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박지원 등 비노 진영 당권 주자들 연일 백련사 토굴 찾아
정계복귀 관심없다지만 당내 영향력 여전… 복귀 시점 전망도 나와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저녁이 있는 삶’을 미완으로 남겨둔 채 여의도를 떠난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의 정계복귀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 후보군들이 연일 그를 찾으면서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 그가 은신한 백련사 근처의 토굴에 쏠리고 있는 것이다.

손 전 고문은 7·30 재보선에서 패배한 후 “국민 여러분께 저녁이 있는 삶을 돌려드린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송구스럽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성실하게 생활하겠다”며 정계 은퇴를 선언했지만, 최근 당내 여러 환경이 그를 여의도로 끌어당기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친노진영의 독주를 우려하는 당내 비노진영 유력 인사들이 잇달아 손 전 고문을 방문하며 그의 도움을 절실히 바라고 있다.

손 전 고문을 가장 먼저 찾아간 이는 정동영 상임고문이다. 지난달 초 강진을 찾아가 손 전 고문이 부재중인 토굴 거처에서 한동안 기다렸다. 손 전 고문이 오래간 자리를 비워 만남은 성사되지 못했으나 전화 통화로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교감을 이뤘다. 또 손 전 고문은 지난달 장인상을 당한 안철수 상임고문의 여수 상가에 찾아가려다 '정치권 복귀' 등의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자신은 가지 않고 측근을 통해 조의를 표했다.

그러다 친노진영과 대척점에 서 있는 박영선 전 원내대표가 지난 15일 전남 해남의 한 사찰에서 손 전 고문을 만났다. 박 전 원내대표는 19일 “안부 인사차 찾아 뵙고 얘기를 나눴다"고 손 전 고문과의 만남을 인정했다. 손 전 고문이 정계 은퇴 선언 후 전대 출마가 예상되는 유력 인사와 만난 것은 박 전 원내대표가 처음이다.

박 전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재임 시절 원내 부대표단과 해남에서 모임을 갖는 김에 손 전 고문에게 만남을 청했을 뿐”이라며 “전대 출마 등의 이야기는 전혀 나누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간 계속해서 “손 전고문이 정치적 의사를 표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혀왔던 손 전 고문 측 관계자도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손 전 고문이 계속 여의도에 돌아오지 않고 토굴에 머물러 있을 것으로 보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시간 문제일뿐 적절한 명분과 상황이 주어지면 정치권 복귀를 선언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실제 새정치연합 내에서 친노진영의 득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자 비노 진영에서는 손 전 고문의 ‘복귀 불가’ 천명에도 아랑곳않고 그를 간판으로 내세워 딴 살림을 차리자는 이야기도 나오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이른 시일 내 은둔을 털고 복귀하는 것도 손 전 고문에게는 부담이다. 재보선 패배로 은퇴를 선언한 지 이제 겨우 석달이 넘은 시점이다. 국민앞에 천명한 은퇴 선언을 번복하기엔 너무 이른 것이다. 때문에 손 전 고문이 이번 전대에는 막후에서만 일정 부분 영향을 행사한 뒤 차기 총선에 즈음해 복귀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일각에선 아예 총선도 건너 뛰고 대선 정국에 돌아와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이와 관련 당의 한 관계자는 “손 전 고문이 정계를 은퇴했다고 하면서 고향(경기 시흥)이 아니라 야권의 텃밭인 호남으로 내려가 칩거를 이어가는 것만으로도 의미심장하다”면서 "국민이 부를 때까지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손 전 고문 측은 "손 전 고문은 정치권에 오해살 만한 일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는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에서 계속해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데 대해 불편한 게 사실이다"고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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