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중진들의 선택은 ‘당 혁신’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도 ‘당 화합 및 관리’에 방점을 찍었다는 분석이다. 실제 문 의원을 합의 추대하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했다. 당 내 각 계파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린 탓에 이날 회의 전까지도 극심한 진통을 겪었다. 문 의원의 합의 추대는 ‘관리형 비대위’를 통해 극도로 분열된 당내 상황을 안정시키고 전당대회를 준비해야 한다는 당 내 여론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 의원은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과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장과 열리우리당 의장을 지낸 5선 중진으로 지난 2012년 대통령선거 직후에도 비대위원장을 맡아 혼란에 빠진 당을 추스린 바 있다. 그는 이러한 요직들을 거치면서도 특정 계파에 치우치지 않은 인사로 분류돼왔다. 또 개혁 성향의 의원들과 중진들과 소통도 능해 갈등을 조율하는 해결사 역할을 담당해 이번에도 그만한 적임자가 없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는 평가다.
그러나 문 의원의 앞길에는 세월호 특별법 문제를 해결하고, 전당대회 룰을 확정하는 등 난제가 산적해있다. 특히 문 의원에게는 완전히 수면 위로 떠오른 계파 갈등을 치유하며 당의 리더십을 안착시키는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두 번의 세월호법 합의 실패에 이어 ‘이상돈 파동’으로 각 계파간 불만은 극에 달했고, 강경파와 온건파간 갈등은 그대로 노출된 상태다. 강경파 안에서도 초·재선, 486, 친노 등 간의 경계심이 상당하다. 때문에 이르면 내년 1월 예상되는 차기 전대까지 당권 경쟁에 나설 각 계파간 힘 겨루기는 어느 때보다도 치열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 의원은 강경파의 기세를 좀 누그러뜨려야 하고, 온건파를 다독여 당내 화합을 이뤄야 한다. 여기에 탈당 논란을 부를 정도로 실추된 당 리더십을 바로 세워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 같은 문제를 일차적으로 해결해야 당 내부나 여당과의 관계뿐 아니라 국민의 뿌리깊은 불신까지도 치유할 수 있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문 의원의 지난 대선 직후 비대위원장 경험을 높이 사고 있다. 당시 그는 대선 패배 책임을 놓고 존폐 위기까지 치달은 당내 분열을 나름 수습했고 친노 주류와 비주류를 적절히 비대위원 및 당직에 인선해 위기를 넘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대선 패배로 인해 당이 처한 위기의 체계적인 진단이 선행되지 않고 무작정 “국민의 회초리를 맞겠다”며 전국을 도는 회초리 민생투어를 실시해 ‘반성 없는 쇼’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번에도 문 의원이 보여주기식 움직임을 보인다면 가뜩이나 박 원내대표의 거취 논란이나 세월호법과 국회일정정상화 문제 등이 여전한 당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문 의원의 어깨가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