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여야 지도부 연석회의 끝내 불발

與 초·재선 '아침소리' 모임, 의장실 방문

[데일리한국 김종민 기자] 정의화 국회의장이 15일 국회 정상화 논의를 위해 개최를 추진했던 의장-여야 지도부 연석회의가 불발로 끝나면서 여당의 단독국회 강행 움직임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으로 국회가 마비된 데다 비대위원장 인선 논란으로 촉발된 야당의 내홍이 깊어지면서 여권 입장에서도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여당은 정기국회 일정을 내세우며 단독국회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야당 측에 대화에 나서라는 주문성 촉구나 다름없었다. 대화 파트너인 야당을 배제하고 여당이 단독으로 국회를 이끌 경우 여론의 역풍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당 지도부의 리더십이 붕괴되면서 박영선 원내대표의 사퇴 촉구까지 나오자 상황이 달라졌다. 여당으로서도 이젠 단독 국회에 대한 명분이 생긴 것이다. 여야 합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야당 내부 상황이 정리되기 기다리다간 자칫 지금의 '식물국회'가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정국파행은 물론 국정 공백 책임이 야당이 아닌 여당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때문에 '차리리 이럴 바엔 시급한 민생 경제법안이라도 단독 처리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나온다. '여당만의 단독 국회'란 비판을 받더라도 그 책임이 여당 측이 아니라 대화 테이블에 나서지 않는 야당 쪽에 더 쏠릴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여당은 당초 15일 국회 본회의 강행 방침에서 한발 물러서서 26일 본회의를 열어 계류 중인 90여개 법안을 단독으로라도 처리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날 여당의 초재선 의원 8명(조해진, 김영우, 안효대, 강석훈, 하태경, 김종훈, 이노근, 이완영)은 '아침소리' 모임을 공식 발족한 뒤 정 국회의장에게 본회의 소집을 강력히 요청했다. 아침소리 모임은 이날 국회가 초유의 위기상황이라는데 의견을 모으고 법사위를 통과한 93개 법안의 본회의 처리에 대한 당위성을 주장하기 위해 국회의장실을 방문했다.

정 의장도 정기국회 의사일정과 관련해 전날 "무한정 기다릴 순 없다"며 직권상정 가능성을 밝혔다. 정 의장은 "의장으로서 예산안 처리 시한을 지키기 위한 의사일정은 어떤 경우에라도 진행한다는 것이 확고한 소신"이라며 "16일 국회운영위가 열리면 의장이 이런 뜻이 충분히 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의 대치 상황이 계속된다면 정 의장 자신도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사실상의 야당 압박이다.

물론 세월호 이슈가 고착화한 상황에서 여당 만의 단독 국회는 정 의장은 물론 여권에도 여전히 부담이긴 하다. 따라서 조금만 더 기다리자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하지만 야당의 내분 양상이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은 상황인 만큼, 여당 지도부가 조만간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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