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보수 신문 "국제사회에 호응해 북한인권법 통과" 촉구
한겨레 "북한의 자발적 노력 중요" 유연하고 다원적 접근 제안

[데일리한국 김종민 기자] 유엔이 19일 "북한에서 수십 년 간 최고위층의 정책에 따라 인도(人道)에 반하는 범죄가 자행돼 왔다"면서 북한 인권 실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의 강도 높은 결의안을 채택했다. 유엔 총회 제3위원회가 압도적 표 차이로 통과시킨 이 결의안은 내달 유엔 총회를 거쳐 정식 발효된다. 북한은 이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4차 핵실험 강행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인권 보장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라는 측면에서 모든 언론들도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 개선' 이란 총론에는 뜻을 같이했다. 하지만 구체적 해법을 놓고는 다소 강온의 차이를 보였다. 조선일보 등 보수 성향 신문들은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사회의 목소리에 호응해야 한다"며 반(反)인도주의적 범죄를 저지른 북한을 비판하면서 북한인권법의 조속 처리를 촉구했다. 반면 한겨레 등 진보 성향 신문들은 북측을 향해 자발적인 인권 개선 노력을 당부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북관계 회복 등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선일보는 20일 '유엔 '김정은 권력 핵심' 국제 법정 세울 길 열었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번 결의안 채택의 의미를 "국제사회가 이제부터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북한 인권 개선을 압박해 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조선일보는 앞서 북한이 자체적인 유엔 인권 설명회 개최와 장기 억류 미국인 3명 석방 등 유엔 결의안 저지를 위해 안간힘을 썼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인권 문제가 북한 권력의 급소라는 사실이 이번에 또 한 번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설은 "이런 국제사회의 움직임과 정반대로 우리 국회는 10년 가까이 북한인권법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 유엔이 김정은 등 북한 권력자들을 국제 형사 법정에 세우겠다고까지 나섰는데도 대한민국 국회가 북한인권법 하나 만들지 못하는 것은 더 큰 국제사회의 비판과 조롱을 부를 일"이라며 조속한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중앙일보는 '유엔 결의안 채택에까지 이른 북한 인권'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번 결의안 채택은 북한 인권조사위원회(COI) 권고와 더불어 이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준엄한 경고"로 평가하면서 "북한 인권 문제에 국제사회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앙일보는 "국제사회와 함께 인권 문제를 개선할 구체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중국과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한국 정부도 북한 인권과 관련한 우리의 역할과 책임을 제대로 검토하고 필요한 전략과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관련 법 제정을 비롯한 절차를 마무리하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옹호하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동참하는 것이 민주국가의 의무일 것"이라고 북한인권법 등의 통과를 촉구했다.

동아일보 사설도 마찬가지로 "여야가 국회에 계류된 북한인권법을 10년째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부끄럽기 짝이 없다"며 "북한 인권운동의 새 지평이 열린 지금, 북의 반인도 범죄에 침묵한다면 그들과 공범이 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아일보는 "북은 최룡해 노동당 비서를 러시아로 보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면담하는 등 북-러 정상회담을 모색했다"며 "김정은을 국제 법정에 세우는 것은 중국, 러시아가 반대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동아는 "이번 표결에서도 반대표를 던진 두 나라는 북을 감싸기에 앞서 인권의 보편적 가치와 북한 주민의 고통을 생각해야 한다"며 "인권은 결코 다른 나라가 간섭할 수 없는, 한 나라의 내정 문제라고 볼 수 없다"고 양국의 주장을 반박했다.

반면 한겨레는 '본격화한 대북 인권 압박과 우리의 역할'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많은 나라는 북한의 자발적인 인권 개선 노력을 바라고 있으며, 이들의 선의를 수용하는 것은 북한의 앞날을 위해서도 좋다"며 이를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주문했다. 한겨레는 "국제사회의 대북 인권 압박이 대결 분위기로 비화하지 않고 북한 주민의 실질적인 인권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남북관계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면서 "기본적인 신뢰가 확보되지 않으면 진의가 왜곡되기 쉽고 나아가 인권 개선의 전제인 평화조차 파괴될 수 있다"며 "북한이 국제적인 인권 대화에 부담 없이 응하도록 여건을 조성해나가는 것도 우리 몫"이라고 강조했다. 또 "북한이 인권과는 상충하는 선군체제를 계속 유지하는 데서 보듯이 인권 문제는 안보 상황과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북한 인권 개선을 추구하되 방법은 유연하고 다원적이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향신문은 이번 결의안에 대해 "유엔이 인권 문제로 형사재판소 회부를 권고한 첫 사례라는 점이 말해주듯 회부 권고 자체로 이미 북한 인권 침해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북한에 충분히 경각심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경향은 '북한은 유엔의 북 인권 결의를 새겨야 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북한은 '대결을 선포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국가주권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국제사회에 먹힐 수 없는 시대에 뒤떨어진 대응"이라며 "인권 문제를 개선하는 것 말고는 대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사설은 "결의안은 북한 체제를 부정하려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도 안 된다"며 "유엔 조사위가 남북대화와 협력, 대북 지원을 권고한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 인권 개선은 북한과 외부세계 모두가 노력해야 달성할 수 있는 목표"라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보수 성향 신문들이 강조한 북한인권법 통과를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한겨레처럼 '유연한 접근'을 주문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북한의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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