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해 장고에 들어간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향후 어떤 결론을 내릴까. 박 원내대표는 탈당 카드를 꺼내든 전날에 이어 15일 외부와의 일체 접촉을 끊고 칩거 중이다. 그는 모처에서 당직 사퇴를 비롯해 탈당, 나아가 자신의 향후 정치적 진로까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파를 막라한 초재선 의원 15명과 3선 의원들 중심으로 자신의 사퇴 요구가 거센 데 대해 충격을 받은 여파란 관측이다. 실제 박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도 불참했다.

박 원내대표는 전날 한 언론에 “이미 비상대책위원장을 사퇴하고 세월호법을 마무리하려 했고, 중진 의원 5명도 회동에서 원내대표직을 유지해달라고 했다”면서 “(그런데) 의원들이 아예 당을 떠나라고 하는 것 같고, 나를 죽이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내가 가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쫓겨나는 것 같아 너무 가슴이 아프다. 탈당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탈당의 시기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당장 탈당하면 당이 공중에 떠버리니 책임을 다할 것이다”라면서 “내가 탈당을 언급했으니 중진들이든, 나를 내쫓으려 하는 초재선 의원들이든 비대위원장 후보를 물색하면 그때 그분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나갈까 한다”고 했다. 이 발언을 놓고 보면 박 원내대표의 마음이 이미 탈당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고도 볼 수 있다. 세월호법 합의 실패에 이어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의 비상대책위원장 영입 시도까지 당의 반발로 무산되자 섭섭한 마음이 극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박 원내대표가 꺼내 들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뭐가 있을까. 먼저 당내 반발 의견을 묵살하고 당 수장으로서 내린 정치적 결정을 밀고 나가는 방법이 있지만 이 같은 초강경 행보의 실현가능성은 크지 않다. 당내 비토 의견이 거센 점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도 전혀 맞지 않다. 박 원내대표도 전날 의원들의 의사를 묻지 않은 상태에서 협상하고 결정을 했다고 하는데 대해 “내가 어떻게 모든 의원들의 의견을 다 들을 수 있느냐”라며 “마치 지도부를 부하 직원 다루는 듯 하는 데 좌절감을 느낀다”고 토로한 바 있다.

칩거 중 마음을 추스른 박 원내대표가 당 내 강경파의 의견을 대폭 수렴하면서 사태를 진정시킬 가능성도 있다. 당내 강경파들이 애초에 원했던 모습인 관리형 지도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당내 여론을 폭넓게 수렴하고 의사결정 과정을 의원들에게 전적으로 열어놓는 방안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 박 원내대표는 당직을 유지하면서 애초 밝힌 대로 세월호법 합의에 매진하며 또 다른 기회를 엿볼 수 있다. 문재인 의원도 이날 “지난 12일 중진 모임에서 박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는 세월호법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미루는 게 좋겠다는 데 동의했고 지금도 같은 생각이다”면서 “정치권의 최우선 과제인 세월호법 협상을 마무리하고 정기국회에 임하기 전까지는 혼란을 가져오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지원 의원도 “박 원내대표 사퇴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새누리당과 협상할 일정한 기한을 부여하는 게 좋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친노진영 등 강경파의 여론 주도에 반발하는 의원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공공연히 합리적 중도 세력이 중심이 된 신당 창당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김한길-안철수-손학규 전 현직 대표 등 야권에서 일정 부분 세를 형성하는 이들이 함께 뜻을 같이하기 전에는 신당 창당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실제 박 원내대표도 야권 재편 구상을 묻는 질문에 “내가 지금 그런 엄두를 어떻게 내느냐"며 "살아남기는커녕 쫓겨나는 상황에서 정치적 장래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김갑수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대표는 “그간 박 원내대표는 어떤 결단에 대해 반복적으로 언론에 먼저 흘리고 그 반응을 보고 판단하는 패턴을 보여왔다”면서 “이번 탈당 언급도 세월호법 협의나 이상돈 카드 등에서 보여준 행태에서 이해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때문에 이번 박 원내대표의 탈당 언급은 당에 대한 실망을 넘어선 분노의 표출로 보이며 실제 결행으로까지 이어지진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김 대표는 “다만 박 원내대표가 현재 야당의 유일한 지도부라는 위상을 따져볼 때, 탈당 발언의 여파가 개인과 당이 감내할 수 있는 부분을 넘어선 것을 간과하기 어렵다”며 “수습이 잘 될 리도 없지만 수습한들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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