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기소권 대통령 결단 사안 아니다"

사실상 야당·유족에게 재합의안 수용 압박

[데일리한국 김종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 장기간의 침묵을 깨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지금의 세월호 특별법과 특검 논의는 본질을 벗어나고 있다"며 "대통령이 결단을 내릴 사안이 아니다"라고 자신이 전면에 나서지 않을 것임을 못 박았다.사실상 야당의 지도부 공백 상태와 맞물려 세월호법 대치정국이 더욱 장기화할 공산이 커진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작심한듯 비현실적인 부분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먼저 박 대통령은 "지금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자는 주장에 대해 일부에서 대통령이 결단하라고 하지만, 이는 3권 분립과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며 "대통령으로서 (수용)할 수 없고, 결단을 내릴 사안이 아니다"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지난달 19일에 만들어진 재합의안을 "유족과 야당의 불신을 해소키 위한 여당의 마지막 결단"이라고 평가하면서 "세월호 특별법은 순수한 유가족의 마음을 담아야 한다. 희생자들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이를 외부세력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여야 원내대표 간의 재합의안에 따라 세월호 특별법을 처리해야 한다는 의중을 밝힌 것이다. 특히 '순수한 유족' '외부세력'이라는 표현까지 쓴 것은 일부 세력이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여기엔 각종 민생 경제 법안 등이 국회에 묶여 있는 상황에서 국가 경제 회복의 골든타임이 낭비되고 있다는 위기감이 극에 달했고 국민들 사이에서도 '이제는 그만하자'는 세월호 피로감이 쌓아고 있는 점도 감안됐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이후 한 달여만에 침묵을 깨고 세월호 정면 돌파의지를 나타냈지만 여전히 야당은 '세월호 유족의 뜻을 들어줘야 한다' '박 대통령이 유족을 만나 풀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어 자칫 박 대통령의 이날 메시지가 야당에게 또다른 공세의 빌미를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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