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원내대표 탈당설에 분당설까지

7.30재보선 패배 후 삐거덕대던 새정치민주연합이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자료사진
[데일리한국 이선아 기자] 7·30재보선 패배 후 삐거덕대던 새정치민주연합이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 및 원내대표의 탈당설에 이어 정치권 일각에서 분당설까지 나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전신인 민주당이 지난 2000년 이후 분당을 결정해 새 당을 만들거나 다른 당과 합당해 당명을 바꾼 것은 열 번 이상에 이른다. 창당과 분당을 반복해오며 계파 갈등만 키웠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이 안철수 새정치연합 측과 합당해 새정치민주연합으로 새롭게 태어난 것은 지난 3월. 하지만 당시에도 논란은 적지 않았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통합을 선언하자 일부 정치권 인사들은 "새정치가 실종된 정치공학적 합당"이라고 비판했다. 안철수 의원이 거대 양당의 기득권 정치 앞에 맥없이 무릎을 꿇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매번 힘을 합치고 피를 바꿔도 야당은 갈수록 왜 약해지느냐 하는 문제에 대한 답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이라는 명분만 있을 뿐 그에 대한 '고민'이 없다는 얘기다.

사실 민주당은 당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당명을 숱하게 바꿔왔다. 2000년 1월 새천년민주당으로 시작해 열린우리당, 대통합민주신당, 통합민주당, 민주당, 민주통합당, 민주당, 새정치민주연합으로 이어졌다. 불리한 상황에서 외부세력 수혈이나 합당으로 몸을 불리려 했던 야권은 이로 인해 계파 갈등이 심화되는 역효과만 낳았다. 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올 때마다 이합집산을 거듭한 결과였다.

2000년 '새정치 구현과 지역구도 타파'를 목표로 출범한 새천년민주당은 출범 3년여 만에 신주류와 구주류 간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분당 사태를 맞았다. 새천년민주당에서 빠져 나온 신주류 세력은 열린우리당을 창당했고, 친노 세력이 중심이 된 개혁국민정당, 새천년민주당 내 개혁세력, 한나라당 일부 세력의 합류로 2003년 11월 창당대회를 열었다. 지역주의 타파 등 깨끗한 정치 실현을 명분으로 시작된 우리당은 친노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계파 갈등이 계속됐다. 당을 해체하자는 통합신당파와 친노 계열의 당사수파 간 갈등이 깊어졌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합당을 주장하는 통합파 의원들이 집단 탈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우리당을 탈당한 의원들은 2007년 5월 김한길 의원을 중심으로 중도개혁통합신당을 창당했다. 그해 8월 민주당(새천년민주당이 2005년 5월 민주당으로 당명 변경)과 합당했고 중도통합민주당으로 당명을 바꿨다. 2007년 8월에는 우리당 탈당파와 중도통합민주당 탈당파,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중심으로 중도개혁세력을 표방한 대통합민주신당이 탄생했다. 우리당을 흡수 합당한 대통합민주신당은 2008년 2월에는 민주당과 합당해 통합민주당을 만들었다. 이 역시 총선을 앞두고 이뤄진 결과였다.

통합민주당은 민주당으로 당명을 변경한 후 2011년 12월 이해찬, 문성근, 문재인 등 친노인사와 시민사회계열이 주축이 된 시민통합당과 합당해 민주통합당으로 탈바꿈했다. 2013년에는 민주당으로 이름을 다시 바꾼다. 그리고 올해 초 민주당은 또 다시 이름을 잃게 된다. 이번에는 6·4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새정치연합과 손을 잡아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한 것이다. 하지만 6·4지방선거에서는 사실상 무승부에 그쳤고, 7·30재보선에서는 새누리당에 '대패'했다.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새정치민주연합의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는 4개월 만에 사퇴해야 했다.

이후 박영선 원내대표가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았지만, 빈 지도자 자리에 앉은지 한 달여 만에 탈당 소식이 들리는 등 새정치연합은 최근 더욱 위태로운 지경이다.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체제 붕괴 후 당명을 '민주당'으로 환원하자는 주장이 당 내부에서 솔솔 나오는 것은 물론 차제에 '갈라서자'는 분당 이야기도 나온다. 현재 새정치연합은 친노무현계, 김한길계, 정세균계, 구민주계, 486계 등 5~6개의 계파가 내년 초 열릴 예정인 전당대회를 앞두고 신경전이 한창이다. 분당으로 이어질지, 간판만 교체될지, 현재의 불안한 동거가 계속 이어질지 예측불허 상태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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