어 '삼성과 한화, 기업가정신 살아있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패배감에 젖어들던 재계에 충격"이라고 높은 점수를 줬다. 매일경제도 '재계 구조조정 신호탄 쐈다'는 1면 제목과 '한국 재벌도 이제 핵심 산업에 주력할 때 됐다'는 사설을 통해 "삼성처럼 비핵심 사업을 넘기는 빅딜은 더 많이 일어나야 한다"며 이번 빅딜이 모범 사례가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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