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왼쪽부터)·박지원·정세균 의원 등 새정치연합 당권주자들이 호남 민심 공략에 두 팔 걷었다.
[데일리한국 이선아 기자] 2·8 전당대회를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 당권 주자들이 줄줄이 남행열차를 타고 있다. 아무래도 당내 주도층이 호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각자 호남민심을 서둘러 다져놓아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때문에 박지원, 정세균 의원과 정동영 상임고문 등 호남 출신 인사들은 연고지를 바탕으로 지역 민심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여기에 유력 당권주자로 꼽히는 문재인 의원도 호남 민심 공략에 뛰어들었다. 부산 출신에다 친노에 대한 바닥 정서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호남에 대한 구애에 적극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더구나 일각에서는 '호남 신당론'마저 제기되고 있어 문 의원 입장에서는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듯 하다.

현재 당권 주자 중 가장 앞서 있다는 평을 받는 문 의원이지만 측근들 사이에는 "호남에서의 절대적 지지 없이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또 문 의원의 경쟁 상대로 꼽히는 박지원 의원이나 정동영 상임고문 등은 대놓고 '반문재인' 정서 확산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은 특히 호남에 가서는 문 의원 출마의 부당성을 강조하며 대안 세력으로 자신을 지지해달라고 애쓰고 있다. 또 7·30재보선에서 전남 순천·곡성에서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이 친노진영인 서갑원 전 의원을 꺾은 것도 문 의원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인다

때문에 문 의원은 28일 분권 성장과 균형 발전을 테마로 전남 나주 혁신도시를 방문할 예정이며, 이후 광주를 찾아 지역 인사들과 간담회를 갖는다. 문 의원 측에서는 '성장 동력 현장을 찾는 프로그램'의 일환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호남 민심 달래기'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문 의원은 다음달에도 호남 지역 방문을 생각하는 등 이 지역의 '반문재인 정서' 차단에 열심이다.

박지원 의원은 '호남 정치'를 앞세워 표심 몰이에 나서고 있다. 박 의원은 "'친노-비노'의 대립 구도를 깨는 것이 최고의 정치 혁신"이라면서 "호남의 정치력을 결집시켜 민주주의, 서민경제와 복지, 평화 통일을 추구하는 진정한 호남 정치를 복원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26일에는 광주의 전남대를 찾아 '호남정치 복원, 무엇이 필요한가'를 주제로 강연도 했다. 이날 박 의원은 "친노와 비노의 대립을 깨고 독점과 분열의 악순환을 끊는 것이 최고의 혁신"이라며 "대립 구도 혁파를 위해서는 분산된 호남의 정치력을 하나로 결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당권 경쟁자인 문 의원을 의식한 듯 '당권·대권 분리론'을 거듭 강조했다. 유일한 전남 출신 당권주자로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당권 주자들도 줄줄이 호남을 찾고 있다. 전북 출신인 정세균 의원은 지난 25일 전북대에서 '정치와 국민의 삶'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다. 전북 출신 정동영 상임고문도 지난달 고향인 전북 일대에서 '경청 투어'를 이어 갔다. 그러다보니 전당대회에는 불출마 선언을 했지만 장외에서 이들과 경쟁하는 안철수 상임고문도 호남 구애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안 고문은 25일 광주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지방자치'라는 주제로 강연회를 열었다.

유력 당권주자들은 야당의 텃밭이자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호남에서 절대적 지지를 받지 못하면 당권은 어렵다는 공통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또 호남 표심은 전남북에 큰 차이가 없는 데다 끝까지 지켜보다 특정 주자에게 대거 쏠린다는 특징도 있다. 이런 점에서 전당대회를 비롯해 차기 대선의 '키'를 쥐고 있는 호남 민심을 어떻게라도 끌어와야 한다는 생각 속에 당권주자들의 호남 방문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호남 신당론'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만큼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문 의원과, 이같은 정서 확산을 염두에 둔 비노진영 후보들의 방문도 경쟁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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