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전환 연기 합의 놓고 뚜렷한 시각차

조선·중앙·동아 "자주 명분보다 안보 실리 선택" 강조하면서 후속 대책 주문

한겨레·경향은 "공론화 없이 일방적 말바꾸기" 비판하면서 연기 철회 주장

[데일리한국 김종민 기자] 한국과 미국이 '2015년 12월 1일'로 예정됐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점을 조건부로 재연기에 합의한 것과 관련, 보수 성향과 진보 성향 언론 간 관점의 차이는 확연했다. 보수 성향 언론들은 이번 전작권 전환 연기 합의를 현재 우리 군이 충분한 대북 억제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국가 안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현실적'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반면 진보 성향 신문들은 전작권 전환을 해야 자주국방을 실현한다는 '명분'의 관점에서 군사주권을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하며 "대선 공약을 뒤집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우선 동아일보는 25일자 '전작권 유지 韓美 합의, 다시는 反美로 안보 흔들지 말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강력하고 효율적인 전쟁 억지 체제인 한미연합사령부가 계속 유지된다"면서 "대한민국 안보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이 사설은 "전작권 전환을 연기한 것은 전쟁 발발 시 미국의 즉각 개입을 담보하는 안전장치의 작동을 확실히 보장받은 것과 다름없다"며 '전작권 흔들기는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과오'라고 주장했다. 또 "노 전 대통령은 '반미면 어떠냐'는 자신의 발언에서 드러난 대로 대미 의존관계 축소에 골몰해 북한의 현실적 위협을 보지 못했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전시 대응체계를 설명하며 "전작권 문제를 주권이나 자주국방 문제와 연결시킬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아일보는 1,2,3면에 걸친 기사에서도 이번 한미 양국 간 합의의 이유와 배경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통해 전작권 재연기의 당위성을 피력했다.

조선일보는 1면 톱 기사에 이은 3면 해설을 통해 "자주 명분보다 안보 실리를 택했다"며 "노무현정부 시절 시작된 전작권 논란이 8년 만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전시작전권 무기한 연기,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도 "노무현 정부는 전작권을 전환해야 자주국방인 것처럼 몰아가면서 합의를 서둘렀다. 결국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결과가 되고 말았다"면서 그간의 진통을 설명한 뒤 "이번 전작권 합의를 보면서 안도하는 국민도 많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사설은 북 핵미사일을 막기 위한 한국형 미사일 방어(KAMD)와 킬체인(Kill chain·선제타격시스템)에 소요되는 막대한 규모의 자금 소요와 중국과의 마찰 가능성을 우려 사안으로 봤다. 한미연합사의 잔류로 용산공원 개발이 사실상 무산된 점에 대해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곁들였다.

중앙일보는 '불가피한 전작권 연기… 강군 개혁은 계속돼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안보 상황을 고려한 현실적인 선택이지만, 주권국가로서 전작권 전환 작업을 게을리 해선 안된다"며 "연합방위 태세 정비나 군 구조 개편 작업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설은 "전작권을 가진 미군만 주둔하면 된다는 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그런 자세는 강군 건설의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설은 KAMD 구축에 소요되는 17조원의 재원 조달 방안, 용산 및 동두천 미군 잔류 문제 등 전작권 전환 연기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한 점의 궁금증이나 의혹도 남지 않도록 국민에게 소상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중앙일보는 1면에 이은 3, 4면 해설 기사에서도 이같은 남은 과제에 대한 분석과 우려를 담은 기사를 게재했다.

반면 한겨레는 1면 톱 기사부터 비판적인 의견을 개진했다. '전작권 전환 사실상 무기 연기… 박근혜정부 '군사주권' 포기"라는 제목의 1면 기사에서 "한미 양국이 사실상 전작권 전환 시기를 무기 연기할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외교안보 분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던 '전작권 환수' 공약을 스스로 파기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3면 해설 기사에서도 "제대로 된 공론화 절차나 의견 수렴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된 점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4면에서도 전작권 관련 역대 정부의 움직임에 대한 기사를 통해 "MB정부 때 연기 방침을 뒤집었고 박근혜정부에서는 전환 공약을 파기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무엇을 위한 전작권 무기 연기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도 "한 나라의 최고 주권 사항인 작전권 문제를 이런 식으로 처리하다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며 전작권 문제를 단순히 군사적 개념이 아닌 주권의 차원에서 바라봤다.

경향신문도 '전작권 무기한 연기는 무책임·무능의 결과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한국군이 나라의 안보를 스스로 책임지지 않는 군대가 되기로 작정한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국방부에 화살을 돌리며 "2015년 환수를 목표로 잘 대비하고 있기 때문에 다시 연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인한 바 있다"며 "그러나 박근혜정부 들어 이전의 논리, 공언을 모두 뒤집고 말았다"고 비난했다. 사설은 더 나아가 "박근혜 정부의 안보 능력이 정말 걱정스럽다"면서 전작권 환수 무기 연기의 철회를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1면 톱 기사에서도 국군의 능력 부족을 꼬집었다. 또 3면 해설 기사 '미군기지 잔류 장비 증강 비용, 상당 부분 세금으로 메운다' '용산 연합사 동두천 캠프 잔류… 2016년 평택 이전 약속 파기 논란'이라는 제목의 기사 등을 통해 전작권 전환 재연기에 따른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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