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 25일 삐라 살포 예고… 주민들 저지 입장
물리적 충돌 가능성 크지만 정부는 불개입 원칙 고수

일부 보수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로 파주 지역 일대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YTN 방송화면 캡처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일부 보수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로 파주 지역 일대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이들 단체가 25일 예정된 ‘삐라 살포’를 강행하기로 한 데 대해 지역 주민들이 저지에 나서면서 자칫 보수단체와 주민들의 물리적 충돌까지 우려되고 있다. 이미 지난 삐라 살포 때 북한의 총격을 겪은 주민들이 행사 저지를 위한 대규모 집회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파주 임진각 상인회 등 파주지역 주민은 23일 파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북 전단 살포 단체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정부에 촉구했다. 앞서 파주지역 시민단체도 25일 임진각 등에서 대북 전단 살포 중단 및 한반도 평화 기원 집회를 열기로 하고 경찰에 신고를 마쳤다. 북한이 삐라 살포 시 소멸 전투가 벌어질 것이라고 위협하며 일촉즉발의 분위기를 조성하자 주민들의 불안이 커진 탓이다.

실제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북쪽에 있는 경기도 파주시 백연리 통일촌의 이완배 이장은 이날 한 언론에 출연해 “삐라 살포를 온몸으로라도 막겠다”고 밝혔다. 이 이장은 이어 “정부가 못 막겠다면 우리가 농기계를 가지고 가서라도 막을 것”이라며 “한참 수확기에 아무것도 못하게 하는데, 이는 우리 생존권마저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이장은 또 “삐라 살포로 관광객도 줄었다”면서 “민간인들은 못 오게 하고 주민들은 못 나가게 하니깐 죽은 마을이 되어 버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탈북자 단체들이 삐라 살포를 표현의 자유라고 하던데, 그러려면 민통선 주민들에게 이주 보상 등을 해 다른 곳에 살게 하라”라며 “정부는 최전방에서 농사 짓고 사는 우리를 보호를 해줘야지 피해를 줘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단 살포 및 애기봉등탑 반대 주민공동대책위원회 이적 대표도 “추수철인데 삐라 살포 때문에 군부대가 비상에 걸려 논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다”며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상인들도 관광객이 없어 굶을 지경이다. 먹고 사는데 지장은 없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아울러 “삐라 내용을 보면 조잡하기 짝이 없다”면서 “이런 의미 없는 살포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것이고, 국지전이 일어남과 동시에 전면전으로 갈 수 있는 아주 위험한 불장난”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25일 예고된 보수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한마디로 대국민 사기”라고 규정하면서 “대북이 아닌 대남 홍보가 주 목적인 삐라 살포는 전면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이날 보름 전에 연천에서 삐라를 살포했던 이민복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 풍선 단장 등과 함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이라는 단체는 풍향에도 맞지 않는데 풍선을 띄우려 하고 있다”며 “북측과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키고 주민과의 갈등만 불러일으킬 뿐, 정작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소식을 알려주려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류길재 통일부장관은 “(대북 전단 살포)는 막을 수 없는 것이 저희 입장” 이라고 밝혔다. 류 장관은 그 이유로 “대북 전단은 헌법에 표현된 권리(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 것으로 정부가 대북 전단에 대한 기본 원칙과 입장을 바꾸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삐라 살포 저지 불가 원칙을 고수한 것이다. 그러나 류 장관은 “결과적으로 국민의 신체나 재산에 피해 상황이 오면 그런 것을 막는 조치를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전제를 붙여 경찰 개입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에 경찰도 삐라 살포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보수단체와 주민들이 충돌해 사고가 발생한 가능성이 있으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도록 한 경찰관 직무집행법을 적용해 전단 살포를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5월 탈북자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대북 전단 행사를 원천 봉쇄한 적이 있다. 또 2012년 10월에는 대북 전단보내기국민연합의 행사를 임진각 상인과 지역 주민들이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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