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비대위 회의에서 '계파 갈등 종식' 의지
온건파 수장 빠진 6인 비대위 구성에 우려

문희상 새정치연합 비대위원장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지난 19일 취임 일성에서 “침몰하는 배 위에서 대표가 된들, 또 대선 후보가 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라고 말하며 각 계파 수장들이 모두 참여하는 6인 비대위를 꾸린 문희상 새정치연합 비상대책위원장. 그가 취임 후 첫 비대위원회의를 주재한 22일 ‘계파 활동 중단’을 전격 선언했다.

문 위원장은 박영선 원내대표와 문재인, 정세균, 박지원, 인재근 의원 등 비대위원 전원이 참석한 이날 자리에서 “오늘 이 순간부터 공식 전당대회 선거운동이 허용되는 직전까지 일체의 선거운동이나 계파 갈등을 중단할 것을 엄숙히 선언한다”고 밝혔다. 문 위원장은 이어 “누구나 다른 의견 개진할 수 있으나 당 기강을 해치는 해당 행위에 대해선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엄정한 대처가 따를 것”이라며 “공당은 규율이 생명”이라고 못 박기도 했다. 사실상 각 계파 보스들을 향한 따끔한 경고라는 해석이다.

앞서 문 위원장은 전날 한 언론을 통해 “이념적으로 좌우 양극단에 있는 10여명 정도의 의원이 당을 망치고 죽인다”면서 “동지애가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에 대해선 내가 생각이 따로 있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당 정상화를 위해 칼을 빼내든 비장한 각오가 엿보인다. 그러나 문 위원장의 다짐과는 달리 당의 고질적인 계파 주의가 중단될지는 장담하기 힘들다는 관측이다. 6인 비대위 체제 구성부터 불협화음이 노출됐기 때문이다.

문 위원장은 전날 지난 대선 후보였던 친노 진영의 구심점인 문 의원과, 당 내 지분이 상당한 정세균 계의 리더 정 의원, 구 민주계를 이끄는 박 의원, 민평련과 486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인 의원 등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각 계파의 수장급 인사들로 비대위 구성을 마쳤다. ‘각 계파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들이 당의 위기를 헤쳐나가야 한다’고 주장한 문 위원장의 평소 생각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당내 중도파와 온건파를 이끌고 있는 김한길, 안철수 상임고문이 불참해 계파간 불균형이 초래됐다. 당연직으로 합류한 박 원내대표가 당내 지분이 거의 없이 중도 인사로 분류되긴 하지만 온건 진영의 목소리를 대변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문 위원장은 김, 안 상임고문 측의 설득을 위해 막판까지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안 의원의 경우 새정치연합의 창당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람 중 하나여서 더욱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재보선 책임을 지고 물러났기 때문에 비대위원을 맡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번 비대위 체제가 온건파와 중도파를 제외한 범 친노 인사들로 구성돼 형평성 측면에서 공평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번 비대위원들이 차기 전당대회에 직접 선수로 뛸 가능성이 높아, 자칫 당 혁신보다는 당권 경쟁에 매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상당하다.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 같은 걱정은 문 위원장이 지난 대선 패배 직후 이끈 비대위에서도 당파주의를 없애는 것을 제 1의 과제로 내세웠지만 결국 공염불에 지나지 않은 것에 바탕을 두고 있다. 문 위원장은 당시 “열심히 했지만 기대에 못 미쳤고, 스스로 점수를 주면 F학점”이라고 자체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그는 최악의 위기였던 당을 추슬러 재도약의 발판을 만든 반면 당시 추진했던 대선평가보고서 논란으로 계파 갈등을 더욱 부추겼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실제 비대위 체제 구성 이후 당 분위기는 벌써부터 심상치 않다. 당장 조경태 의원은 22일 오전 한 라디오에 출연해 “개혁의 대상인 인사들이 비대위원으로 들어가 있다”면서 “각 계파의 수장들로 비대위를 구성했는데, 일부에서는 너무 무게가 많이 나와서 땅으로 꺼지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다음 전당대회에서 선수로 띌 사람들이 비대위원을 한다는 건 선수와 심판을 동시에 하겠다는 것으로 우리 당 혁신은 물 건너 갔다고 생각한다”고 비대위원들과 문 위원장을 모두 비판했다.

이에 ‘계파 갈등’ 종식을 천명한 문 위원장의 선언이 생각만큼 잘 풀릴지에 대한 관측은 엇갈린다. 각 계파 수장들로 이뤄진 비대위를 구성해놓고 계파 갈등 종식을 언급한 점도 뭔가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하지만 문 위원장이 ‘비대위에서 당권 운동을 할 경우 윤리위에 제소’하고,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경우 한 달 전에 비대위원 사표를 내야 할 것’이라고 밝힐 정도로, 이번 비대위에서는 계파 갈등 청산 의지가 강한 만큼 지켜봐야 한다는 시선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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