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성별·생년월일만 알면 회비 납부 조회 가능

김성주 총재의 국정감사 불출석 논란을 빚고 있는 대한적십자사가 적십자회비 납부자들의 개인정보 관리도 소홀히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십자사 홈페이지 내에서 제공하는 회비 납부내역 조회서비스가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이 서비스는 타인의 이름과 성별, 생년월일만 알면 회비 납부 내역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성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3일 "적십자사 홈페이지 내의 적십자회비 납부 내역은 이름, 성별, 생년월일 3가지 정보만 알면 조회가 되고 있어 개인정보 유출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적십자사에서는 본인이 낸 적십자 회비를 인터넷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름(법인명), 주민등록번호(사업자번호), 성별만 기입하면 조회가 가능한 것이다. 문제는 주민등록번호 입력시 앞 6자리만 기입하도록 된 점이다. 때문에 누구든 이름과 생년월일, 성별만 알면 조회가 가능하다.

김 의원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적십자사 조회 서비스를 이용해 유명인들의 생년월일 등을 기입한 결과 정기후원자를 제외하고 회비 납부 여부와 금액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재벌 회장 등은 물론이고, 국무총리, 대법원장, 국정원장, 전 대통령 등이 언제, 얼마나 냈는지 속속들이 조회된 것이다. 실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건희 삼성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등의 납부 내역도 모두 알아볼 수 있었다. 김 의원은 “홈페이지에서 생년월일만으로 누구나 다른 사람의 적십자회비 납부 내역을 조회할 수 있도록 방치하는 것은 적십자사의 개인정보 보호 의식이 부족한 것"이라며 "최소한 개인 헌혈 실적 조회처럼 회원 로그인을 통해 본인만 조회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열린 복건복지위원회의 적십자사에 대한 국정감사는 결국 김성주 총재의 불출석으로 중단됐다. 복지위는 오전부터 김 총재의 출석을 촉구하는 의견을 전달하며 오후 3시까지 그의 출석을 기대했으나 끝내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복지위는 김 총재를 대신에 출석 의사를 밝힌 김종섭 부총재와 고경석 사무총장의 증인 선서를 미루고, 한적 국감 실시 여부를 두고 토론을 벌이다, 김 총재 없이 국감을 치르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현재 복지위는 김 총재에 대한 처분 수위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적십자사는 김 총재가 오는 26일 귀국한 후 27일 오후쯤 국감에 출석할 수 있다고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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