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국인 日에 비해 자동차 가격 경쟁력 기대

세탁기·냉장고도 수혜… 휴대폰은 이미 무관세

소·돼지고기 등 국내 농축산업 일부 타격 우려

우리나라와 캐나다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양국 정상이 23일 공식 서명하면서 우리의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 및 관련 부품, 섬유·직물 등의 수출에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6월 가서명에 이어 석 달 만에 공식 서명까지 이뤄지면서 국회 비준동의안 제출 등 FTA 발효를 위한 후속조치에도 속도가 붙게 됐다.

한·캐나다 FTA는 발효 10년 이내에 교역되고 있는 대다수 품목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는 높은 수준의 FTA다. 캐나다는 품목 수 기준으로 97.5%, 수입액 기준으로 98.7%의 품목에 대해 10년 내 관세철폐를 하게 되고, 한국은 품목 수 기준으로 97.5%, 수입액 기준으로 98.4%에 대해 10년 내 관세철폐를 하게 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캐나다에 공산품을 수출하고 자원을 수입하는 상호보완적 교역 구조를 지니고 있으므로 수출 확대와 자원의 안정적 확보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협 국제무역연구원 이혜연 연구원은 "캐나다가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하면서 양국간 교역과 투자 증대가 기대된다"면서 "일본 등 경쟁국에 앞서 시장을 선점하려면 FTA의 조속한 비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동차는 우리나라의 대(對) 캐나다 최대 수출품목이다. 지난해 대(對)캐나다 자동차 수출액은 22억2,700만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42.8%에 달했다. 현재 캐나다는 자동차 수입에 6.1%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FTA가 발효되면 3년 내에 관세가 완전히 철폐된다.

관세가 없어지면 우리나라의 경쟁국인 일본 브랜드 등에 비해 완성차 가격경쟁력이 높아지고 판매량도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산차는 미국 현지 생산물량을 포함해 캐나다 시장에서 12.1%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44.5%), 일본(33.6%)의 점유율에 이어 3번째다.

관세율이 높은 자동차용 고무타이어(7.0%)와 냉장고(8.0%) 등도 각각 5년과 3년 이내에 관세가 없어지는 만큼 시장점유율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냉장고는 지난해 캐나다로 7,000만 달러어치가 수출됐다. 자동차에 이어 두 번째로 수출금액이 많은 품목인 휴대폰은 이미 무관세를 적용받고 있어 FTA 효과는 특별히 기대하기 어렵다.

양국이 대부분의 섬유·직물 품목에서 3년 내에 관세를 없애기로 해 현행 관세율이 5.9%인 섬유 수출도 큰 혜택을 입을 전망이다. 보고서는 "캐나다 섬유·직물 시장은 미국산과 중국산이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FTA를 통해 고부가가치 섬유·직물을 수출한다면 국산품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소스·양념류와 무알콜음료는 캐나다 수출액이 3억8,000만달러와 4억5,000만달러로, 최근 3년간 매년 두자릿수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이밖에 국내산 버섯이 작년 수출액이 880만 달러에 불과하지만 점유율로는 캐나다 버섯 수입 시장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FTA 체결로 국내 농축산업에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캐나다산 쇠고기는 현행 관세율이 40%지만 발효 후 10년 이내에 철폐된다. 돼지고기도 22~25%인 관세가 각각 5년, 13년에 걸쳐 철폐된다. 정부는 쌀, 분유, 치즈, 감귤, 인삼 등 211개 농축산업 품목은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하고, 농산물 세이프가드나 저율관세할당 같은 제도를 도입해 농축산업 피해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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