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앞세워 대통령한테 염장 뿌려… 경제관련법 통과가 급선무"

"나 자신부터 반성하고 뉘우친다는 차원" 최고위원직 사의 표명

김무성·이완구에 "직을 걸고 통과시켜야" 압박

김무성 "이해 안되는 사퇴, 설득해 철회 시킬 것"

[데일리한국 김종민 기자] 김태호(사진)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23일 전격적으로 최고위원직 사의를 표시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이날 열린 최고의원회의에서 "국회가 도대체 무엇을 하는 곳인지, 무엇을 할 수 있는 곳인지, 밥만 축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나 자신부터 반성하고 뉘우친다는 차원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사퇴 밖에 아무 것도 없다"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대통령도 기회 있을 때마다 경제활성화 법안만 제발 좀 통과시켜달라, 골든타임이라고 애절하게 말씀해 왔다"면서 "그런데 국회에서 어떻게 부응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은 "오히려 국회는 개헌이 골든타임이라고 하면서 박 대통령에게 염장을 뿌렸고, 아마 (대통령이) 가슴이 많이 아프실 것"이라며 개헌론자들을 비판했다. 이어 "오죽하면 의무를 다하지 못하면 세비를 반납해야 한다고 대통령으로서 해선 안될 말씀까지 하셨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최고위원은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는 이번 정기국회에 국회에 계류된 경제활성법, 직을 걸고 통과시켜야 된다"며 압박했다. 김 최고위원은 "대통령도 누구보다 개헌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계신 분이라고 말해왔지만, 지금은 한국 경제가 너무 위중하다. 저성장 늪으로 접어들고 있다"며 "불씨를 살리지 않으면 우리 모두 불행해진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이번 정기국회에서 여야가 총력을 다해 경제 살리기에 올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최고위원은 회의 후 사퇴 이유를 묻는 기자들에게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게 기득권 포기라는, 최고위원직을 던지는 것 외에 할 게 없다"면서 "국민에게 반성하는 마음으로 던지는 것이며 여야를 통틀어서 지금 위기에 처한 경제 상황에 올인해달라는 그런 강한 메시지도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김 최고위원과 사전에 의견교환이 있었는지에 대해 "전혀 없었다"며 "혼자 생각하고 결정했다"면서 사퇴를 번복은 없을 것임을 표명했다.

김 대표는 이날 회의 뒤 기자들을 만나 "이해가 안되는 사퇴다. 설득을 해서 철회하도록 하겠다"며 "김 최고위원에게 연락을 해서 만나겠다"고 말했다. 또 김 대표는 "(김 최고위원의 발언이) 이해가 안돼서" 즉석에서 사퇴선언을 막지 못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김 최고위원의 단호한 입장 표명을 감안하면 김 대표가 설득해 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날 갑작스런 김 최고위원의 사의 표명에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지도부에 태클을 걸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면서도 "최고위원 자리에서 이렇다 하게 당을 이끌어 갈 수 있는 힘이 없이 (그 동안의 국회 파행을) 지켜만 봐야 했던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른 관계자는 "비록 김 최고위원이 친박은 아니지만 최근 당청관계가 삐걱대는 느낌을 주고 있는 이 타이밍에 총대를 메고 VIP(박 대통령)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라며 "차기(대선)를 노린 행보이며 대권 잠룡으로 다시 분류되기 위해 자가발전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최고위원의 사퇴 타이밍도 의미심장하다. 상하이발(發) 개헌 발언 및 사과 파문과 더불어 청와대발(發) 일격을 맞아 그간 공고해 보였던 김 대표의 리더십이 상처를 입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홍문종 의원 등 친박들이 연일 김 대표를 질타해왔고,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도 전날 개헌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히며 김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이를 두고 김 최고위원의 전격 사퇴 발언은 다분히 김 대표를 의식한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다. 김 최고위원과 김 대표는 모두 PK(부산 경남)지역 출신이다. 김 최고위원이 차기 대권에 뜻이 있다면 먼저 김 대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때문에 김 대표가 개헌론 언급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김문수 혁신위원장 등으로부터 공격을 받은 상황에서 김 최고위원마저 김 대표 흔들기에 가세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의 견제구와 내부에서도 분출되기 시작하는 갈등까지 이래저래 김 대표의 리더십에 적잖은 생채기가 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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