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지도부의 리더십 공백 사태를 겪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은 16일 비상대책위원장 직을 당에서 추천하고 박영선 원내대표가 이를 임명키로 가닥을 잡았다.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사무총장을 비롯한 6~7 분이 참석한 핵심당직자회의 결과 박 원내대표의 거취에 관해 당의 모든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의견수렴은 조정식 사무총장, 김영록 원내수석부대표, 박범계 원내대변인, 민홍철·김광진 부대표가 맡는다. 박 원내대변인은 또 "원내대책회의에서 비대위원장직은 당이 총의를 모아 추천하면 박영선 원내대표가 임명하고, 그 비대위원장이 비대위원을 구성한다′와 ′원내대표직은 세월호 특별법 해결과 관련해 마지막 수습에 노력을 한 후 그 결과와 관계없이 사퇴한다′는 문구도 만들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가 탈당을 포함한 당직 사퇴 등 자신의 거취 문제 정리를 위해 칩거에 들어간 지 3일째 새 비대위원장 추대와 추후 원내대표직 사퇴가 기정사실화 한 것이다.

이날 비공개 회의를 마친 당 원내지도부는 “박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에 대해 당의 모든 의원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범계 의원은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그 결과를 박 원내대표 측에 전달할 예정이다”며 “박 원내대표의 거취 결정에 참고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유기홍 의원도 “위원장 자리는 박 원내대표가 처음부터 내려놓기로 한 것”이라며 “차후 의원총회에서 의견을 수렴해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내대표직 사퇴에 관해서는 “협상이 진행 중”이라며 확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탈당 여부에 대해서도 “지도부의 진실한 설득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만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예정대로 17일쯤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 의원들의 의견 수렴에 따라 박 원내대표의 거취도 최종 확정되지만 '세월호 특별법 해결과 관련한 마지막 노력 후 사퇴'라고 못박아졌기 때문에 조만간 박 원내대표가 스스로 물러날 공산이 크다. 다만 박 원내대표가 언급했던 탈당이나 당 일각에서 제기된 분당 등 야권발 정계개편은 아직 수면 아래 잠복해 있다.

어쨌든 비대위원장 자리가 공석으로 남게 된 만큼 이를 놓고 당 내 각 계파간 수싸움은 더욱 치열해졌다. 이번 비대위원장은 내년 초 치러질 전당대회 룰을 결정하고 조직강화특위 구성과 지역위원장 인선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다. 당 대표 선출과 지역위원장 선정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자리다. 따라서 차기 당권을 노리는 주요 계파간 이해관계가 정면 충돌하고 있다.

애초 박 원내대표가 내부인사가 아닌 외부 인사를 차기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려던 것도 이 맥락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당이 극심한 내홍에 휩싸인 만큼 후임 비대위원장은 내부 인사가 맡게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이에 야권에서는 4선의 박병석 전 국회부의장과 원혜영 의원, 유인태 의원, 문희상 의원, 김부겸 전 의원 등이 당 재건의 적임자로 거론되고 있다. 김 전 의원의 경우 앞서 박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직 제안을 거절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강력한 후보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들 후보들은 모두 난색을 표하거나 침묵을 고수하고 있다.

당의 최대 계파인 친노 진영에서도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 다음 전당대회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면 후임 비대위원장에 자기 색깔의 인사가 내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친노 진영을 견제해야 할 온건파 세력도 다르지 않다. 각 계파 별로 특정 인사를 비대위원장으로 밀기 위한 물밑작업을 벌인다는 이야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실제 몇몇 중진들을 중심으로 비밀리에 후임 비대위원장 선출 논의를 진행하면서 '교황선출(콘클라베) 방식 등을 검토한다는 식의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때문에 박 원내대표 측 일각에서는 일부 중진들이 지난 12일 박 원내대표와 만났을 때 후임 문제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면서도, 뒤에서는 친한 의원들을 움직여 박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한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하고 있다.

원내대표직 자리도 마찬가지다. 당 내에서는 박 원내대표의 탈당에는 반대 기류가 강하지만 비대위원장을 포함한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은 계속되고 있다. 유승희 의원 등은 이날도 긴급 의원 모임을 갖고 박 원내대표의 퇴진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긴급 의원 모임에서는 차기 비상대책위원장을 조속히 선출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그간 당 대표나 원내대표를 역임했던 인사들과 의장단을 지닌 의원 14명이 참여하는 비상대책위원장 선정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이종걸 의원은 기자들에게 “박 원내대표가 차기 비대위원장을 선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권위나 설득력을 잃은 것 같다”면서 “어떤 단위로든 선정위원회를 만들자는 것도 일리가 있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가 취임한 지 불과 4개월만에 임시 당 대표와 원내 총사령관이란 역할 모두를 내려놓아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이미 당내에서는 차기 원내대표와 임시 당 대표 역할인 비대위원장에 누구를 앉혀야 하는지를 놓고 수판알 돌리기에 여념이 없다. 사상 첫 원내교섭단체의 여성 원내대표라는 타이틀이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한채 스러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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