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케네스 배, 토드 밀러도 석방해야"
마리 하프 국무부 부대변인은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파울이 풀려나 북한을 떠나 미국 고향에 있는 가족을 향해 돌아오고 있다"며 "북한 당국의 석방 결정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왜 지금 석방하는지 등에 대해서는 북한 측이 직접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파울의 석방은 긍정적인 결정"이라며 "그렇지만 미국 정부 캐네스 배와 매튜 토드 밀러가 계속 수감돼 있다는 점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니스트 대변인은 "백악관과 국무부는 이번 석방 과정에서 미국의 이익대표부(Protecting power) 역할을 하는 평양 주재 스웨덴 대사관이 협상을 맡았다"며 "스웨덴 정부의 부단한 노력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스웨덴 대사관은 북한 내 미국 시민과 관련된 문제에서 북한과 수교하지 않은 미국을 대신해 협상 업무 등을 맡고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스웨덴 대사관이 파울의 석방까지 성사케 한 협상과정과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다만 북한 당국이 파울이 풀려나는 즉시 북한을 떠날 수 있게 운송 수단을 동원하라고 요구했고, 미국 국방부가 북한 측이 제시한 일정에 맞춰 항공편을 제공했다고만 설명했다.
이번에 석방된 파울은 지난 4월 29일 북한에 입국했다가 함경남도 청진에서 성경책을 몰래 유포했다는 혐의를 받아 5월 7일 출국 과정에서 북한 당국에 체포됐다. 북한 당국은 파울에게 '적대행위' 혐의를 적용해 기소를 준비해왔으나 평양 주재 스웨덴 대사관의 협상으로 6개월 만에 파울을 석방했다.
한편 파울이 석방됨에 따라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은 2명으로 줄어들었다. 북한은 지난달 14일 재판을 열어 6개월째 억류해온 미국인 관광객 매튜 토드 밀러에게 6년 노동교화형을 선고했다. 밀러는 입국 검사 과정에서 관광증을 찢는 등 법질서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북한에 억류됐다. 또 2012년 11월 방북했다가 억류된 케네스 배는 작년 4월 '국가전복음모죄'로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미국은 이들의 석방 협상을 위해 여러 차례 고위급 특사 파견을 제의했지만, 북한은 이를 모두 거부했다.
이날 하프 부대변인은 "미국 정부는 나머지 2명의 석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석방 사실을 공표하며 '북한'에 대한 호칭으로 통상 사용했던 '노스 코리아'(North Korea)라는 단어 대신 이례적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이라는 용어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