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양측 간 팽팽한 긴장 관계 노출되기도

실상은 각종 현안서 ‘긴장적 협력 관계’ 유지

지난달 15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박 대통령이 김무성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김 대표 공식 홈페이지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간에 미묘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최근 들어 양측이 각종 현안과 관련해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는 듯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국정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박 대통령과 여당의 자율성을 내세우고 싶은 김 대표가 본격적으로 긴장 관계에 돌입했다', '두 사람은 여전히 여권의 두 중심축을 이루며 긴밀한 협력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등의 두 갈래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관계에 균열의 조짐이 노출되기 시작한 것은 세월호특별법 협상 등의 정치현안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주도하는 경제정책 방향, 수직적으로 흐르던 당청 관계의 변화 움직임, 당직 인선에 이은 혁신위원회 구성으로 촉발된 새누리당 운영 방식 등에서 양측의 힘겨루기가 목격되면서다.

실제 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새누리당 지도부와 회동하며 세월호법 관련 여야 논의에 대해 ‘추가 협상이나 양보 불가’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세월호법에 선을 그었다. 세월호법과 거리를 두고 정국 정상화를 모색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김 대표는 22일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세월호법이나 국회 일정 정상화 문제를 대화를 통한 여야 합의로 타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는 세월호법 투트랙 전략으로 여당 주도의 국회 정상화를 노리는 박 대통령의 의중에 반기를 든 모양새로 해석되기도 했다.

경제 살리기를 위한 핵심 정책 조율에서도 삐걱대고 있다. 김 대표는 '최경환 노믹스'의 핵심 중 하나인 기업 사내유보금 과세에 대해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담뱃값, 주민세 인상 등의 정책에 대해서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여권 주류 측에서는 “김 대표가 박 대통령을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판을 흔드는 행동을 하지는 않아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박 대통령의 ‘세비 반납’ 발언 이후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그간 수직적으로 흐르던 당청 관계에 변화 움직임이 보이는 것이다. 윤 일병 사건 등 각종 현안에 쓴소리를 내뱉기도 했지만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극도로 자제하던 김 대표는 최근 청와대 회동에서 박 대통령 면전에 대고 반대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원 의원은 22일 라디오에서 “김 대표가 국회를 비판하는 강경한 발언을 하는 박 대통령에게 ‘대통령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국회에서 못하고, 통과시키고 싶은 법안도 통과시키지 못한다’라고 말했더라”라고 밝힌 것이다. 이는 김 대표가 지난 추석 연휴 전 한 언론에 김기춘 비서실장을 공개 비판한 것과 연결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당직 인선에 이어 김문수 위원장을 앉힌 혁신위 구성에서도 박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은 잠재적 대권주자이자 한나라당 시절에 17대 공천심사위원장 자리 등을 놓고 박 대통령과 다소 껄끄러운 관계를 연출했던 인사다. 그런 그가 수장이 된 혁신위는 향후 공천과 직결된 민감한 기구인데, 위원 대부분을 비박 진영으로 꾸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과거 인연을 주목하기도 한다. 현재 비박으로 분류되는 김 대표는 본래 친박이었다. 지난 2007년 박근혜 대선 캠프서 좌장 역할을 맡아 측근에서 보좌하기도 했다. 그 때문에 MB정권에서 공천 탈락을 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그런 그는 2009년 박 대통령 측과 틀어진다. 당시 총선에서 패배한 친이계가 김 대표를 원내대표에 추대하려 했지만 박 대통령이 거부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 입장에선 억울하고 서운한 일이었고, 급기야 두 사람의 사이는 완전히 갈라서게 됐다. 그러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다시 박 대통령의 대선캠프 총괄선대본부장으로 참여했다. 친박 좌장이었던 그가 탈박을 거쳐 당내 비주류의 수장에 이르게 된 사연이 흥미롭기까지 하다.

이후 박 대통령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대표적인 친박계 의원인 서청원 최고위원에게 마음을 두고 있었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당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통해 향후 정국 운영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였다. 그러나 비주류 김 대표가 당선되는 이변이 일어났다. 역대 여당 대표 중 대통령의 의중과 다른 인사가 대표가 된 사례는 극히 이례적이다. 때문에 박 대통령과 김 대표 간 긴장 관계는 어느 정도 예상된 일로 보는 시각도 많다. 그러나 당 내부에서는 두 사람의 지나친 견제와 신경전은 청와대와 여당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 간의 일련의 마찰을 들여다보면 양측은 정국 운영을 위해 전방위에서 긴밀한 협조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당장 세월호법 관련해서도 야당과 대화하는 모양새를 취하지만 원내대표가 전권을 갖고 있다는 원칙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김 대표는 쓴소리를 하면서도 박 대통령의 고민에 동의하고, 경제 활성화 정책에 대해서도 정부의 일방적인 드라이브에만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 이를 보면 김 대표는 박 대통령과 적당히 척을 지는 것 같으면서도 실질적으로 협력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긴장적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도 두 사람이 어떤 식으로 협력과 긴장 관계를 이어 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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