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이선아 기자]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내년 2월 열리는 전당대회(전대)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24일 대전 카이스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안 고문은 "내년 2월 전대에 출마할 생각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나는 관심이 없다"며 불출마 의사를 거듭 내놓았다. 차기 당권주자 중 한 사람으로 꼽혔던 안 고문이 공식적으로 불출마 의사를 드러냄에 따라 향후 전당대회는 문재인-박지원-정세균 의원 등 이른바 빅3의 결전장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 안 고문은 "전대는 내 관심사가 아니다"며 불출마 의사를 우회적으로 밝혀 왔다. 이날 "출마하지 않겠느냐"는 취재진의 거듭된 질문에도 안 고문은 오히려 "어떻게 나보다 (전대) 날짜를 더 확실히 아는가"라며 "관심이 없고, 예전에도 비대위원에 참여 안한다고 했는데 (기자들이) 계속 물어보지 않았느냐"고 되묻는 등 전대에 뜻이 없음을 명확히 했다.

지난 7·30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지기 위해 공동대표직을 사퇴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안 고문이 당권에 도전했다가는 자칫 '얻는 것'보단 '잃는 것'이 더 많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재보선 실패로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후 이미 당내 입지가 좁아진 안 고문이 전대에 나왔다가 결과가 기대치에 못미칠 경우 이미지는 더욱 상처를 입게 마련이다. 이는 대선가도에도 더욱 악영향을 미친다.

이미 당내에서는 문재인-박지원-정세균 의원 등 유력 당권주자가 3명으로 가시화돼 있다. 이 틈새를 파고드는 것도 쉽지 않은데다 친노 진영의 집중 견제를 받을 경우 더욱 큰 내상을 입을 수도 있다. 설사 전대에서 승리를 한다고 가정해도 당내 저변이 좁은 안 고문 입장에서는 '지도부 흔들기'에 또 다시 휘둘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전대에 출마했을 때 안 고문의 강력한 무기인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재인-박지원-정세균 의원 등 이른바 '빅3'는 벌써부터 대권-당권 분리론을 앞세워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향후 또 다른 흙탕물 싸움까지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안 고문이 여기에 뛰어들었다가는 그의 주무기인 '새정치' 이미지까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안 고문은 장외로 돌며 자신이 추구하던 새정치 이미지를 비롯해서 지지 세력을 키워나가겠다는 생각이다. 당밖 활동 영역을 점차적으로 넓혀 당내 장악력이 큰 문 의원과 훗날 맞붙겠다는 전략도 들어 있다. 여기엔 끊이지 않는 분당설도 염두에 두는 듯 하다. 친노가 당권을 장악할 경우 설 자리가 없어진 비노 진영이 최후의 보류로 분당을 택할 수도 있기에 그 가능성을 안 고문도 보고 있다는 것이다.

안 고문은 최근 장외를 돌면서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사업'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등 대선주자로서 주춤했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데 열중하고 있다. 이날도 안 고문은 카이스트 내에 조성된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해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안 고문은 "벤처기업이 성공하기까지 평균 7년이 걸리는데 정부는 창업만 많이 시켜 단기적인 성과를 내는데만 급급하다"며 "지금 대한민국이 정말 심각한 위기 상황인데 그 위기상황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여야와 상관없이 새로운 시도가 성공해야 하는데 창조경제가 문제점이 많아 보인다"고 주장했다.

안 고문은 내달 초 경제에 초점을 맞춘 민생 행보 시리즈를 연이어 개최해 최종적으로 정책 대안도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내달 1일과 2일에는 흩어져 있던 2012년 대선캠프 및 새정치추진위원회 인사들과 한 자리에서 만난다. 공동대표직 사퇴 후 침묵을 지켜오던 안 고문이 일찌감치 장외로 돌며 차기 대선 레이스에 돌입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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