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붕괴 위험에 철거" 밝혔지만 일각선 '유화 제스처 가능성' 제기

정부 "北 눈치 보지 않는다" 우려 일축

사진=YTN 방송화면 캡처
매년 성탄절 점등행사 때마다 선전전이라며 북한의 반발을 불러왔던 경기 김포 해병 2사단 애기봉 전망대에 세워진 등탑이 43년 만에 철거됐다.

군 당국은 붕괴가 우려돼 자발적으로 철거했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남북 상황과 관련한 대북 유화 제스처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22일 "국방부 시설단이 작년 11월 각급 부대의 대형 시설물 안전진단을 한 결과 애기봉 등탑이 D급 판정을 받았다"면서 "철골 구조물의 하중으로 지반이 약화하여 강풍 등 외력에 의해 무너질 위험이 있어 철거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군 당국과 김포시는 올해 말까지 전망대에 남아있는 부대 시설도 모두 철거하고 내년부터는 평화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태극기 게양대로 쓰기 위해 1971년에 설치된 애기봉 등탑은 이후 전방지역 성탄절 점등행사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북한과 불과 2~3㎞밖에 떨어져있지 않은 곳이다보니 북한은 매년 이 등탑을 통해 심리전을 벌인다며 조준사격 위협까지 가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그러다 지난 2004년 2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군사분계선(MDL) 지역의 선전활동을 중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애기봉 등탑 접화는 잠시 중단됐다. 하지만 이후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이 발생하면서 정부는 다시 그해 연말 종교단체의 등탑 점등행사를 허용했고, 지난 2012년에도 한차례 점등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현재의 남북관계 상황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밝혔지만, 북한 실세들의 방문과 2차 고위급 접촉 등을 고려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국방부가 북한에 대한 저자세 논란을 불러올 가능성을 우려해 철거 사실을 숨기다가 뒤늦게 공개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한 대북 전문가는 "등탑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면 보강을 하든지 다시 만드는 것이 상식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군 당국의 설명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현재 대내외적으로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에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우리 정부는 원칙을 지키는 자세를 유지해야지, 북한이 잇단 도발로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군이 먼저 나서서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이는 것은 잘못된 사인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통일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애기봉 등탑 철거가 남북관계 발전을 고려한 결정이냐는 질문에 "국방부에서 하는 일이어서 권위있게 말씀 드리지 못하지만, 우리 정부가 북한의 눈치를 보거나 그렇게 하지 않는다"며 "국가의 격이나 위상을 떨어뜨리는 일은 우리 정부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남북관계에서) 원칙과 유연성을 정말로 잘 배합해나가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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