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취지는 적극 보도… 타이밍·방식엔 걱정
한겨레·경향 '세월호법 종료 선언' 맹비난

[데일리한국 조옥희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와 국회 공전 사태에 대해 작심 발언을 한 데 대해 보수와 진보 성향 신문들은 17일자 조간에서 다소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특히 보수 언론들은 사설을 통해 박 대통령의 발언 타이밍에 우려의 목소리를 표명해 눈길을 끌었다.

박 대통령은 "국회가 의무를 행하지 못하면 세비를 반납해야 한다" "세월호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방안은 적절하지 않다” 등의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보수 언론들은 1면과 3면의 주요 기사를 통해 박 대통령의 발언 내용과 취지를 충실히 다뤘다. 하지만 사설을 통해 "꼭 그런 식으로 발언해야 했나" 등의 표현으로 발언 타이밍과 방식 등에 의문을 제기했다. 반면 진보 언론은 박 대통령을 겨냥해 "사실상 세월호특별법을 걷어찼다"며 원색적으로 맹비난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1, 3면에 다룬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긴 했지만 대체로 발언 내용을 적극 전달하려는 태도를 견지했다. 조선일보는 박 대통령의 세월호법 관련 발언 취지를 전하는 것에 중점을 뒀고, 중앙일보는 이에 더해 국회 파행을 비난하는 박 대통령의 목소리를 좀 더 부각시켰다. 동아일보도 두 언론과 같은 관점을 보이면서도 박 대통령의 발언이 여당에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해 세월호법 협상 여지를 좁혔다고 지적했다.

조선·중앙·동아일보 17일자에 실린 사설

그러나 이 신문들의 사설은 스트레이트 기사와는 좀 다른 관점을 보였다. 세월호법 발언의 타이밍과 톤 등을 문제 삼은 것이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국정 총책임자인 박 대통령이 선거에 구애받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는 집권 2년차를 허송하는 게 안타까울 수 있다”며 대통령의 심경을 이해하는 면을 보이면서도 “정부·여당에도 부담이 더 커지며 돌파구를 마련할 수 없는 상황인데, 하필 이 시기에 대통령이 나서 야당과 유가족이 주장을 일축하고 여당에는 협상 한계선를 그어준 모양새가 됐다”고 시기의 부적절함을 지적했다.

또 “대통령은 그간 유가족의 수사권·기소권 요구를 내치면서 내세운 이유도 삼권분립이었는데, 이날 ‘세비 반납’까지 거론하며 입법부를 몰아세운 건 앞뒤가 매끄럽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세월호처럼 사회적 갈등과 이견이 심한 사안일수록 대통령은 시기와 장소를 가려 때론 하고 싶은 말도 참고, 내지르고 싶은 소리도 누를 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도 유가족의 수사권 반대는 원칙의 문제이고, 대통령 모독에 대한 경고도 적절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입장 발표의 시기는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중앙일보는 “대통령과 청와대가 보다 빨리 입장과 사정을 밝혔다면 혼란은 대폭 줄어들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야당이 대혼란을 겪는 와중에 이런 입장을 발표하는 자세는 포용·소통형이 아니라 대결형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 역시 박 대통령의 입장 발표 방식에 우려를 표명했다. 동아일보는 “박 대통령의 발언은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부족했다”면서 “ '대통령이 나서라’라는 세월호 정국에서 박 대통령은 법과 원칙만을 고수하는 박정(薄情)한 정치로 맞선 느낌”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야당의 입장에선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준 꼴로 오히려 고마울 수 있고, 이날 발언을 국민과의 대화 자리가 아니라 국무회의에서 진행해 진정성 전달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한겨레는 ‘세월호법 강공… 박 대통령 세월호법 걷어찼다’는 기사를 1면 톱에 게재했다. 한겨레는 이 기사에서 “3개월 침묵을 깬 박 대통령이 결국 유가족들의 요청을 모질게 거절하면서 교착상태의 세월호 정국은 더 극심한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또 “박 대통령이 야당과 유가족을 배제한 채, 하반기 국정도 자신의 뜻대로 끌고 가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을 했다”고 비판했다. 사설에서는 “국회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태도마저 버리고 양보 불가라는 지침을 공개적으로 내렸다”면서 “국민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알 필요도 없고, 알려고도 하지 말라는 태도야말로 ‘국민 모독’”이라고 날을 세웠다.

경향신문도 이날 1면에 ‘박 대통령과 여당, 세월호 끝났다 선언’이라는 기사를 실어 비판했다. 3면의 ‘비판에는 재갈… 정치권 질책 남탓’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는 “국정운영의 최종 책임이 있는 박 대통령이 정치 난맥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풀어내기보다는 오히려 정치 난맥상을 부각시키고 충돌 국면을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도 박 대통령을 향해 “참 야멸차고 무책임한 대통령”이라면서 “세월호법에 대한 통치 차원의 결단을 호소했더니 외려 ‘절대 불가’ 의지를 천명해 국회 협의를 차단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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