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김종민 기자] 청와대가 최근 김무성(사진) 새누리당 대표가 중국 방문 중에 언급한 개헌 논의 가능성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 논의 자체가 국정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과 같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는데도 김 대표가 굳이 개헌 이야기를 꺼내들었다는 건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1일 “우리는 당 대표 되시는 분이 실수로 (개헌론을) 언급했다고는 생각을 안 한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자가 노트북을 펴놓고 말하는 것을 받아치는데 그런 상황 속에서 개헌 관련 언급을 한 것은 기사화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말한 것 아니냐, 그렇게 생각하는 게 정상이 아닌가”라고 반문한 뒤 이같이 말했다. 여기엔 김 대표가 제기한 개헌 불가피론에 대한 청와대의 불편한 기류가 다분히 들어 있다. 김 대표가 개헌에 대한 여론 탐색 등을 위해 계산된 발언을 내놓은 것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 16일 중국 방문 시 “정기국회가 후 개헌논의의 봇물이 터질 것”이라고 말했다가 하루 만인 17일 “제 불찰이었다”고 실수임을 강조한 바 있다. 이어 청와대 관계자는 김 대표의 개헌 불찰 발언이 청와대의 압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청와대에서 항의하거나 압력을 가해서 김 대표가 물러선 것처럼 비쳐지는 부분이 있었고, 일부 언론과 야당에선 청와대가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과 주장도 하는데 저희들은 황당하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잘 아시다시피 (박 대통령은) 이탈리아 순방 중이었고, 그런 만큼 (개헌 발언을) 알 수가 없었고, 일정상 그것을 챙길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면서 “국가가 장기적으로 보다 나은 상태로 가려면 무엇을 해야 하느냐. 그것이 과연 개헌 얘기냐. 저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어찌됐던 김 대표가 사과까지 하며 개헌론 언급을 철회한 것도 청와대 측은 영 못마땅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기자회견을 자청하면서 이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한 것을 보면 내부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이같은 청와대의 노기(怒氣)에 김 대표의 사과 발언은 무색해졌다. 때문에 친박과 비박으로 구성돼 가뜩이나 당청 관계가 원활하지 않은 상태에서 향후 더욱 경색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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