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외부인에게 포장된 단면만 보여
할리우드 영화 '트루먼 쇼'와 유사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 북한의 평양을 소개하며 할리우드 영화 '트루먼 쇼'와 유사하다고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TV 화면 캡처.
하이힐을 신은 여성들이 거리를 활보한다. 옛 소련의 주택단지를 연상케 하는 건물들은 근엄해 보이기까지 하다. 잘 손질된 놀이공원과 아이스링크에는 얼굴에 웃음이 만연한 사람들이 삶을 즐기고 있는 듯하다. 영국 칼럼니스트가 소개한 평양의 한 단면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 북한의 평양을 소개하며 할리우드 영화 '트루먼 쇼'와 유사하다고 보도했다. 외부인을 초청해 북한의 전체 실상을 보여주지 않고, 치장된 평양의 단면만 보여준다는 것이다.

유럽과 아시아 관계를 증진하려고 발족한 싱크탱크 'EU-아시아센터'의 초청으로 닷새간 평양을 다녀온 FT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필링은 이날 '북한은 트루먼 쇼와 닮았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북한의 행태를 비판했다. 영화 '트루먼쇼'에서 남자 주인공 역시 시청자들에게 보이기 위해 조작된 인생을 사는 인물이다.

필링은 "망가진 경제체제에 허덕이는 북한의 진실과 정확히 반대편에 있는 곳이 평양"이라며 "모든 것이 풍부한 평양은 '보여주기 식'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또 "평양을 제외한 북한의 다른 지역은 딴판이라는 것이 현지에 상주하는 외교관들의 이야기"라며 "외부에 보여주기 위해 포장된 도시인 평양을 보고 북한 전체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필링에 따르면 이들 일행이 둘러본 평양의 몇몇 상점에는 일본산 스낵과 네덜란드산 하이네켄 맥주, 중국산 인스턴트 면 등 충분한 상품이 갖춰져 있었다. 이 상점들에서는 유로, 위안, 달러 등의 외환도 통용됐다. 북한의 다른 지역에서는 인민들이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지만 이곳은 달랐다.

하지만 곳곳에 만연한 피해의식은 평양지역 주민도 다른 지역 주민과 비슷했다. 평양 주민들의 대화는 제국주의자 미국과 그 꼭두각시인 남한을 비판하는 것으로 끝났다. 미국은 동북아 전체를 통제하려 하고, 중국은 북한을 완충재로 이용하려 하며, 모두가 김씨 정권을 무너뜨리려 한다는 것이 이들의 일관된 생각이었다고 필링은 전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