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대책위원장 인선 과정 험로 예상
세월호법 협상 암담… 당내 불신도 여전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칩거에 들어간 지 나흘 만인 17일 탈당 의사를 철회하고 당무에 복귀했다. 자료사진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칩거에 들어간 지 나흘 만인 17일 탈당 의사를 철회하고 당무에 복귀했다. 비상대책위원장 직에서 공식 사퇴한 박 원내대표는 당분간 원내대표직을 계속 수행하기로 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당을 집권이 가능한 정당 국민이 공감하는 정당으로 혁신해보고자 호소했지만 한계에 부딪혀지면서 엄청난 좌절감에 떨었고 이에 당을 떠나야할지 모른다는 깊은 고민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며 심경을 밝힌 후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자신을 죽이고 당을 살리라는 60년 전통의 이 정당의 산 역사나 다름없는 원로 고문들의 간절한 요청에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부터는 저에게 주어진 책임감만을 짊어지고 가겠다”면서 “아울러 중차대한 시기에 많은 심려를 끼쳐드려 당원과 선후배 동료의원,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덧붙였다.

이로써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를 차기 비상대책위원장에 내정한 것을 계기로 촉발된 당의 내홍은 일단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의 앞길은 첩첩산중이다. 차기 비상대책위원장 인선 논의 과정도 험로가 예상되고, 세월호 특별법 협상 과정도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또 두 차례의 세월호법 협상 추인 불발과 비대위원장 영입 무산 실패로 인해 손상된 리더십은 치유할 길이 없다. 여기에 박 원내대표를 향한 당내 불신도 여전하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원장 인선과 비상대책위 구성에 대해 “전현직 당대표와 원내대표, 상임고문단 회의를 열어서 여기서 논의된 결과를 가지고 당의 총의를 모으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과정도 그리 순탄할 것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비대위원장 자리가 임시적이긴 하지만 차기 전당대회를 앞두고 전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각 계파간 이해관계가 첨예하다. 당장 친노 진영에서는 문희상, 원혜영 의원을, 정세균계는 박병석 의원을, 김한길계는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밀고 있다. 각 계파가 지지하는 인사가 갈리는 가운데 박 원내대표가 자칫 의견 조율에 실패라도 할 경우 당 상황은 또다시 극심한 내홍에 빠질 수도 있다.

세월호 특별법을 마무리 해야하는 과제도 어떻게 풀어갈지 막막하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 “참 힘들고 비감했던 시간이었다”면서 “이제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 당 소속 의원들과 함께 총의를 모아서 마지막 혼신의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날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관련 강경 대응 발언에 이은 정의화 국회의장의 국회의사일정 확정 결단 등으로 세월호법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지 미지수다. 여기엔 실추된 리더십도 문제가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시사한 ‘가이드라인’으로 인해 새누리당은 세월호법 협상 국면에서 강경한 자세로 나올 것이 예상된다. 당내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도 협상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시한부 원내대표'라는 꼬리표가 붙은 박 원내대표에게 소속 의원들이 힘을 실어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당장 당내 강경파 의원들의 목소리도 큰 부담이다. 박 원내대표는 현재 당 상황에 대해 “지금 새정치연합 상황은 국민들이 너무도 세밀하게 들여다 보고 있고 그래서 두려워해야 한다, 당이 백척간두에 서있다”고 진단하면서 의원들에게 “새롭게 출발하는 비대위가 그 무거운 짐을 지고 성공할 수 있도록 반드시 성공할 수 있도록 모든 구성원들이 힘을 모아주시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SOS를 쳤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에 대한 불신의 골은 깊다. 은수미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박 원내대표는 세월호에서 완전히 손을 떼라”라며 협상팀 재구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유승희 의원은 전날 박 원내대표에게 당직 복귀 명분을 준 전수조사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비록 이들 의원을 포함한 민평련, 486계 주축인 강경파 의원 20명이 이날 박 원내대표의 ‘한시적 당직 유지’를 받아들이긴 했어도 이들은 여전히 조기 원내대표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물론 세월호법 협상에 성공하고 당내 문제도 원만하게 풀린다면 박 원내대표도 또다른 정치적 재기의 기회를 맞을 수도 있지만 이같은 예상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 박 원내대표에게 다가온 시련의 계절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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