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가까이 안 보이는 '잠행' 이례적

내달 10일 黨 창건일 행사 참석 여부 주목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모습을 감춘 지 27일째다. 지난 3일 모란봉악단 신작음악회 관람 이후 공개 석상에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이렇게 오랫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집권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처럼 이례적인 '잠행'이 한 달 가까이 계속되자 온갖 억측이 쏟아지고 있다.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은 꾸준히 거론돼 왔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월 8일 김일성 주석 20주기 중앙추모대회 이후 줄곧 다리를 심하게 저는 모습을 보여 왔다. 탈북자단체 자유북한방송은 29일 '평양 소식통'을 인용하며 김 위원장이 발목 수술을 받고 재활치료 중이라는 설을 제기했다. 북한 정세에 민감한 국내 증권가에서는 김 위원장이 뇌에 이상이 생겨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라는 근거 없는 소문도 나왔다.

김 위원장의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일단 '정설'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다리를 치료하기 위해 외국 의료진이 북한을 방문한 정황을 관계 당국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 이상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섣부른 관측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정부 당국자는 최근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 정황을 예의 주시한다면서도 지난 18일 그가 청년동맹 초급일꾼대회에 서한을 보내는 등 업무를 계속하는 점에 주목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는 조명록 전 북한 군총정치국장이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김 제1위원장을 구금했다는 설까지 유포됐다. 조 전 군총정치국장이 2010년 사망한 사실조차 무시한 황당한 소문이었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북한에서는 누구든 잘 안 보이면 억측이 돌기 마련"이라면서 "김정은 건강과 관련해서도 알려진 대로 통풍 정도이고 거동이 약간 불편하다는 것이지 신변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질병을 앓는다는 정보는 우리에게 없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은 김정은 정권 등장 이후 외부의 뜬소문에 적극 대응해 왔다. 이 때문에 다음달 10일 열리는 노동당창건기념일에 김 위원장이 직접 등장해 루머 진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9∼10월에도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의 '잠행'이 20여 일 동안 이어져 근거 없는 소문이 떠돌자 리설주가 공식 행사에 등장해 이를 차단했다. 만약 노동당창건기념일에 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북한의 이상 징후'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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