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경제정책硏, 통일편익 분석 4개국 국제세미나
中 "동북 3성 GDP 1,626억달러 이상 확대"
美 "한-미 상품 교역 200억달러까지 증가"
"통일한국에 경제 주도권 뺏길수 있다" 우려도

柳통일 "점진적 통일이 정부의 기본 입장"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4개국 전문가들이 17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주최로 열린 '남북통일이 주변 4강에 미치는 편익비용 분석' 국제세미나에서 주제발표와 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진=김종민 기자
[데일리한국 김종민 기자] 한반도 주변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4국 전문가들은 한반도 통일과 관련해 자국의 손익 계산서를 제시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주최로 17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남북통일이 주변 4강에 미치는 편익비용 분석' 국제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통일이 남북뿐 아니라 자국도 상당한 이익을 볼 것이라 관측하면서도 '통일 한국'에 동북아 경제 주도권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내놓았다.

먼저 발언에 나선 진징이(金京一) 중국 베이징대 교수는 남북통일이 동북아지역의 화해와 협력을 위한 디딤돌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진 교수는 "동북3성은 대외 무역과 외국인 투자 부진으로 낙후 지역으로 전락했지만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이라는 시나리오의 경우 동북3성의 급속한 경제 성장을 가져올 것"이라며 "이 경우 랴오닝·지린·헤이룽장성의 국내총생산(GDP)이 최소 1조 위안(1,626억달러) 이상 확대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그는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의 피해자이나 경제적으로는 대륙과 해양의 허브 구실을 할 수 있다"며 "전쟁도 평화도 아닌 현 상태 유지, 무력에 의한 통일, 북한의 개혁개방, 한반도의 평화 통일 가운데 중국은 마지막 시나리오를 가장 선호한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현재 한반도 분단으로 인한 미국의 아태지역 회귀 및 중국 포위·견제 전략, 일본의 군사대국화 등으로 중국이 높은 안보 비용을 내고 있다는 점에서 남북이 통일될 경우 동북아에 국제협력 분위기가 무르익게 될 것이라는 점도 통일의 중요 편익이라고 제언했다.

마커스 놀랜드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부소장은 "흡수통일의 경우 통일 직후 북미 간 상품 교역이 최소 9억6,000만 달러, 서비스 교역은 3억∼4억5,000만 달러로 증가할 것이고 통일 10년 후 상품 교역 증가폭은 200억달러까지 확대될 것"이라며 "북한의 주요 수출품은 경공업 제품, 주요 수입품은 자본재와 농식품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놀랜드 부소장은 북한의 급격한 붕괴에 따른 흡수통일과 합의에 따른 점진적 평화 통일 시나리오에 따른 북한과 주변국의 상품 교역 전망을 연산가능일반균형(CGE) 모형을 통해 제시했다. 놀랜드 부소장은 "급진적 통일은 대북제재 등 복잡한 법률적, 정책적 문제를 일거에 해소해 줄 것"이라며 "미국 정부가 통일비용 일부를 분담할지는 불확실하나 미국 기업은 북한 지역에 대한 외국인 투자, 기술 이전 등의 형태로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점진적 통일은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해제와 관련된 많은 법률문제 등으로 말미암아 북미 간 경제 교류도 더디게 진행되고 북미 상품 교역도 단기적으로 최대 5,000만달러가량에 그칠 것이라고 추정했다.

후카오 쿄지 일본 히토츠바시대 교수는 "남북통일로 일본의 라이벌이 될 '슈퍼 코리아'가 출현할 것"이라면서 평화통일이 이뤄지면 일본 GDP가 현재의 0.5% 수준인 246억 달러 증가하고 신규 고용도 21만여명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후카오 교수는 "통일 한국과 중국의 경제협력이 가속화될 경우 동아시아 분업구조에서 일본의 기여도가 저하되고, 수출이 정체될 것"이라며 "중국 GDP는 840억달러, 고용은 905만명 확대되는데 반해 일본의 GDP 및 고용은 상대적으로 증가 폭이 축소될 것"이라며 일본에 부정적인 영향도 있을 것임을 주장했다.

알렉산더 제빈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한국연구센터 원장은 "남북통일에 따라 러시아에 막대한 안보적·경제적 이익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는 그 전제로 "남북통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러시아 안보이고 한반도 통일은 열강의 개입 없이 이뤄져야 하고 통일한국은 중립국의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빈 원장은 "평화통일의 경우 유라시아 철도와 천연가스 송유관 연결을 통해 연간 50억 달러의 이익이 창출되고 러시아 극동에 대한 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가장 현실적인 평화통일 시나리오의 경우 유라시아 경제 공동체가 형성되고 이를 통해 남북통일에 대한 지지, 통일비용 절감 및 분담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개회사에서 "오늘날 세계는 상호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어 통일의 효과도 주변국에 미치게 된다"며 "4강 한반도 전문가가 남북통일이 자국에 비용보다 더 큰 편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스스로 분석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류길재 통일부 장관도 축사에서 "통일에 대한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가운데 점진적인 통일을 이루고자 한다는 것"이라며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가 북한의 특정한 상황을 전제로 이른바 흡수통일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을 갖기도 한다. 우리 정부는 그러한 통일을 바라지도, 추구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류 장관은 "70여년을 서로 다른 이념과 체제에서 살아온 남과 북의 현실, 갑작스러운 통일이 가져올 혼란은 우리가 기대하는 통일 한반도의 모습이 아니다"며 "통일은 8,000만 남북 주민 모두가 행복한 통일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류 장관은 "우리정부는 통일 과정에 국제사회의 참여를 열어놓고 있다"며 "개성공단 국제화나 나진-하산 물류사업과 같이 남과 북, 그리고 국제사회가 통일과정에 함께 참여함으로써 통일이 갖는 의미와 그 혜택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통일은 우리민족에게는 물론 주변국 모두에게 대박"이라면서 "대박이라는 것은 단순히 경제적 이익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통일로 인해 한반도와 주변국이 함께 누릴 정치, 군사적 가치, 사회경제적 가치를 모두 함축하고 있다"며 축사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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