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 주장하지만 혼란 야기했다는 비판 받을 수밖에
국민 대변하는 정치인의 메시지 전달은 분명해야

[데일리한국 김종민 기자] 4일 오전 국회 정론관 브리핑룸.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단상에 올라 멋쩍은 미소를 지으면서 90도로 허리를 굽혔다. 최고위원직 사퇴 입장을 표명한 뒤 12일 만에 사퇴 의사를 접고 복귀하는 게 명분이 없다고 스스로 판단한 것 같다. 그의 입에서 "다시 한번 도전하겠다"란 다짐이 나왔다. 평소엔 우렁찬 목소리였지만 이날은 다소 가라앉은 톤으로 말했다.

그는 "저를 사랑하고 걱정해주신 당원 및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면서 사과부터 했다. 그는 사퇴 이유에 대해 "경제 살리기와 개헌이라는 흔들림 없는 신념과 대의를 위한 절박한 심정의 표현이었다"고 거듭 해명했다. "당의 혁신을 위해 지도부에 남아 앞장서 달라는 요청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다"는 복귀의 변도 밝혔다.

경제 살리기와 개헌, 당의 혁신 등 거창한 명분을 내걸었지만 브리핑룸에 있던 사람들은 말의 진정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12일 전 사퇴 의사를 밝힐 때 뚜렷한 사퇴 명분을 내세우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당시 사퇴 이유로 처음에는 '경제 살리기'를 내세우는 것 같았는데, 곧이어 '개헌론'을 꺼냈다가 하루 뒤에는 두 가지 모두를 제시했었다. 한마디로 오락가락했다.

기자들은 이날도 당시와 마찬가지로 김 최고위원의 말을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기자회견 후 그를 둘러싼 기자들은 "그동안 별다른 상황 변화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등 질문 공세를 퍼부었지만 기자회견 내용의 범위를 벗어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이에 앞서 김 최고위원의 사퇴 표명 직후에도 당내에선 친박계, 비박계 할 것 없이 "뜬금없다"거나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이 나왔었다. 사퇴 이유와 배경이 모호했었기 때문이다. 이날 김 최고위원은 "경제와 개헌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사퇴 명분에 대해 해명했지만, 여전히 정치적 메시지는 불분명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치인은 국민과 지역주민의 이해를 대변해서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전하는 메시지가 옳든 그르든 그 내용이 분명해야 한다. 하지만 김 최고위원은 사퇴 파동을 겪으면서 혼란스런 메시지를 계속 전했다. 정치인 자격이 있는지 의심 받을 수밖에 없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김 최고위원의 브리핑 직후 논평을 통해 "집권여당 최고위원 한 사람의 가벼운 처신을 지켜보는 국민은 한숨만 나온다"며 '좌충우돌 사퇴쇼'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김 의원이 집권여당의 최고위원직 수행보다 본인의 대선 전략에만 관심을 갖는다면, 여당에선 최고위원일지는 모르나 국민에게는 최저위원이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다"고 깎아내렸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지금까지 살면서 꼼수를 쓰거나 계산해서 행동해본 적이 없다"며 "제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점이 서운하기도 했지만, 누군가 저의 진심을 알아주리라 믿었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그의 충정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사퇴 발언과 번복이 여러 해석을 낳아 정치권 안팎에 불필요한 갈등과 혼선을 야기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이날 김 최고위원에 관한 기자의 질문에 잠시 생각을 가다듬더니 "복귀했다면 그것으로 잘한 일"이라며 짤막하게 답변하고 말을 아꼈다. 험란한 정치 역정 속에서도 질긴 생명력을 보여온 그의 말 한마디는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