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YTN 방송화면 캡처
[데일리한국 이선아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과 나경원 새누리당 서울시당 위원장이 24일 서울시청에서 조찬을 함께하며 서울시 예산안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이날 회동은 7월 재보선에서 재기한 나 의원이 새누리당 서울시당 위원장으로 취임한 직후 박 시장과 만나 새누리당 소속 서울지역 당협위원장들 간 정례협의회 운영을 제안해 이뤄졌다.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치열하게 격돌한 바 있는 두 사람은 처음에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으나 예산 문제를 놓고는 한치의 양보도 없는 설전을 벌였다.

나 의원은 먼저 인사말을 통해 "서울의 경쟁력이 대한민국의 경쟁력"이라며 "최근 화두인 안전이 가장 중요하고 도시 경쟁력의 첫 발걸음이니 중앙정부에서도 서울시 안전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시도교육청 등 갈등이 많은데 여야 모두 현장에서 같이 현안을 들여다보고 논의하는 모습 자체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도 "새누리당 의원님들이 오신다고 해서 빨간 넥타이를 맸다"며 "저나 의원님들이나 서울을 위해 고민하고 일하는 건 같다"고 말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 나갔다. 그러면서도 박 시장은 "서울의 재정자립도가 80%로 다른 지방정부에 비하면 물론 높지만 국제적 도시와 경쟁하는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역차별을 상당히 받는다"며 "예산을 확보하려고 재작년부터 의원회관까지 찾아갔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여당의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나 의원은 내년 서울시 예산안에 대해 "작년보다는 확대 신청했는데 획기적인 변화는 없지 않았나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무상 급식과 보육 예산을 놓고 갈등을 빚는 데 대해서는 "생각의 출발점은 여야 모두 비슷하다"면서 "누가 약속을 한 게 중요한 게 아니다"고 꼬집었다.

시작 전부터 내년 서울시 예산안 책자를 배포하는 등 재정난을 강조하는 데 주력했던 박 시장은 "(오늘) 힘센 분들이 많이 와 계신데 조금만 힘을 실어주시면 좋겠다"면서 "나 위원장이 말씀하신 하수관거 보강도 4조원 넘는 예산이 필요해 우리가 내년에 1,500억원을 편성했다. 중앙정부에서 1,000억원을 받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양측은 인사말에서도 뼈있는 대화를 시작했으며 본격적인 정책 협의에 들어가서는 안전 예산과 무상복지 등 각종 현안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보였다. 간담회 후 허용범 새누리당 서울시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하수관 보강공사 예산으로 서울시가 국비 1,000억원을 요청했는데 그동안 서울시 자체 예산으로 해왔다"며 "1,500억원이던 관련 예산이 박 시장 취임 후 1,300억원대로 낮아졌는데 시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올해 안전예산을 사상 처음으로 1조원 넘게 편성했지만 재정난으로 특별히 국비도 요청했다"며 "예산 확보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무상급식 감사 등에 대해서도 견해 차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허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날 서울시가 교육청에 지원하는 무상급식 예산에 대한 감사 필요성이 언급됐다"고 밝힌 반면 서울시 관계자는 "무상급식 감사는 관련 예산이 학교 현장에서 잘 집행되는지 확인이 필요할 경우 시교육청과 협의 하에 진행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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