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BS방송화면 캡처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의 방북이 육로를 통해 평양까지 다녀오는 것으로 결정됐다. 다만 북측과의 접촉에서 이같은 합의는 이뤄졌지만 언제 방북이 성사될 지는 결론이 나지 않아 주목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여사의 방북 시기와 관련해 양측 사이에 미묘한 견해차가 존재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여사 측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3주기인 내달 17일을 전후한 방북은 가급적 피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무렵 방북하게 되면 자칫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측으로서는 정치적 상징성을 띠는 이 시기에 이 여사가 평양을 찾아오는 그림을 선호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당 통일전선부 부부장을 겸하는 원동연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이렇게 분위기가 좋게 됐을 때 빨리 오시는 것이 좋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한다.

통일부 당국자가 최근 "방북 시기도 정부가 (방북 승인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정부도 이 여사가 민감한 시기에 방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완곡하게 전한 바 있다. 이렇게 보면 이 여사가 방북하려면 12월 초 이전 또는 12월 하순 이후를 선택할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시기의 문제일 뿐 육로를 통한 평양 방문이라는 큰 그림이 그려진 셈이어서 향후 이 여사의 방북이 한반도 정세 전환의 계기로 작용할지도 관심이다. 또 이 여사가 북한 방문 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의 면담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이 경우 대북 전단 등을 둘러싼 갈등 속에서 2차 고위급 접촉 합의가 깨쳐 남북관계가 냉각기에 접어든 가운데 만일 면담이 성사되면 김정은의 대남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

정부 관계자는 "이 여사는 단순한 개인이 아니라 과거의 대북정책을 상징하시는 분"이라며 "이 여사의 방북을 남북관계 전환의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지만 북한이 이 여사의 방북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활용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김성재 전 문화부 장관 등 김대중평화센터 및 '사랑의 친구들' 관계자 7명은 경의선 육로를 통해 개성공단에 들어가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사무소에서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관계자들과 만나 이 여상의 방북에 대해 논의해 이같이 결정했다. 김 전 장관은 개성으로 향하기에 앞서 "북한에서도 이희호 여사가 고령인데 평양을 방문하는 것을 열렬히 환영한다고 전해왔다"고 밝혔다.

'사랑의 친구들'은 이 여사가 영부인 시절인 1998년 창립한 단체로 국내와 북한의 어려운 어린이·청소년들을 돕는 사업을 벌여왔다. 양측은 이날 이 여사의 방북 시기와 동선, 면담 대상자 등 구체적인 사항을 협의한 뒤 이 여사가 직접 뜬 털모자를 비롯해 '사랑의 친구들'을 통해 모은 물자를 북한 어린이들에게 전하는 문제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장관은 "이 여사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차원의 방북을 바라고 있으며 북에서 영유아 시설 두세 곳 정도를 방문하기를 원한다"며 "정치인들은 동행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여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2011년 12월 방북 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만난 적이 있어 이번 방북이 성사되면 이 여사가 김정은을 만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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