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이상돈 파동으로 친노 진영도 비판
安, 도정 운영에 몰두하며 신뢰 쌓아가

문재인(왼쪽) 새정치연합 의원과 안희정 충남지사
새정치민주연합 최대 계파인 친노 진영에서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친노 진영의 분화설이 관측되고 있는 것이다. 친노 세력의 실질적인 수장인 문재인 의원이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의 비상대책위원장 영입 과정에 관여했고, 사실상 동의한 것으로 알려진 게 계기가 됐다.

문 의원은 이상돈 파동으로 당이 내홍에 휩싸여 있을 때 자신의 트위터에 "당내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좀 매끄러웠다면 당 혁신과 외연 확장에 도움이 됐을 텐데 아쉽다"라는 글을 올려 이상돈 영입에 반대하지 않았다는 듯한 입장을 밝혔다. 문 의원 측은 일관되게 '(이 교수가) 좋은 분이지만 당내 동의를 받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고 주장했지만 이 교수로 촉발된 일련의 과정에서 문 의원에 대한 책임론은 당내에 비등했다.

특히 최근 이 교수의 과거 신문 기고 칼럼 내용까지 회자되자 문 의원은 더욱 곤경에 빠진 모습이다. 이 교수는 지난 2007년 1월 12일 한 신문에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을 문제 삼는 내용이 들어있는 칼럼을 기고했다. 이 교수는 당시 칼럼에서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으로 인해 북한이 핵실험에 성공했다는 사실은 아침이 오면 해가 뜬다는 사실만큼 분명하다"고 썼다.

새정치연합은 다시 충격에 휩싸였다. 지난 두 정권이 업적으로 내세우는 햇볕정책을 평가 절하한 이 교수를 문 의원이 합리적 보수로 지칭하며 당의 수장으로 받아들이려고 했기 때문이다. 이 교수 영입에 반대했던 강경파 의원들은 물론 친노 진영에서도 문 의원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문 의원에 이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최근까지 단식을 이어온 정청래 의원조차 문 의원의 뜻과 달리 이 교수 영입을 결사 저지했다. 중진인 이종걸 의원도 부정적인 의견을 공개적으로 피력했다. 정동영 상임고문은 이와 관련해 "이런 부분의 검증이 없었다는 것이 치명적인 잘못이며, 적어도 이 부분에 대한 이 교수의 사과 없이 당 대표로 모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라면서 "문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남북관계에도 역할을 했던 분인데 어떻게 이 교수를 합리적 보수라며 영입에 동의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문 의원에게 우호적이었던 당내 의원들마저 문 의원의 이번 행보에 등을 돌리는 일은 '비대위원장으로 문 의원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마저 사라지게 만들었다. 박지원 의원은 18일 한 라디오에서 "실제 당내에서는 문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소리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이상돈 파동 여파로 지금은 그런 소리가 쏙 들어갔다. 아마도 문 의원 자신도 비대위원장은 생각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의원에 대한 당내 여론이 급속히 악화했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친노가 다양한 분파로 나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차세대 친노 주자로 꼽히는 안희정 충남지사의 등장은 친노 분화설에 무게를 실었다. 안 지사는 17일 '정부지출 실시간 공개 제도' 토론회에서 발제를 위해 국회를 찾았다. 안 지사는 토론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당을 응원했다. 그는 "국회와 저희 당이 국민들에게 걱정을 많이 끼치고 있지만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이바지한 정당으로서 잘 헤쳐 나가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문 의원을 대체할 카드로 인식되고 있다'는 질문에는 "지사로서 충남 도정에 전념할 뿐 당은 당대로 힘을 모아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리라 믿는다"고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그는 "도정에서 성공해야 (나중에) 국민에게 더 큰 사랑을 받는 지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토론회에는 윤호중, 홍영표, 박남춘 등 친노계 의원뿐 아니라 정세균, 신기남, 추미애 의원 등 중진들도 대거 참석했다. 문 의원도 참석해 안 지사와 나란히 앉아 눈길을 끌었다. 문 의원은 안 지사를 만나 "재정지출을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시스템을 도입한 안 지사는 대단한 분"이라며 덕담을 건냈지만 최근 현안에 대한 언급은 자제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저녁에는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도 새정치연합 보좌관 협의회 초청으로 강연회를 열었다. 참여정부 공신으로 '좌희정·우광재'로 불린 두 사람이 모두 국회를 찾은 것이다. 문 의원은 이 자리에도 잠시 들러 이 전 지사와 인사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한 야당 관계자는 "이번 당내 파동은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친노 세력의 분화에 일정 정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문 의원과 안 지사의 관계에도 적잖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지난 15일 리얼미터가 공개한 9월 2주차 주간집계에 따르면 문 의원의 지지율은 14.8%로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 이어 3위를 유지했다. 안 지사는 3.0%로 7위로 조사됐다. 문 의원과 안 지사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하지만 문 의원이 중앙정치 무대에서 여권은 물론 야당 내부에서도 공격의 화살을 받으며 상처를 입는 반면 안 지사는 도정 운영에 몰두하며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친노진영 내부의 변화 조짐이 심상치않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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